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일단 세계관 자체는 흥미롭다. 물론 엉성한 부분이 있지만, 후속편을 기대해도 될만큼은 된다. 다년간 다져온 K팝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경험이 녹아든 감각적이면서 강렬한 미장셴이 공포감을 한층 배가시킨다. 간만에 제대로 만난 공포 영화, ‘귀시’다.

17일 개봉되는 영화 ‘귀시’(감독 홍원기)는 여우 창문이 열리면 펼쳐지는 귀신 거래 시장 ‘귀시’에서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벌이는 섬뜩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먼저 ‘귀시’의 장점은 세계관 설정이다. 금지된 시장이라는 독창적 배경은 관객을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고,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키는 강렬한 흡입력을 발휘했다. 귀신을 사고파는 기이한 설정은 단순한 공포적 장치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이 지닌 결핍과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서늘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또한 박수무당 역의 원현준은 다섯 개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큰 이야기처럼 엮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장치는 옴니버스 형식의 단절감을 완화하고, 작품 전체에 흐르는 세계관의 응집력을 한층 강화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은 이 작품이 욕망과 그에 따른 대가라는 주제를 다섯 개의 옴니버스 에피소드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외모, 명문대 진학, 인기, 성공 등 현실 속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욕망을 귀신 거래라는 초현실적 장치에 빗대어, 관객이 이야기에 더 현실적으로 몰입하게 만들면서 공포감을 극대화 시켰다.

홍원기 감독은 뮤직비디오 연출 경험을 토대로 감각적인 미장센과 강렬한 이미지를 곳곳에 배치했다. 그 장면들은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영화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공포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

또한 그로테스크하고 고어한 이미지들이 적절히 활용해 장르적 쾌감을 살렸다. 과장된 자극에 머무르지 않고 긴장감을 끝까지 끌어올려, ‘귀시’를 공포 영화로서 충분히 매혹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완성했다.

물론 개연성이나 세부 디테일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도 있다. 그러나 ‘귀시’는 흥미로운 세계관을 감각적인 이미지로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특히 장르적 쾌감과 공포의 긴장을 끝까지 유지해낸 힘은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들 정도로, 공포 영화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개연성의 빈틈을 앞으로 어떻게 채워나갈지가 후속편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전망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