[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원로가수 고(故) 현미(본명 김명선)가 영면에 들었다.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현미의 영결식과 발인식이 엄수됐다. 유족들은 물론, 수많은 연예계 동료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 사회는 코미디언 이용식이 맡았고, 대한가수협회장인 이자연이 조사를, 가수 박상민과 알리가 추도사를 낭독했다.

박상민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면서 "후배들이 감히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대스타이자 닮고 싶은 선배님이었고, 대한민국의 큰 가수였다"며 애통해했다. 그러면서 "좋은 추억들만 가지고 가서 그곳에서 편안하게 영면에 들길 바란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알리 역시 "처음 비보를 접하고 믿을 수 없었다"며 "수많은 명곡을 남겼고, 깊이 있는 목소리, 온몸을 뒤덮는 울림과 열정은 가수로서 닮고 싶은 선배님이었다"며 고인을 그리워했다. 이어 "그곳에서 좋아하는 노래 마음껏 힘차게 부르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선배님과 이 시대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유족과 동료들은 고인의 대표곡 '떠날때는 말없이'를 부르며 고인을 기렸다. 이어 발인이 거행되자 곳곳에서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영정을 든 조카인 배우 한상진은 오열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그는 고인을 어머니처럼 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故 현미 영결식 및 발인식

앞서 현미는 지난 4일 오전 9시37분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팬클럽 회장 김모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향년 85세.

장례는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대한가수협회장으로 진행됐다. 빈소에는 가족인 한상진과 가수 노사연을 비롯해, 가수 하춘화, 설운도, 진성, 현숙, 쟈니 리, 김흥국, 이찬원 등이 찾았으며, 윤석열 대통령 등은 근조화환으로 애도를 표했다.

故 현미 영결식 및 발인식

1938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난 현미는 1951년 1·4 후퇴 때, 평안남도 강동에 있는 조부모댁으로 피난 갔다가 남쪽으로 내려왔다. 당시 어린 두 동생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었는데, 지난 200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 재회한 바 있다.

이후 현미는 19살이던 1957년, 미8군 무대에 서며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지만, 한 가수의 대타로 마이크를 잡은 게 가수로서의 첫발이었다. 또 그룹 현시스터즈를 결성해 활동하기도. 당시 현미의 중저음의 허스키하면서도 강한 성량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는 전언이다.

그리고 현미를 눈여겨봤던 작곡가 고(故) 이봉조가 '아, 목동아'라는 팝송 번안곡을 만들어주면서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1962년 발표한 번안곡 '밤안개'가 대히트를 치며 현미는 그야말로 스타 반열에 등극했다. 이후 이봉조와 함께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 없이' '무작정 좋았어요' '몽땅 내 사랑' 등을 발표하면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가요계에선 이미자, 패티김과 함께 3대 레전드 디바로 꼽는다. 이러한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에 힘 입어 현미는 1981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 취임 파티에 초청받아 한국 대표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고인의 유해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두 아들이 거주 중인 미국에 안장된다.

현미는 작곡가 고(故) 이봉조 사이에 아들 이영곤, 이영준을 뒀다. 이영곤은 고니라는 예명으로 가수 활동을 한 바 있으며, 이영준은 '사랑은 유리같은 것'으로 유명한 가수 원준희의 남편이다. 또 현미는 노사연, 한상진의 이모이기도 하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