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20여 년만에 컴백한 닌자거북이, 제작진이 원했던 사실적인 비주얼이 독이 될 줄이야.

'닌자터틀'은 악당 슈레더와 그의 조직 풋 클랜이 장악하면서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게 된 뉴욕시를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는 열혈 방송기자인 에이프릴 오닐(메간 폭스)이 카메라맨인 번 펜윅(윌 아넷)과 함께 그들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취재하던 중 하수구에 살던 닌자터틀 사총사 레오나르도, 도나텔로, 라파엘, 미켈란젤로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에이프릴에게 이 거북이들은 이상하게 낯이 익다. 유전자 조작 실험으로 인해 사람과 같은 모습이 된 닌자들이 알고보니 에이프릴과 오래 전 맺어진 끈끈한 인연이 있었던 것. 이들은 단단히 뭉쳐 혼란에 빠진 도시를 구하러 나선다.

'닌자터틀'은 1984년 미국의 코믹북 아티스트 피터 레어드와 케빈 이스트먼의 코믹북에서 시작된 '닌자거북이'의 실사 영화다. TV애니메이션으로도 히트를 치면서 영화로까지 나왔던 닌자거북이들이 1993년 '닌자거북이3' 이후 20여 년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것이다.

이에 닌자거북이는 20대 이상에게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릴 적부터 함께해온 몹시 친근한 만화 캐릭터다. 영화는 이들을 저격,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성인관객까지 흡수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닌자거북이를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서인지 스토리가 너무도 10대 취향이라는 것은 함정이다.

위험에 빠진 도시에는 어디선가 숨어있던 영웅들이 튀어나오고 그 영웅들은 요즘 대세에 맞게 조금은 엉뚱하거나 허당인 면이 있다. 그리고 기술을 가진 누군가는 악의 무리에 결탁해 인간들을 더욱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주인공들은 어마무시한 적들에 큰 위기를 맞지만 서로 합심하며 적을 이겨내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준다. 히어로무비에서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 구성이다. '닌자터틀' 역시 이를 거의 대부분 따르고 있다.

진부한 스토리지만 다행인 것은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특히 눈 위에서 펼쳐지는 추격 액션신은 답답했던 마음을 확 뚫어줄 정도로 시원하고 짜릿하다. 이는 할리우드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ILM의 4세대 시스템을 통해 닌자터틀들은 굳이 두건 색깔이 아니더라도 생김새만으로 각각을 다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하게 표현됐으며 거북이들의 액션도 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도 제작진들은 "이들이 세계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걸 관객들이 믿게끔 최대한 현실적으로 디자인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극히 사실적인 비주얼이 오히려 환상을 깨게 만든다. 기억 속에 있던 귀여웠던 거북이들이 울퉁불퉁한 근육질로 바뀌면서 호감도가 떨어진다.

또한 홍일점 메간 폭스도 굳이 있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뜻밖에 미미한 존재감을 보여 아쉬움을 자아낸다. 거북이들에게 그저 '기승전얼굴'로 귀결되는 메간 폭스는 과할 정도로 용감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활약도는 부족한 편이다. 칭찬할 것은 엄하게 잡혀서 주인공을 곤혹시키는 대부분의 여주인공과는 달리 큰 민폐를 끼치진 않는다는 것이다. 12세이상관람가. 런닝타임 101분. 28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닌자터틀' 스틸컷, 예고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