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잘 나가다 삐끗한다. 갑작스러운 장르 변경으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황스럽게 만드는 영화 ‘리볼버’다.

7일 개봉된 ‘리볼버’(감독 오승욱)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의 재회로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약속한 대가를 받기 위한 수영의 처절한 몸부림을 시작부터 버석하고 건조한 분위기 속에 차근차근 담아낸다. 여기에 감정을 덜어내고 악착같이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들끓는 감정들을 무표정에 가둬둔 전도연의 얼굴이 몰입을 돕는다.

누아르 분위기를 한층 높이는 화면 구도와 조명, 음악 등이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누아르의 분위기를 잘 쌓아가던 영화는 중반부부터 갑작스레 장르 변경을 시도한다. 블랙 코미디가 끼어들면서 영화는 이도저도 아닌 맛으로 전락한다. 누아르를 기대하고 보게 될 관객이라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블랙 코미디 요소들이 자연스럽지 않고 물과 기름 같이 영화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다.

초반부 분위기를 잘 깔아갔던 만큼, 장르 변경을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남는다.

특히 극 중 ‘향수 뿌린 미친개’ 앤디(지창욱)의 캐릭터의 잘못된 방향성이 누아르와 블랙 코미디의 부조화에 기름을 들이 \붓는다. ‘향수 뿌린 미친개’라는 별명과는 다르게 그저 ‘금쪽이’ 같은 앤디의 상스러운 욕과 징징거림은 영화의 매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다. 배우가 경로를 잘못 설정한 것인지 감독의 디렉팅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크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여타 작품과는 다르게 감정을 덜어낸 전도연은 색다른 인상을 자아낸다. 특히 앤디 뒤에서 리볼버를 들고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수영의 포스는 역시 전도연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압도적이다. 임지연은 자신만의 매력으로 정윤선을 그려냈다. 수영을 도와주는 듯하다가도 이용해먹으려고 하는 묘한 관계성을 미묘하게 표현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특별출연한 전혜진과 이정재, 정재영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다. 이정재는 주인공이라고 해도 될 만큼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정재영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전혜진은 마지막 엔딩에서 그레이스의 지난 서사를 모두 느껴지게 만드는 뒷모습 연기로 깊은 여운을 더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각각의 요소들로 초반부 분위기를 잘 깔아갔던 만큼, 장르 변경을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남는 ‘리볼버’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리볼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