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이병헌이 프론트맨으로 돌아왔다. 게임 참가자였던 과거를 지나 프론트맨이 되고, 다시 게임에 참가하는 오영일 3인 1역과도 같았던 고난도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며 ‘오징어 게임2’의 흥행을 이끈 이병헌이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이병헌은 극 중 프론트맨이자 게임 참가자 오영일을 연기했다.

시즌1에서 게임 관리자 프론트맨으로 특별출연했던 이병헌은 이번 시즌에서 본격적으로 주연으로서 함께하게 됐다. 처음 시즌2 결정이 됐을 때, 이병헌은 내심 프론트맨인 황인호가 처음 게임에 참가했던 이야기가 그려질 거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시즌2는 성기훈이 게임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다시 참가자가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에 이병헌은 “시즌1에서 현재 진행형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황동혁 감독은 대단한 사람이다”라면서 “짧은 시간에 13개의 에피소드를 그것도 재밌게 쓴다는 건 천재적인 이야기꾼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직접 읽어 본 시나리오는 더 대단했다고 추억한 이병헌이다. 그는 “3회 엔딩에서 프론트맨이 1번 참가자라는 걸 알았을 때 저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그 놀라움은 부담감으로 바뀌었다. 프론트맨이자 황인호의 삶을 생각해 본다면, 황인호가 게임 안에서 평범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병헌은 이에 대해 “실제 황인호의 삶을 생각하면 와이프가 아프기 시작할 때 자기가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게 된 거 아닌가. 아내와 아기를 살리지 못해서 삶에 아무런 희망이 없을 때 게임에 들어가서 자기가 지금껏 살아왔던 암울한 시간보다 훨씬 참혹한 인간의 밑바닥 본성을 경험한 것 아닌가. 더 이상 인간과 세상에게도 한치의 희망도 없는, 비관론의 끝이 된 황인호는 아무리 평범한 사람처럼 연기한다고 해도 게임할 때 환호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했다.

황인호와 프론트맨, 그리고 오영일의 비율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는 이병헌은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오영일이 된 황인호는 되게 어두울 것 같은데 그걸 깨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병헌은 프론트맨이 게임에 참가하게 된 이유로 “가장 큰 목적은 기훈이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신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를 무너뜨리는 것이다”라면서 “시청자들이 왜 오영일이 X를 누르는지 궁금해하시는데 그것도 결국 기훈을 가지고 노는 느낌이다”라고 했다.

이병헌은 ‘오징어 게임 2’ 촬영하는 내내 프론트맨과 황인호, 오영일 중 어디에 비중을 두고 연기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했다. 그는 “내가 어느 정도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지 저는 캐릭터에 입각할 수밖에 없지 않나. 프런트맨의 입장에서는 쉽게 나올 감정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절제하면 감독님은 조금 더 보여달라고 했다. 그 반복이었다”라고 했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둥글게 둥글게’ 게임에서 정배와 함께 들어간 방에 먼저 들어가 있던 참가자를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이었다. 이병헌은 이에 대해 “그 장면에서는 황인호, 프런트맨, 오영일을 순식간에 번갈아가면서 연기를 해야 했다.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그게 보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이정재에 대해 “서로 호흡을 맞춰본 적은 없지만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시상식이나 사석에서 봐왔던 친구이기 때문에 이번에 연기 호흡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눈빛만 봐도 바로 할 수 있을 정도였다”라고 했다.

이정재 외에도 이번 작품에서 이병헌은 젊은 배우들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에 이병헌은 준희를 연기한 조유리가 가장 인상 깊었다면서 “저는 그 친구가 아이돌 출신이었는지 몰랐는데, 눈빛이 너무 좋더라. 감독님에게 ‘저 배우는 눈빛이 너무 좋다’고 했더니 본인도 그게 마음이 든다고 하더라. 이 작품을 통해서 그 친구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미국 진출 1세대 배우로서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은 이병헌에게 남다른 감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병헌은 “처음 할리우드 작품을 할 때 이제 날 모르는 세상 사람이 없겠구나 했는데, 아무도 못 알아봤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시즌2 공개하기 전에 해외 팬들을 만났는데 내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 합쳐도 이런 팬들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외였다. 내가 영어로 연기를 하고 블록버스터 작품을 했음에도 불고하고 한국 감독, 동료들과 함께 한 작품으로 그런 자리에 서서 그렇게 환호를 받고 성원을 받는다는 게 되게 묘했다”고 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글로벌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올해 공개를 앞둔 시즌3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병헌은 시즌3에 대해 “캐릭터들의 사연이 더 깊어지고, 또 캐릭터들 간의 관계들과 그 사이에 드라마가 생기지 않나. 시청자들이 이미 몰입한 상황에서 누군가 죽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이야기가 종결이 되니까 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해 기대감을 높였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