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나와는 다른 속도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같이 걷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룹 엔시티(NCT) 재현의 속도로 함께 한 여정은 조용하지만 다채로운 감정들이 빚어낸 추억과 기억으로 앞으로도 같이 걷고 싶게 만드는 진심으로 가득하다.

지난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재현의 첫 단독 팬콘 ‘2024 재현 팬콘 <뮤트>(2024 JAEHYUN FAN-CON )’ 2회차 공연이 개최됐다.

이번 공연은 지난 8월 발표한 첫 솔로 앨범 ‘제이(J)’를 기념하고, 11월 4일 군입대를 앞둔 재현이 팬들과 함께 하는 군복무 전 마지막 공식 행사다. 지난 2013년 SM 프리 데뷔 시스템인 루키즈로 첫 발을 내딘 뒤 2016년 그룹 엔시티(NCT)로 데뷔한 이래 엔시티 127(NCT 127)을 통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온 재현의 여정을 총 망라한 공연이기도 하다.

공연의 타이틀인 ‘뮤트(Mute)’는 정적이고 모노톤이었던 재현의 세상이 가수 활동을 통해 만난 팬들로 인해 다채로운 소리들로 채워진다는 스토리텔링으로 의미를 더했다.

이날 재현은 첫 솔로 앨범 수록곡인 ‘로지즈(Roses)’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로지즈’에 이어 ‘포에버 온리(Forever Only)’ ‘호라이즌(Horizon)’ 등 재현만의 감성을 담은 무대가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자신만의 감성으로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재현은 이후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와 카펜터즈의 ‘(데이 롱 투 비) 클로즈 투 유((They Long to Be) Close to You)’, 프랭키 발리의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Can’t Take My Eyes off Yoy)’ 등 앞서 팬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커버 곡 무대를 통해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재현의 취향으로 가득했던 첫 솔로 앨범 타이틀곡 ‘스모크(Smoke)’를 비롯해 ‘컴플리틀리(Completely)’ ‘이지(Easy)’ ‘플래밍 핫 레몬(Flamin’ Hot Lemon)’ ‘댄디라이언(Dandelion)’ 등의 수록곡 무대도 만나볼 수 있었다. 올라운더답게 재현은 보컬과 랩, 춤 등 모든 요소들을 완벽히 소화하며 최상의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또한 재현에게 보낸 팬들의 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재현은 팬들의 편지를 읽으며 공연장을 찾아와 준 팬들과 함께 그간의 추억들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은 재현이 지난 24일 공개한 싱글 ‘언컨디셔널(Unconditional)’ 무대로 꾸며졌다. 카우보이를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고 등장한 재현은 무대 위를 활보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연이 끝났음에도 팬들은 여운에 잠겨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에 팬들은 엔시티 127의 ‘다시 만나는 날(Promise You)’ 떼창 이벤트를 펼쳤고, 이에 화답하듯 재현은 1층 객석을 누비며 첫 솔로 앨범 수록곡 ‘캔트 겟 유(Can't Get You)’를 부르며 팬들과 더욱 가깝게 소통했다.

재현은 마지막 앙코르 곡을 남겨두고 팬들에게 “늘 저를 믿어주고 제 속도에 맞춰서 함께 나아가줘서 감사드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의 진심을 꺼냈다.

이어 재현은 “공연 제목이 ‘뮤트’이지 않나. 저는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어떤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었다. 사실 힘들 때도, 기쁠 때도 있었는데 그걸 항상 알아주고 믿어주고 함께 해주신 여러분 덕분에 그 시간들을 잘 지나오면서 제가 계속해서 여러분들에게 뭔가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저의 속도가 좀 그럴 수도 있지만 저를 믿고 이 속도를 함께 따라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재현은 ‘트라이 어게인(Try Again)’으로 마지막 무대를 꾸미며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와 준 팬들에게 여전히 같은 마음으로 돌아올 시간을 약속했다.

‘트라이 어게인’ 무대가 끝나고 재현이 퇴장한 뒤, 재현이 남긴 깜짝 영상 편지가 공개됐다. 재현은 영상 편지를 통해 “‘뮤트’라는 이번 공연의 주제가 저에게는 다양한 의미가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뮤트 세상에서 이 직업이 아니라면 느껴보지 못했을 여러분과의 소중한 추억, 특별한 관계, 큰 사랑 덕분에 지금의 제가 채워져 나간다는 의미도 있다. 평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노력이나 많은 말보다는 진심을 담은 한 마디, 그리고 가끔은 느린 말투가 떠올리기도 했다. 늘 제 속도에 맞춰서 저를 믿고 함께 나아가줘서 고맙다. 사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입대 전 여러분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하게 된다면 좋은 음악과 무대로 채우고 싶었다. 여러분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되었길 바란다.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많으니까 계속해서 기대해 달라. 건강히 잘 다녀올 테니까 여러분도 몸과 마음을 잘 지내고 있어야 된다. 함께 한 추억을 회상하며, 앞으로 함께 할 여정을 기대하며 열심히 기대하고 있겠다.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는 진심을 전해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이처럼 이번 공연은 영원한 것은 없을지라도 추억과 기억은 영원할 거라 믿고 싶어 지게 만드는 재현의 진심이 여실하게 와닿았던 공연이었다. 남들 보다는 느리지만, 한 걸음 한걸음이 분명한 진심으로 가득했던 재현의 여정이다. 군 입대로 생길 공백마저 자신만의 속도로 채워나갈 재현의 길을 아낌없이 응원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