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래퍼 저스디스가 악뮤 이찬혁을 디스했으나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26일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12' 제작진은 'SMTM12 CYPHER VVS 2025 리믹스 - 저스디스'라는 제목의 래퍼 공개 모집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 속 저스디스는 특유의 타이트한 랩으로 '쇼미더머니 12'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영상 중반부 '힙합이 망했어? 그럼 꺼져 / 사랑으로 시작한 누군가에게 이건 종교 / 더 위켄드 하위호환 우라까이 파쿠리 / 조크 온 유 난 웃음꽃 펴 무라카미 / 넌 베낀 거 숨기고 난 벗겨 새 옷'이라는 가사가 논란이 됐다.

저스디스의 가사는 악뮤 이찬혁을 향한 일종의 디스였다. 근 몇 년간 이찬혁의 정규 1집인 '에러(ERROR)'가 힙합 리스너들 사이에선 캐나다 가수 위켄드를 따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고, 이찬혁 또한 해당 앨범에서 위켄드를 오마주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저스디스의 '더 위켄드 하위호환 우라까이 파쿠리'라는 가사는 이찬혁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라까이'와 '파쿠리' 모두 베낀다는 뜻을 가진 은어며, 동시에 '힙합이 망했어?'라는 대목 또한 과거 '쇼미더머니 10'에 출연해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라고 말한 이찬혁에게 하는 대답이라는 추측이 이어졌다.


"래퍼면 랩으로 말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저스디스의 디스랩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차갑다. 이는 최근에도 가요계에서 이찬혁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은 다소 독특할지 몰라도 대중에게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각인시켰고, 솔로 정규 앨범 '에로스' 수록곡 '멸종위기사랑'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무엇보다 KBS '열린음악회' 무대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210만 회를 돌파했다. 한 누리꾼은 이찬혁의 가사를 가져와서 디스를 하는 모양새를 보고 "수년 전 이찬혁이 뿌린 떡밥을 아직도 굴릴 정도로 자체적으로 굴릴 떡밥도 없는 게 국힙의 현주소"라며 꼬집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이래서 힙합이 안 멋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누리꾼들의 지적처럼 현재 힙합계는 비교적 잠잠하다. 릴 모쉬핏과 식케이의 'K-플립', 염따의 '살아숨셔4' 등이 올해의 명반으로 거론되지만, 화제성은 몇 년 전만 못하다. 일각에선 그렇게 힙합을 사랑하는 저스디스가 지난 2020년부터 언급해 온 정규 2집 'L.I.T'은 왜 발매하지 않는 것이냐는 지적도 따랐다. 'L.I.T'은 저스디스가 2022년 안에 못 내면 은퇴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큰 공을 들이고 있는 앨범이다.

영상 말미에서 저스디스는 "발매 임박 Lost In Translation(L.I.T)"이라며 임팩트를 노렸지만, 수차례 발매를 예고해 온 탓에 이마저도 화제성이 떨어졌다. 이미 수 차례 속으며 기다려 온 팬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저스디스의 가사가 설득력을 잃은 데는 래퍼들의 군 복무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정작 저스디스도 군대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나 활동이 없으며, 병역 의무 이행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이찬혁은 일찌감치 2017년 9월 해병대로 입대해 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심지어 자신의 재능을 살려 '해병승전가'라는 군가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가사가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엠넷에서 그간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 온 저스디스가 직접적으로 디스를 펼칠 이유가 없다는 탓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저스디스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힙합은 다시 '멋지지 않다'는 이미지를 안게 됐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Mnet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