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예능화, 리얼리티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4. 01.07(일)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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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헤어진 연인이나 이혼한 배우자를 거리낌 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서로 마음이 돌아서는 과정에서 볼 꼴, 못 볼 꼴 다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기도 하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적지 않은 시간 함께 했던 삶이 아무런 흔적 없이 갈라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약이라고들 하니, 까마득하게 보내고 나면 혹 나름의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맞닥뜨릴 수도 있겠다.

이 정도도 쉽지 않다는 게 대부분의 안타까운 현실로, 연예인은 오죽하랴. 특히 대중에게 공개된 관계는 그들만의 만남과 헤어짐이 될 수 없다. 수많은 대중의 눈과 매체의 입과 손이 끼어들어, 그럴 만하지 않았던 계기도 그럴 만하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실제로는 불편한 감정을 덜고 서로의 안온한 앞날을 빌며 떠나보냈음에도 서로 절대 맞닥뜨리면 안 되는 관계로 만들거나 하니까.

결국 둘의 의지나 노력 여부에 상관없이 껄끄러운 결말로 정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리하여 이후에는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음은 물론, 마치 볼드모트(‘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이름조차 함부로 부르지 못할 정도로 최강의 빌런)인 것처럼 서로의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는 게, 아니 못하는 게 일반적이고, 지극히 당연하다 여겨지는 흐름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당연한 것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제가 그렇게 쿨한 사람이 아니에요”
먼저 오래전 연인관계였던 신동엽과 이소라의 만남이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성사되었다. 이소라가 진행하는 방송으로, 헤어진 후 직접 얼굴을 맞댄 만남은 처음이었을 터. 사실 둘의 만남이 추진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신동엽이 출연 중인 타 예능프로그램에서 이소라를 섭외하기 위해 접촉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이소라는 자신이 그렇게 쿨한 사람이 아니라며 거절했다고.

놀랍게도 그랬던 그녀가 직접 신동엽을 초대한 것이다. 이별을 대하는 연예계의 기류가 바뀐 게 여실히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뿐인가. 이상민과 연인관계를 넘어 부부의 연을 맺었다 갈라선 이혜영은, 헤어짐의 모양새가 그리 좋지 못했음에도, 이상민에게 영상 편지를 남기고 그가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의사를 밝히는 등, 이들의 관계를 아는 대중으로선 더없이 놀랄 수밖에 없는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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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무와 한혜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둘은 1여 년간 공개 연애 끝에 결별했고, 한혜진은 해당 프로그램을 하차했다. 그리고서 서로 특별한 마주침 없이 각자의 활동에 전념해 오던 이들이 얼마 전, 연예인판 ‘환승연애’(이별을 경험한 일반인 남녀가 여럿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나간 사랑을 반추하고 새로운 감정을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가 생기면 출연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지나가는 농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언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모를 상황이어서, 전현무와 한혜진의 지난 날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사자들 또한 이전에는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 아니 두고 싶지도 않았을 상황일 터. 도대체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마침표를 찍은 연애 이야기를 굳이 다시 공개석상에 끌고 나오게 만드는 것일까.

먼저 결혼과 이혼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 크게 변화되며 이에 따라 연애를 다루는 방식 또한 과거의 틀에서 벗어난 까닭을 들 수 있다. 개인의 성향과 상관없이, 어느 정도 ‘쿨’해져도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할까. 여기에 대중이 연예인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도 한몫 했다. 전에는 어떤 진귀한 대상으로 존재 자체에 매혹되는 경향이 컸다면 이제는 연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또 공유하며, 그 속에서 발견되는 별반 다를 바 없는 친근한 모양새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것의 예능화, 라고 해도 될 만큼 무한히 확장되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가능성이다. 윤리적인 부분을 침범하지 않는 이상, 재미만 있다면 그래서 잘만 팔린다면 모든 게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으레 사석에서 남의 연애사만큼 호기심으로 귀가 뾰족 서고 눈이 반짝거리는 이야깃거리가 또 없지 않나. 그중에서도 연인 혹은 부부 관계였다가 헤어진 이들, 게다가 이들이 연예인이라면 게임은 끝이다.

연예인이란, 유명인이란 공통으로 알고 있어 누구 하나 소외되는 이 없이 원만하게 수다 떨 수 있고, 죄책감 없이 도마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대상이다. 한마디로 상당한 몰입도와 흥미를 유발할 것이 분명하고 시의성까지 좋은, 리얼리티 예능으로 만들기에 더없이 적합한 소재다. 제작진으로서 덥석 물지 않고는 못 배길 콘텐츠이며 출연자 입장에서도 화제성은 보장되어 있으니, 잘만 보면 손해 보지 않을, 오히려 기대 이상의 큰 이득을 볼 수도 있는 기회다.

연예인을 상대로 헤어진 연인 혹은 배우자와의 재회 콘텐츠는 이렇게 여러 방향의 입장이 교차하며 탄생되었다. 물론 여기서 ‘재회’란 깊은 관계가 다시 성립되는 것이라기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는 그때의 속사정, 그간의 이야기 등을 나눌 수 있을 정도의 만남을 의미한다. 어찌 되었든 실제 인물이 있고 실제 사건이 있는, 그래서 더욱 은밀하게 오고간 이야기마저 프로그램의 소재로 활용되다니, 무엇이든 가능한 리얼리티 방송의 힘을 새삼 실감하는 바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유튜브 채널 ‘슈퍼마켙 소라’, ‘밉지않은 관종언니’,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강심장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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