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선한 것이 늘 이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선함이 우리를 조금이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한다. 세상을 대단히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그와 같은 방향으로 가면 조금 더 나은 하루가 올 거란 믿음을 주는 힘이 있다. 선한 김우빈이 우리에게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지난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감독 김주환)은 태권도, 검도, 유도 도합 9단 무도 유단자 이정도(김우빈)가 보호관찰관 김선민(김성균)의 제안으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전자발찌 대상자들을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무도실무관으로 함께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김우빈은 극 중 재미로 무도실무관이 되지만 점차 사명감을 갖고 성장하는 이정도를 연기했다.

김우빈은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고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우리 주변에 항상 있었던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존재도 소중함도 몰랐다는 게 부끄러웠다는 김우빈이다.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알게 된 뒤 김주환 감독과의 첫 미팅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읽을 때 이 분들이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고 읽었다”고 말했다. 김우빈은 그 말에 기뻐하는 김주환 감독과 마음을 모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무도실무관’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김우빈은 이정도의 감정에 집중했다. ‘재미’가 삶의 최우선 목표였던 이정도가 무도실무관으로서 범죄자들과 부딪히면서 점차 사명감을 가지고 성장해 나가는 감정선을 관객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우빈은 “정도가 느끼는 감정들과 그 변화에 집중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다만 초반부 이정도가 ‘재미’ 때문에 무도실무관이 된다는 설정은 관객들의 호불호를 자아냈다. 인물의 무게감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김우빈은 “시작이 너무 진지하면 정도의 변화를 보여주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면서 “시나리오에 쓰여있던 정도의 마음가짐이 딱 그 정도였다. 선민이 형의 제안과 아빠의 응원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무도실무관을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다가 일을 해나가면서 보람을 느끼는 이정도의 마음들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도의 순간들을 제가 온전히 느끼면서 연기하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정도의 감정선을 디테일하게 풀어내기 위해 김우빈은 김주환 감독에게 많은 의견을 제시했다. 영화의 전체적인 그림 아래 정도의 감정을 신마다 알맞게 담아내고 싶었단다. 이는 이정도의 진정성이 ‘무도실무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우빈은 “저는 정도의 감정들이 과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감정들을 나눠서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신마다 감정 변화의 수준을 나눠서 표현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정도의 감정에 집중한 김우빈은 액션에도 감정을 넣으려고 했다. 아니 김우빈에게는 모든 장면들이 감정신이었고, 부분마다 액션의 옷을 입힌 것뿐이었다. 김우빈은 “저는 이 영화를 개인적으로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 장르의 영화라고 생각했다”면서 “이정도의 변화와 감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액션을 할 때에도 감정 연기에 더 집중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우빈은 “그렇지만 ‘도합9단’의 모습으로 관객들을 설득 해야 했기 때문에 무술감독님 지도 하에 3시간씩 연습을 하며 3개월을 지냈다. 체육관에 못 나가는 날도, 촬영하는 내내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우빈은 액션도 이정도스럽게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연구했다. 액션을 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에 대해 김우빈은 이정도의 “들어와” 신에 대해 “제가 설정한 정도의 나이는 1995년생이다. 영화 ‘신세계’를 재밌게 봤을 나이라고 생각해서 황정민 선배를 따라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우빈은 “강기중을 때려잡고 수갑을 채우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미란다 고지를 꼭 하고 싶더라. 영화의 특색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컨닝하는 거 어떻냐고 의견을 냈는데 감독님이 좋아해 주셔서 현장에서 신을 만들었다. 정도를 한 번 더 각인시켜줄 수 있었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도실무관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 영웅들이 많이 있는데 제가 그걸 놓치고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촬영했죠. 근데 기억이라는 게 잠깐 지나가면 잊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한 번 노력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런 게 저에게는 ‘무도실무관’을 해서 생긴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이정도가 하루를 재밌게, 또 열심히 살았던 것처럼, 김우빈도 자신의 일상을 이정도처럼 꾸려나가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김우빈은 “요즘의 저는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고 싶어 하고 그렇게 충실하게 사는데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매 순간이 거창하고 빛나야만 가치가 있고 특별한 삶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무 일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내가 평범하다는 반증인 것만 같아 괴로웠던 시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김우빈의 말을 들으니 평범하게 하루를 무사하게 보내는 것이 누구의 도움 없이 온전히 내 손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걸 알게 됐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기에 자신 역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기부든 뭐든 조금씩 하고 있다는 김우빈이다. 충실하게 살아낸 하루가 쌓이면 느리지만 반드시 행복은 오고,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 역시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는 김우빈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작품으로나 또 개인의 삶으로서도 대중에게 좋은 영향을 펼치고 있는 김우빈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