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결국 ‘씨앤블루’를 탈퇴하게 된 ‘이종현’의 경우가 그 중 하나다. 버젓이 자신임이 드러나는 계정으로 그런 메시지를 보내다니 논란이 될 줄 몰랐던 걸까. 오죽했으면 혹자들은 해킹당한 게 아니냐는 반문까지 제기했을까. 본인 입으로 자신의 것임을 드러냈으니 그를 끝까지 믿어 주었을 팬들의 마음만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 3월,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 파문으로 정준영의 단체 대화방이 문제가 되면서 멤버 중 하나였던 이종현도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그 안에서 여성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게 밝혀진 까닭이다. 잘못된 성 인식과 언행을 깊이 반성하겠다며 개인 SNS까지 비공개로 돌리고 자숙에 들어간 그는, 군생활이 많이 적적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소 유사한 에피소드로 다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정황은 이러하다. 이종현이 개인 SNS 계정으로 한 여성 BJ에게 재미있는 영상 많이 만들어달라는, 뱃살 귀엽다는 등의 사적인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녀가 이것을 공개하면서 사람들의 대대적인 공분을 사게 된 것. 대중에게는 앞서 일어난 단체 대화방 논란에 더해진 것으로 인식되어 과연 자숙을 하겠다는 사람이 보일 수 있는 태도인지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종현은 속해 있던 그룹 ‘씨앤블루’를 탈퇴하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해야 했다.

이쯤 되면 탈퇴를 위해 벌인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 그만큼 이해하기 힘든 어리석은 행동이란 소리다. 이미 불미스러운 일로 고개를 숙인 바 있는 그가, 심지어 정체를 숨기지도 않고 아주 태연하게 또 다시 불미스러울 수 있는 모습을 취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에 떠밀려 사과문도 발표하고 자숙도 한다고 말하긴 했으나, 정확히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가능했다는 결론밖에 도달할 수 없는 게다. 알고도 그러했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고.

이종현이 해당 BJ에게 어떤 마음으로 어떤 농도로 그런 메시지를 던졌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 스타로서 자신이 벌인 혹은 얽힌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자각이라는 게 있었다면, 여전히 자신을 믿고 지지하고 있을 팬들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었다면 절대 일으키지 못했을 물의란 점은 분명하다. 그의 죄질이 더욱 나쁘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위치한다.

이제 우리는 이종현에게 자숙이란 그저 상황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가 사적인 자리에서 여성을 높고 내뱉은 이야기들은 누구나 그러지 않는가, 라는 일반화 속에서 본인에겐 죄책감의 정도가 낮게 책정되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좀 더 나아가 운이 나쁘게 흘러갔다면 그 또한 현재 법정에 출석하고 있는 이들과 동석했을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법의 처벌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대중이 정준영을 비롯한 성범죄를 저지른 스타들에게 분노하는 것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는, 특별한 죄의식 없이 성범죄를 대하는 그들의 저급하고 천박한 사고방식에 있다. 이종현은 대중의 노여움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그리고 자신은 왜 자숙을 하게 되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이제라도 깨달을 수 있다면 참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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