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가 설계가 부실하네 [씨네뷰]
2024. 05.28(화) 12:00
설계자
설계자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청부 살인을 설계한다는 설정까진 좋았지만 디테일이 아쉽다. 제목과 달리 부실한 설계로 99분의 짧은 러닝타임마저 길게 느껴지는 영화 '설계자'다.

29일 개봉하는 '설계자'(감독 이요섭·제작 영화사 집)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이 새로운 의뢰를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영일은 팀원 재키(이미숙), 월천(이현욱), 점만(탕준상)과 함께 철저히 세운 계획을 마침내 실행에 옮기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맞이하게 된다.

영화의 초반 10분은 꽤나 흥미롭다. 도면처럼 잘 짜인 계획을 바탕으로 팀원들과 함께 의뢰받은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영일의 모습을 담아내며 작품의 기대치를 한껏 높인다. 여기에 강동원의 날카로운 비주얼과 묵직한 저음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는 오프닝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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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새로운 의뢰인 주영선(정은채)을 만나며 '설계자'는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우선 '설계자'답지 않은 빈약한 설계가 발목을 잡는다. 주영선으로부터 살인 의뢰를 받은 영일은 팀원들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는데, 그중에서 '비'를 이용한 살해 계획을 선택한다. 비가 내리면 감전사로 위장해서 목표를 죽이자는 것인데, 아이디어는 좋지만 결과까지 가는 과정이 빈약하다. 영일과 팀원들은 마치 기우제를 지내 듯 감전사가 가능할 정도의 비가 내리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조건이 맞지 않자 영일은 수차례 '해산'을 외친다. 모든 걸 운에 맡긴 살해 계획마저 어처구니없는데 '설계자'이면서 플랜 B나 플랜 C도 준비해 놓지 않는 태도가 아쉬움을 더한다.

빈 공백을 채우는 방식도 허술하다. 여러 차례 계획이 실패하며 작품의 텐션이 늘어지게 되는데, 이요섭 감독은 이 공백들을 스토리와는 큰 연관이 없는 팀원들의 사담과 '사이버 렉카'로 불리는 유튜버들로 채워 넣는다. 자극적이면서도 유머스러운 장면들을 환기하는 역할로 활용해 최대한 텐션을 팽팽하게 유지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건조하고 딱딱하게 잡힌 '설계자' 특성상 이런 장면들은 작품 속에서 겉돌며 오히려 몰입감만 낮추는 역할을 한다.

러닝타임 내내 영일이 언급하는 거대 청부 살인 기업 '청소부'의 존재도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하자면 '과유불급'이다. 이요섭 감독은 관객들로 하여금 '청소부'의 존재 여부를 계속해 의심하게끔 설계하려 했으나 철저히 실패하고 말았다. 어느 쪽도 설득력 없이 그려내며 엔딩에 다다라서는 의구심만 품게 한다. 만약 '청소부'가 존재한다면 왜 영일과 팀원들을 노린 것인지, 나름 청부 살인 전문 업체인 '청소부'가 왜 계속 버스를 이용한 살해 계획만 세우는지, 영일이 사고를 당하기 전 봤던 여성의 정체는 누구인지 등이 전혀 설명되지 않아 엔딩을 보고 나서도 물음표만 그어진다. 차라리 한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잡아놓고 엔딩까지 달려갔다면 더 깔끔한 전개가 완성됐을 것이라는 아쉬운 끝맛이 남는다.

'설계자'에서 유일한 장점을 꼽자면 이미숙, 이현욱, 탕준상이 연기한 캐릭터들이 일회용으로 소비되기엔 꽤나 매력적이라는 점 정도. 하지만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범죄도시4' 등의 아성을 넘기엔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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