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도통 알 수 없는 노릇으로, 13년 전의 영화 속 인물과 그가 내뱉은 대사들이 오늘날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는 누군가의 의도가 들어간 것도 아닌, 오롯이 대중에 의해 주도적으로 벌어진 상황인데, 그래서 더욱 어리둥절하고 흥미롭다. 2006년 작품 ‘타짜’의 등장 인물 중 하나이자, 배우 김응수가 연기한 ‘곽철용’에 관한 이야기다.

당사자는 오죽할까. 2019년 ‘타짜: 원 아이드 잭’으로 ‘타짜’의 세 번째 시리즈가 돌아와 있는 이 때, 13년이나 흐른 첫 번째 시리즈 속의 인물 ‘곽철용’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니. 우선 악역이라도 와중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 있기 마련인데 곽철용이 여기에 해당되며, 이를 김응수가 실재하는 인물로 느껴질 만큼 맛깔난 연기력으로 잘 구현해 놓은 덕이겠다.

곽철용은 ‘타짜’에서 건달의 수장으로 자신이 도박의 장으로 끌어들인 주인공 고니(조승우)에게 죽임을 당하는 인물이다.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받는 것은 말이나 행동이 거칠긴 해도 대사에서 느껴지는 그의 됨됨이 자체가 묵직해서다. 이는 일평생 건달로 살았지만 나름의 원칙을 지키며 야비하지 않게 살아온 사람이어서 가능한 것으로 그가 고니에게 속아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오히려 우리에게 어떤 동정심을 유발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다시 회자되며 여러 방향으로 인용 중인 그의 대사들 중 하나다. 도박장에서 돈은 잃어도 품위나 배포는 잃지 않는 인물 곽철용을 잘 나타내주는 한 마디라 할까.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어필할 때도 적금도 붓고 보험도 들고 있는 보통의 삶을 강조하고 자신의 순정을 어필하는 그는, 확실히 보통의 건달들보다는 신사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질문은 왜 하필 지금, 다른 등장인물도 아닌 ‘곽철용’일까 하는 바. 단순히 ‘타짜’의 세 번째 시리즈가 개봉한 여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시기에 다수의 사람들에게 많이 거론되는 특정 단어나 인물 등은 당대의 이슈나 결핍된 무언가를 대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사기도박을 일삼는 건달인 곽철용의 무엇이 오늘의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악명 높은 악임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매너를 잃지 않고 적이라도 재능이 있으면 끌어와 포용한다. 돈의 분배는 정확히 하고 서로간의 신의를 지킬 줄 알며 무엇보다 표리부동하지 않는다. 배경만 도박판일 뿐이지 거의 한 무리의 군사를 이끌어도 무방할 능력 있는 장수 급이다. 어쩌면 낭만의 시대에나 찾아볼 법한 이 묵직한 리더십이, 누구도 마음 놓고 믿을 수 없는, 서로가 서로에게 닫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상당히 짠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곽철용이란 인물이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무려 십수년전의 영화 속 등장인물이며 어디까지나 악인이다. 즉, 이러한 인물이 재등장하여 인기를 얻을 정도로 오늘의 우리가 사회의 도덕성에 가지는 신뢰도가 바닥이란 의미라 볼 수 있는 게다. 물론 과한, 혹은 완전히 빗나간 해석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대중의 움직임도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진 않으니, 한번쯤 진지하게 되짚어보고 고민해볼 문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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