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감독, ‘중꺾마’ 정신으로 완성시킨 ‘닭강정’ [인터뷰]
2024. 03.20(수) 08:00
닭강정 이병헌 감독
닭강정 이병헌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이게 맞나 싶다가도 처음 마음을 떠올리며 꺾이지 않았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딱인, 듣도 보도 못한 코미디물 ‘닭강정’의 도전을 마친 이병헌 감독이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연출 이병헌)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사람이 닭강정으로 변한다? 이 황당무계한 설정의 원작을 왜 이병헌 감독은 시리즈화시킬 생각을 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 말도 안 되는 설정이 자꾸 다음화를 궁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병헌 감독은 “제작사에서 ‘감독님이 재밌어할 거다’라면서 작품을 주더라. 처음엔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왜 보라고 한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다음화를 보고 있더라. 이게 뭘까 별별 생각을 다 했는데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원작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해보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성공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때 이병헌 감독은 도전적인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비슷한 게 있었다고 했다. 이에 이병헌 감독은 “영상화하기 많이 힘든 작품이다. 아무나 못할 것 같고, 나 역시도 잘 못할 것 같기도 하지만 뭔가 도전해 보고 싶었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작업들이 재밌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다양성에 중점을 두고 연출에 뛰어들었다고. 이병헌 감독은 “이런 형태와 톤의 드라마가 왜 있어야 하나라고 생각했을 때 다양성으로 접근했다. 앞으로 이런 장르를 하겠다는 사람에게 선례가 될 수도 있고, 이후 다양한 형태의 드라마들이 제작될 수 있는 것도 아닌가. 시장 전체로 봤을 때도 물론이고 저에게도 장점이었다. 저는 이런 시도들이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확고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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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각색 과정은 생각보다 더 쉽지 않았다. 이병헌 감독은 “글 쓸 때 현타가 왔다. 여러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서 멈출 수가 없는데 큰일 났다는 생각에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처음 원작을 봤을 때 자꾸만 다음화가 보고 싶었던 그 마음을 계속 떠올리며 그 고충들을 이겨냈다는 이병헌 감독이다. 그는 “내가 왜 재밌어했는지 그거 하나만 보고 가자고 했다. 이걸 나처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버텼다”라고 덧붙였다.

그 어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공이 컸다. 연극적인 연기톤도 찰떡같이 소화해 준 배우들을 보며 위안을 얻기도 했다고. 이병헌 감독은 “현장에서 (류승룡, 안재홍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두 배우도 이미 원작을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각오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촬영 현장에서 처음 연기하시는 걸 보고 마음속으로 되게 위안이 됐다”라고 했다.

이어 이병헌 감독은 “서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내적인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서로 부끄러운 순간도 있을 거고 조마조마 했을 텐데 그걸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생각들이 마음 안에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보는 사람들은 가벼운 코미디로 느낄지 모르겠지만 만드는 사람들은 진중하게 만들었던 작품인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병헌 감독은 “류승룡 선배부터 아예 각 잡고 준비해 오셨다. 잠시 나오는 작은 비중의 배우 분들도 주연배우들이 그렇게 이끌어주시니까 자연스럽게 해 주셨다. 배우 분들에게 감사한 부분이다”라고 배우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이병헌 감독은 원작의 색깔을 시리즈에 그대로 옮기겠다는 마음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물론 망설여진 순간도 있었지만, 취향이 맞는 사람이라면 크게 좋아할 수 있는 요소들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갔다. 이병헌 감독은 “호불호는 어쩔 수 없다. 그것을 잡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했다가 이 작품이 이도저도 아니게 될 것 같았다. 호불호는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가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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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러닝타임이다. 공개 이후 1회당 30분 이내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병헌 감독은 “구성을 할 때 전체적인 그림을 놓고 구조를 짜지 않나. 앞선 제 작품들은 교과서적인 구조를 갖고 있지만, 이번에는 거기에서 벗어나지만 이해가 되는 선 안에서 재밌게 꾸며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러닝타임이 짧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이병헌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큰 영광을 가져다준 건 단연 ‘극한직업’이다. 그렇지만 이병헌 감독은 ‘극한직업’만큼 대중적인 성취는 아닐지라도 개인적은 성취감은 크게 느끼고 있을 정도로 ‘닭강정’에 대한 큰 애정을 갖고 있었다.

아무도 쉽게 도전하지 않았던 작품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끝까지 완주해 낸 이병헌 감독이다. 그런 이병헌 감독이 아직 ‘닭강정’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짧고 굵은 말을 남겼다. “러닝타임이 길지 않으니까 조금만 참고 보시면 어떨까요? 욕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으니까 조금만 참아보세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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