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올 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좀비 호러, 그 오싹하고 짜릿한 감각에 새로이 눈을 뜬 좀비 마니아들이라면 주목할만한 작품이 있다.

여름 한철 관객몰이에 용이한 공포 영화는 매해 극장가를 찾았다. 매번 환각, 심령, 귀신 등이 잠식했던 공포 영화계에 새로운 키워드로 '좀비'가 떠올랐다.

지난 7월 20일 개봉된 애니메이터 출신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의 신세계를 보여주며 색다른 공포를 이끌어냈다. 마니아 성향이 강한 좀비 호러 무비에 무려 1130만 관객이 동원되며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물론 연상호 감독 특유의 인간 본성과 날카로운 세계관을 적시한 강렬한 연출 탓도 있지만, 확실히 좀비 호러에 새로이 눈을 뜬 관객들도 상당수다.

'부산행'의 프리퀄 애니메이션 영화 '서울역'(감독 연상호·제작 스튜디오 다다쇼) 또한 8월 17일 개봉돼 순항 중이다. 현재 13만 관객을 동원했고, 집을 나온 가출 소녀와 그를 찾기 위한 아빠와 남자친구의 모습을 중점으로 그려진다. 서울역 노숙자를 시작으로 좀비화 되어가는 군중들과 이 속에서 일어나는 개인의 심리, 또 이 전체를 대하는 사회적 현상까지 세밀하게 담아내며 처참한 좀비 공포를 맛보게 했다.



8월 25일 디지털 최초 개봉된 좀비 액션물 '데드 라이징:와치타워'(감독 잭 리포브스키)는 동명의 인기 게임 시리즈를 영화한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지난 2006년 XBOX 게임 출시 이후 전세계 7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릴만큼 인기를 끌었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만큼 독특한 DIY 무기와 독특한 좀비 캐릭터 등이 사실감을 더한다. 무엇보다 이미 10년간 세 번의 좀비 재앙으로 폐허가 된 도시 속에서, 남은 인류들이 좀비의 무차별 습격에 맞서는 모습 또한 흥미롭다.

또다른 좀비물 기대작은 일본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다. 전 세계 600만부 판매고를 올린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이미 세계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불리는 시체스 카탈로니아 국제영화제,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에서 5관왕을 차지했다. 심지어 브뤼셀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선 은까마귀상을 수상한 '서울역'을 제치고 만장일치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까마귀상을 수상했으니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다.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원인불명의 ZQN 바이러스로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는 기이한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통제불능 상황 속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생존기를 그렸다.

감염자에게 물리는 순간 급속도로 퍼지는 'ZNQ' 바이러스는 원작에서도 리얼한 묘사로 명성이 높았다. 이를 생생하고 리얼한 묘사로 표현해냈고, 강렬한 좀비 액션 뿐만 아니라 유머와 드라마의 감정 밸런스를 조절한 영화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 문화 평론가 우지타 나오야는 "원작 팬들도 납득할 만한 재미와 쾌락을 갖췄다"고 평가한 바 있다. 9월 22일 개봉된다.

이처럼 '부산행'을 시작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좀비 호러 무비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한국에서 좀비는 통하지 않는 소재였는데 '곡성'을 시작으로 '부산행' 등 흥행작들로 인한 고무적인 반응이 일어 관객들에도 잘 흡수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좀비는 귀신, 심령 등 한정적인 틀을 벗어난 다양한 괴생명체란 대상적 공포에서 비롯된 신선함과, 인류의 필사적 생존을 위한 극정 상황들이 관객들의 쫄깃한 스릴감을 자아내는 것으로 보인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