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한 톨의 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쏟아붓는다. 캐릭터와 작품 곳곳에 그의 진심으로 가득하다. 매 작품마다 캐릭터가 살아 숨 쉬듯 우리에게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배우 변요한은 늘 진심이었다.

지난 4일 14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된 MBC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연출 변영주, 이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변요한은 극 중 10년 전 살인사건의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정우를 연기했다.

변요한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인연은 다큐멘터리로부터 시작됐다. 대본을 읽고 나서 우연히 사법 피해자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다는 변요한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TV를 끄는 순간 그 사람은 내가 외면하는 사람이 될 것 같더라. 그래서 시나리오를 한 번 더 봤다”고 했다.

억울하다고, 죄가 없다고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는 그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싶었던 마음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선택했다는 변요한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독일의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을 배경으로 새롭게 각색을 거쳐 완성됐다. 이에 변요한은 캐릭터의 첫인상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만 원작을 읽었단다. 변요한은 “저만의 방법인데 이 캐릭터의 감정이 섬세해질 때쯤 책을 닫는다. 너무 디테일해지면 연기할 때 자유로움이 없어지더라”고 말했다.

여타 작품에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새벽에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캐릭터에 대해 집요하게 물을 정도로 변요한은 캐릭터를 만들 때 아이디어와 고민이 넘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만큼은 기존과는 다르게 의견을 내지도 않고, 감독에게 전화를 걸지도 않았다고. 언뜻 성의가 없어 보일법한 말이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 선택 역시 고정우에게 깊이 몰입하기 위한 변요한의 ‘신의 한 수’였다.

변요한은 “고정우라는 인물은 힘이 없는 사람이다. 고정우가 목소리를 내면 다들 무시하지 않나. 고정우가 말을 했을 때 뭔가 상대방과 주고받아야 하는데, 다들 안 믿는다면서 말할 기회를 안 준다. 그래서 고정우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9회부터는 말이 없어진다. 그래서 저도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고정우가 무천마을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고 핍밥받으면서 느꼈을 고립감과 외로움을 깊이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온몸으로 그의 감정선을 받아들이면서 연기했던 변요한이다.

극 중 고정우는 진실에 다가가려고만 하면 무천마을 사람들의 방해로 번번이 좌절했다. 그때 고정우가 느낀 답답함을 변요한도 오롯이 느꼈다. 변요한은 “오로지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캐릭터 같았다”라고 했다.

깊이 몰입하다 보니 고정우를 인간 변요한으로 전환시키는 버튼도 고장 나고 말았다. 촬영이 끝났는데도 쉽게 고정우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변요한은 이에 대해 “고정우는 제가 지켜줘야 하는 역할이었다. 다른 캐릭터들은 조율이 된다. 변요한과 캐릭터가 싸우기도 하고, 그 사이에서 조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정우는 제가 멀리서 계속 지켜봐야 하는 캐릭터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변요한은 “확신이 아닌 의심이 많았다. 결론적으로는 함께 고독해지고 같이 외로워지는 게 맞는 것 같더라”라고 고정우의 외로움을 함께 짊어져 극을 완성해 나갔다고 했다.

이처럼 변요한은 그야말로 열과 성을 다해서, 기존 연기 방식도 바꿔가면서 고정우를 완성했다. 그러나 변요한의 노력이 담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촬영 완료 후 2년이 지나도록 편성을 받지 못해 표류했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다르게 자꾸만 미뤄지는 방송 일정에 초조했을 법도 한데, 변요한은 되려 기대가 됐다며 웃었다.

변요한은 “저는 사실 걱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대가 됐다.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대충 만든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다만 어느 시기에 어떻게 나오게 될까라는 생각은 했다”라고 했다.

변요한의 믿음처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팀의 ‘피땀눈물’은 헛되지 않았다. 높은 완성도로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그야말로 ‘껑충’은 아니지만 조금씩 시청률 상승을 기록했다. 이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1회 2%대의 시청률에서 마지막 회에서는 8.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에 대해 변요한은 “저희가 다른 콘텐츠나 예능에 나와서 홍보를 하지 않았다. 작품을 딱 던져놓고 기다려보고 싶었다. 진심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 드라마라는 콘텐츠는 재밌으면 시청자 분들이 알아봐 주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변요한의 진심이 안 닿은 곳이 없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다. 그래서인지 변요한은 아직 엔딩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했다. 늘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들이 드라마 엔딩 이후에도 잘 살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작품을 떠나보냈다는 변요한이다. 그렇지만 유독 고정우만큼은 잘 살고 있는지 몰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여운에 매몰된 모습을 보였다.

변요한은 올해 영화 ‘그녀가 죽었다’부터 디즈니+ ‘삼식이 삼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까지 세 작품으로 쉬지 않고 대중과 만났다. 누구보다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낸 변요한이다. 이에 대해 변요한은 “정말 특별한 해다. 제가 갖고 있는 특별함도, 부족함도 열심히 느낀 해라서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된다”며 다가올 2025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TEAMH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