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전 세계적인 호평에도 들뜬 기색 없이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 ‘킹덤2’에 이어 ‘무빙’으로 글로벌이 주목하는 감독 박인제 감독의 이야기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극본 강풀·연출 박인제)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작품 기준이 ‘새로움’이라는 박인제 감독은 초능력자가 소재인 ‘무빙’에 끌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 자신이 신인 감독이라고 생각한다는 박인제 감독은 ‘새로움’을 기준 삼아 자신이 배울만 한 게 있는 작품을 찾았고, 그것이 ‘무빙’이었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는 박인제 감독은 순수하게 시나리오를 통해서만 작품에 접근했다. 보통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연출자들이 원작을 필수로 읽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에 대해 박인제 감독은 “오리지널 팬이었다면 되려 선입견으로 인해 저 스스로 연출할 때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무빙’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제작비 500억 원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로 주목을 끌었다.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대작이라는 점에서 연출자로서 부담도 있었을 터. 하지만 박인제 감독은 “그건 우리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디즈니가 생각할 문제고 저는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잘 만들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꽤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박인제 감독은 “사실 나누기를 하면 ‘무빙’이 ‘킹덤’보다 제작비가 적다”면서 “우리 스스로가 되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건 이걸 완성시켰다는 거다. 회차당으로 따지면 적은 금액이다”라고 했다.

연출차로서 20부작이라는 긴 호흡이 더 부담됐단다. 박인제 감독은 “저도 스무 개나 되는 걸 못 본다. 요즘에는 넷플릭스나 디즈니나 회당 50분만 넘어가도 제재가 들어온다더라. 숏폼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을 20회 차 동안 잡아야 한다는 게 부담이었다”라고 했다.

수많은 초능력자들이 나오는 만큼 박인제 감독이 공부해야 할 부분도 많았다. 가장 중요한 초능력 중에 하나인 비행 능력을 영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와이어 액션에 대해 공부했다고. 박인제 감독은 “일단 사람을 날려야 하니까, 어떻게 사람을 날아다니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공부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인제 감독은 “현장에서 내가 소화해야 하는 것들과 후반 작업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이렇게 많은 걸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할리우드에서 봤던 것들을 내가 작품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라고 했다.

특히 7회 엔딩을 장식한 봉석(이정하)의 비행 장면은 연출자로서나 개인으로서나 마음에 남는 장면이라고. 박인제 감독은 “그 장면이 촬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대본에는 ‘난다’라고 쓰여있었지만, 저는 그렇게 표현할 수 없지 않나. 저희로서는 공을 많이 들였다. 어떻게 하면 실사랑 구분이 안 되게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많은 인력이 투입됐다. 봉석이 말고는 모든 게 CG다. 사람들이 ‘아이언맨’ 같은 거에 익숙해져 있어서 별 거 아닌 장면 같지만 쉽지 않은 장면이다”라고 했다.

또한 박인제 감독은 미숙하지만 계속해서 비행을 시도하는 봉석이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 박인제 감독은 “제게 영화가 그랬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자꾸 엎어지고, 실패하지만 계속하지 않나. 서툴지만 결국에 날게 되는 봉석이의 모습이 나 같아서 뭉클했다”라고 했다.

박인제 감독이 ‘무빙’으로 배운 건 기술적인 부분만이 다가 아니었다. 극 중 이재만의 지적장애인 설정과 같이 민감한 소재를 어떻게 연출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박인제 감독은 “저는 아직 미성숙하고 신인 감독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걸 배워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미숙하고 아직 배워야 하는 부분 중에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이런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무빙’은 공개 이후 디즈니+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호평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박인제 감독은 작품의 성공을 두고 들뜬 기색이 전혀 없었다. 되려 “찻잔 속의 태풍 아닐까 싶다”면서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무빙’의 후속 시즌에 대해서는 “정말 새로운 게 있다면 할 거다. ‘데드풀’의 운이 좋은 초능력을 보고 되게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다음 시즌에서 그런 게 나올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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