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1958' 이제훈 "'한국인의 밥상'까지 보며 최불암 되기 위해 연구했죠" [인터뷰]
2024. 05.23(목) 07:00
이제훈
이제훈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수사반장' 최불암의 캐릭터를 맡는다는 건 배우 이제훈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최불암 그 자체가 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의 전작들은 물론, '한국인의 밥상'까지 시청하며 최불암이 되기 위해 노력한 그다.

최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극본 김영신·연출 김성훈)은 1958년을 배경으로 야만의 시대, 소도둑 검거 전문 박영한 형사가 개성 넘치는 동료 3인방과 한 팀으로 뭉쳐 부패 권력의 비상식을 상식으로 깨부수며 민중을 위한 형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1971년부터 1984년까지 인기리에 방송된 '수사반장'의 프리퀄 작품이다.

원작 '수사반장' 속 박영한(최불암)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이제훈은 "'수사반장'을 보진 못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들은 이야기가 많았기에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 재밌고 기대가 됐다. 또 MBC에서 그간 했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영화 감독을 섭외하고 외주와 공동 제작 형태로 만들어나간다 하더라. 그런 면에서 신선하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대본이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보며 더 호기심이 생겼다"라고 밝히면서도, "다만 촬영 일자가 잡히면서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최불암 선생님의 역할을 정말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겁이 났다"는 이제훈은 "선생님의 면모를 따라 하고자 많이 팠던 것 같다. 하나 한편으로는 오리지널 '수사반장' 속 박영한에만 몰입하면 캐릭터에 함몰되어 나라는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것 같아 많은 고민을 했다"라면서 "어렸을 때 '그대 그리고 나'라는 작품을 봤었는데, 그곳에선 '수사반장' 속 박영한과는 달리 선생님의 아버지로서의, 로맨티시스트로서의 모습이 잘 담겨 있더라.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존 박영한이 갖고 있던 냉철함과 분석력, 카리스마를 살리면서도 최불암 선생님이 갖고 있을만한 다채로운 모습을 녹여내려 했다. '최불암 시리즈'와 '한국인의 밥상' 등 선생님의 대표작들을 다시 돌아보며 다채로운 박영한을 보여주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불암의 직접적인 조언까지 더해지며 이제훈은 더 완벽히 박영한이 될 수 있었다. 대본 리딩 당시 이제훈을 만난 최불암은 박영한을 연기함에 있어 꼭 필요한 조언을 하나 건넸단다.

이제훈은 "'박영한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화, 그걸 가슴에 담아두고 표현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조언을 해주셨다"라면서 "그게 키포인트였던 것 같다. 오리지널 '수사반장' 속 박영한은 이성적인 사고로 범인을 잡는데, 과연 처음부터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부터 박 반장은 아니었을 텐데, 분명 어리숙하고 에너지만 가득했던 미성숙한 시절이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떠올랐다. 선생님 말을 듣고 난 뒤, 울분이나 화를 조금 더 과감하게 표현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게 표현하려 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선생님의 존재를 계속 느꼈고, 선생님이 보신다는 마음으로 매 장면을 연기했다. 선생님에게 있어 난 잘 모르는 연기자일 수도 있는데, 본인의 인생 캐릭터일 수도 있는 박영한을 믿고 맡겨주시고 용기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했다"라고 다시 한번 최불암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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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 1958'을 촬영하며 이제훈이 의지한 건 최불암 뿐이 아니었다. 수사 1반 소속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후배 배우들에게도 의지하며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고. 이제훈은 수사 1반 소속은 물론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서은수까지 빠짐없이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서호정 역의 현수는 우리 팀 제갈량 같은 역할이었는데, 신인의 입장에서 주눅 들지 않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다"라고 입을 연 이제훈은 "요즘 친구들은 다르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하기보단 오히려 현장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잘 받아주더라. 덕분에 나도 어떤 걱정도 없이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우성이는 원래 굉장히 샤프한 친구인데 조경환 역을 위해 증량을 엄청나게 했다. 초반엔 10kg를 늘렸고, 촬영 말미엔 25kg 이상을 증량했다. 건강이 염려될 정도로 열정적으로 체중을 늘렸다. 캐릭터에 대한 표현을 열심히 해줘서 대견했다"면서 "동휘의 경우 막판에 촬영이 몰리다 보니 힘들었을텐데, 밤샘 촬영 뒤에 나와 함께 예능도 따라와주며 힘을 보태줬다. 나만 힘들면 되는데 같이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미안한 부분이 많더라. 그럼에도 작품을 위해, 홍보를 위해 애써주는 모습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함께한다는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또 서은수에 대해선 "오랜만의 멜로라 기대됐는데, 서은수 배우가 있어 설레는 감정을 작품에 잘 담아낼 수 있었다 생각한다. 사귀기 전의 설레는 감정과 감정을 이루고 아내에 표현하는 사랑까지, 이런 것들이 모두 그 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한과 혜주(서은수)의 로맨스가 더 많이 안 담겼다는 정도. 나중엔 아이까지 임신하게 되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는 행복한 모습까지 담겼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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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제훈은 최불암이라는 대선배와 의지할 수 있는 후배 배우들에 힘입어 '수사반장 1958'을 잘 완성해 내는 데 성공, 본인 역시 "모든 것을 쏟은 작품이었고, 최불암 선생님이 밑바탕을 잘 깔아주셔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 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나 일부 시청자들은 악을 단죄한다는 내용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모범택시'나 '시그널' 등 그의 전작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이제훈 역시 이를 인지하고 기시감이 생기는 것에 대한 주의를 늘 갖고 있었다. 그는 "배우이다 보니 항상 내가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요즘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 있나 알아보기 위해 뉴스나 신문 등을 찾아보면 이런 사건 사고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본능적인 부분에 있어 영향을 미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의를 구현해 내야 한다'라는 주제 의식을 갖고 있는 작품을 선택하게 됐고, '시그널' '모범택시'와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아마 앞으로도 그런 마음가짐은 갖고 갈 것 같다"라고 밝히면서도 "다만 표현 방법이 안티 히어로가 될 수도, 정의의 사도가 될 수도, 그 대척점에 있는 악역이 될 수도, 어떤 미스터리한 속내를 갖고 있는 인물이 될 수도 있지 않냐. 앞으로 이런 작품을 또 만나게 된다면 색다른 도전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배우로서 새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 내게 남은 과제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제훈은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연기론이 있냐는 물음에 "과거엔 감독님 말씀만 잘 따라 연기해야지라는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지금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날 둘러싼 배우부터 촬영해 주고 목소리를 담아주는 스태프들, 환경을 조성해 주는 제작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베이스를 다져준 기획자들, 자금을 마련해 준 투자자까지 모든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하면 할수록 내가 하는 연기가 정답이냐 아니냐 정의 내리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경험이 쌓이다 보면 다른 선배들처럼 숨만 쉬어도 찬사를 듣는 존재가 될 줄 알았는데,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 같다"라고 답하며 "우선 지금은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변의 의견도 귀담아들으려 노력 중이다. 스스로 의문을 가질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내 연기에 대해 꼭 좀 얘기해달라 한다. 앞으로도 그 말들을 믿고 연기를 해나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컴퍼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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