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또 승리다.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븐 유)이 또다시 법원에서 승소했다.

지난 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유승준이 미국 LA(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을 상대로 제기한 사증 발급 거부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세 번째 소송에서도 같은 결과가 반복된 셈이다.

재판부는 유승준의 한국 입국이 국가 안보나 사회 질서, 외교적 이익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나아가 입국을 차단했을 때 얻게 되는 공적 이익보다, 본인이 겪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크므로 이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국민 의식의 성숙을 고려할 때, 그가 한국을 찾는다고 해서 사회적 불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판결문에 담겼다. 유승준에 대한 한국 국민의 반감이 '사회적 불이익' 보다는 '감정적 반감'에 근거함을 감안하면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실제 여론이 아닌 법리적 판단에 더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02년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 자체를 무효로 해 달라는 유승준의 또 다른 청구는 각하됐다. 이는 법원의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유승준은 형식적, 서류적 측면에서 완벽한 승리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말대로 '명예회복'을 원하는 것 같다. 그 역시 이번 판결이 실제 귀국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도 한국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싶은 욕심은 없다고 밝혔다.

그를 두고 법과 행정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승준의 연이은 법적 승리에도 불구, LA총영사관은 단 한 번도 그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았다.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이다. 그럼에도 유승준은 소송을 멈추지 않았다.

혹여 LA총영사관이 한발 물러나 유승준의 입국 허가를 위한 절차에 들어서더라도 유승준이 실제로 제 발을 한국 땅에 디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승준은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주홍글씨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유승준=배신자=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이 이토록 선명한데 그가 재판부가 언급한 '(한국) 국민 의식의 성숙'에 기대 이들과 화해할 용기를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그러할 의지는 있을 것일까.

대다수의 한국인들 여전히 그를 병역 기피의 상징으로 기억한다. 한국 국민에게 중요한 건 재판부의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괘씸한 '신의 아들'이 대가를 치르는 걸 보는 일이다. 재판부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드물다. 한국 국민들도 안다. 재판부의 판단이 충분히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성문법 영역을 넘어 불문법으로 다스려지고 있는 게 유승준을 둘러싼 논란이다. 남성이라면 좋든 싫든 의무적으로 입대를 하는 이 나라에서 유승준이 쉽사리 '여론 면죄부'를 얻기 힘든 이유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승준이 바라는 명예 회복은 (물론 그 자신의 만족이 기준이 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부질없어 보인다.

'입국 허용'이라는 완전한 행정적 결정을 끌어내는 것 자체가 유승준의 목표라면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근데 그게 진짜 명예 회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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