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콩팥팥’의 예능 농사는 풍성할 수밖에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3. 11.21(화)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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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그저 또 하나의 ‘찐친 케미’를 제대로 활용한 예능프로그램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론 현재 ’콩콩팥팥‘이 누리는 인기에서, 김기방과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가 이전부터 맺어온 끈끈한 관계가 상당 부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의 재미를 견인하는 좋은 재료일 뿐이다.

tvN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이하 ‘콩콩팥팥’)는 서로 친한 네 명의 배우가 함께 여유시간을 맞추어 강원도로 농사를 지으러 다닌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나영석 PD 사단의 것으로 그가 이제껏 보여준 세계관과 얼추 비슷한 선상에 놓여 있으나 주어진 텃밭에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큰 틀 외에 세세하게 놓인 것들은 출연자들이 직접 정하고 행한다는 특이점을 가진다.

예를 들어 밭에서 키운 깻잎을 따서 깻잎 모히토를 만들고 깻잎장아찌를 담아 옆집 어르신과 나누겠다는 생각은 출연자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거지, 그날의 미션처럼 주어지진 않는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식사할 곳이나 머물 곳, 무엇을 걸고 어떤 게임을 할 지도 대부분 출연자가 정한다. 촬영 장비도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움직이니 말 그대로, 어느 날 농사를 지어보겠다 마음먹은 네 친구들의 흥미로운 일상에 그저 따라붙고 있는 느낌이다.

농사의 ‘ㄴ’자도 모르면서 무작정 돌입한 네 친구들이 당연하게 맞닥뜨린 좌충우돌은 단순한 재미만 선사하지 않는다. 땅을 일구고 작물을 키우는 일에 수없는 정성의 손길이 오가며, 이러한 노력이 마땅한 결실을 본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농사라는 게 농사짓는 사람의 마음이나 노력처럼 되지 않을 경우가 좀 더 많다는 것. 그럼에도 온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기에 더없이 고귀한 행위임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이게 특별한 감상이 되는 까닭은, 우리는 이미 몇 단계를 거쳐 밥상 위에 올라온 농작물을 마주하는 게 다여서 그 시작점의 수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해 왔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감이 짙게 밴 방식으로 전해졌다면 공감의 진입장벽이 꽤 높았을 터. 하지만 배우가 농사를 짓는다는 다소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으로 접근했고 어떤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 두는 게 아닌 해보는 데 의의를 두고 진행했기에 오히려 보는 이들은, 출연자들을 따라 웃고 떠드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농사의 본질에 가닿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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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농사’를 대하는 네 명의 배우, 출연진의 자세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출연한 예능의 콘셉트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도 되었을 농사에 임하는 이들의 태도만큼은 판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된 일과에 도망치고 싶어 하다가도 하루의 온 힘을 꼬박 들여 밭을 돌보았고, 그렇게 돌본 작물이 싹을 틔우면 더없이 기뻐했고 자라지 못했을 땐 더없이 속상해했다.

주변 어르신들, 선배 농부들의 도움을 귀하게 여겼고 그들의 지혜를 높이 샀다. 물론 농사일에 너무 치이지도 않았다. 치일 만큼 전문적일 수 없기도 하고, 우선 초보자이니까 성과를 욕심낸다기보다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와 즐길 거리는 놓치지 않고 야무지게 취했다. 그야말로 농사에 진심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농사란 것 자체를 온전히 누린 모양새라 할까.

이처럼 ‘콩콩팥팥’은 균형감각이 뛰어난 예능프로그램이다. 출연진의 유명세와 이들이 보여주는 찐친 케미, 고된 농사일과 막간의 오락 시간, 직접 해 먹는 음식과 동네 식당 방문, 동네 어르신과 맺는 특별한 유대감과 제작진과의 돈독한 관계 형성 등등. 이 모든 요소가 ’농사‘라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고르게 균형 잡혀 있어, 예능으로서의 재미와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그래서 부담 없고 건강한 웃음을 선사한다.

콩 심은 데 콩이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난다. 농사에 진심인 이들이 모여 제대로 농사를 즐겨 주니 자연스레 ‘콩콩팥팥’의 예능 농사 또한 풍성해질 수밖에. 새삼 건강한 예능프로그램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프로그램 속에서 그들이 직접 지은 농사의 결과는 어떠할지 모르겠지만, ‘콩콩팥팥’이 거둘 수확은 나날이 풍성해지리란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콩콩팥팥‘, 김우빈 개인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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