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강기영, 해묵은 갈증을 풀어내며 [인터뷰]
2022. 09.04(일) 08:00
배우 강기영
배우 강기영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강기영에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배우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준 소중한 작품이 됐다. 명확한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 지금, 강기영은 뜨거운 인기에 들뜨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돼 기쁘다고 말했. 오랜 시간 느껴온 갈증을 풀어낸 듯한 후련한 표정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그를 만났다.

최근 종영한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연출 유인식)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담은 작품이다. 강기영은 우영우가 입사한 로펌 한바다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 역을 맡아 우영우의 멘토로 활약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강기영은 "많은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우영우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라고 종영 소감부터 전했다.

그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었다. 통통 튀고 명랑한 느낌도 들고, 대본을 읽는 동안에는 코로나 시국의 피로감이 잠시 잊히는 기분이었다. 스토리도 좋은데 역할까지 훌륭하니 무조건 출연하고 싶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흥행까지 해 더 바랄 나위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강기영은 "겸손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본만 읽어봐도 정명석은 누가 해도 멋있는 역할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간 내가 해오던 감초 같은 캐릭터들과는 결이 다른 인물이어서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고 버거운 도전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정석, 날카로운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시니어 변호사이고, 그만큼 노련함과 구력도 보여줘야 했기에 처음에는 외형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체중 감량도 하고, 비뚤어진 자세도 바로 잡으면서 배우로서의 기본기를 갈고닦으려 했다. 좋은 악기에서 좋은 소리가 나오듯, 반듯한 자세여야만 발성과 발음이 제대로 나오더라"라고 말했다. 촬영을 가기 전 스트레칭을 30분 이상 펴고 말린 어깨를 바로 펴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캐릭터를 만들던 초반에는 정명석의 외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중점을 둬 스스로를 옥좼던 것 같다. 촬영을 이어나갈수록 부담을 버리고 배우들의 케미스트리 위주, 관계성 위주로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져 결국은 지금의 명석이가 탄생하게 된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나를 그렇게 만들어주는, 리액션을 해주는 다른 배우들의 도움이 컸다"라고 말했다.

그의 노력 덕에 정명석은 '미중년 캐릭터', '판타지 같은 40대 남자'로 불리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강기영은 "그간 유쾌하거나 코믹한 기능을 하는 역할을 많이 맡았었는데, 그럼에도 시청자 여러분들이 내 변신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다. 사실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으실 줄 알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셔도 그저 '아, 강기영이구나'라고만 생각하실 줄 알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강기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명석이 시청자분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고 덕분에 나도 더욱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열의가 생겼다. 그간 안 해봤던 캐릭터와의 만남을 기다렸던 것도 사실인데, 정명석이라는 캐릭터가 그런 기다림에 보상을 준 것 같다"라며 "특히 정명석은 주인공 우영우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인물이다. 그래서 더욱 정명석 캐릭터를 쌓는데 집중하고 몰입해 살았다. 그 과정에서 또다시 배우로서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정명석도 처음에는 우영우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들 드라마의 소재가 자폐스펙트럼이라는 것을 조심스럽게 여겼었다. 나 개인이 세상을 바라보면 내가 세상의 중심이듯, 자폐스펙트럼을 가지신 분들은 그분들이 자신의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을 이해하려 했다. 자신이 스스로를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 그렇게 우영우에 대해 받아들이려 노력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강기영은 "정명석은 14년 차 시니어고, 변호사가 되면서 가졌던 초심은 애초에 다 잃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대형 로펌에서 살아남으려면 얼마나 성과가 중요했을 것이며,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라며 "그런 정명석에게 우영우는 다시 정의를 꿈꾸던 신입 변호사 시절로 나를 돌려보내는 인물로 느껴졌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반대로 우영우에게 정명석은 변호사로서 중심을 잡고 서게 해 준 조력자 같아서 연기하는 입장에서 뿌듯했다"라고 덧붙였다.

"저 스스로도 실패를 했다고 해서 단칼에 자르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는 주의예요. 강기영이라는 사람도 정명석을 만나기 전까지 실수투성이였고 많은 실패를 겪었으니까요. 현실에서 기회를 반복해서 주는 상사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정명석이 '유니콘 상사'라는 별명을 얻은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은사가 있고 멘토가 있듯, 정명석 같은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연기했어요."

극 후반부 정명석은 위암 3기라는 다소 충격적인 상황에 놓였던 바다. 강기영은 "촬영 중반부쯤에 명석이가 아플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정도로 심한 병일 줄은 몰랐다"라며 "그만큼 치열하게 일만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결과물인 것 같아서, 시청자분들께서 드라마로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강기영은 "그간 연기해 온 인물 중에 이런 서사를 가진 캐릭터가 별로 없었다. 위암 설정이 나오기에 앞서 나름대로 관련 서사를 쌓으려고 애썼고, 어떻게 표현할지 걱정도 하며 긴장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질병은 예상을 하고 얻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실제 환자 분들이나 가족 분들의 기분이 상하셨을 수 있겠지만, 명석이가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드리면 그 자체가 위안이 되지 않으실까 생각을 한다"라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그는 "계속해 이야기하지만 정명석은 너무나 멋있게 그려진 캐릭터다. 자신의 실수나 편견에 대해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 현실에서는 굉장히 보기 드문 캐릭터"라면서도 "인간 강기영은 소소한 행복이 엄청 크다는 것을 느끼며 살고 있는데, 명석이는 그걸 모르는 것 같았다. 오로지 성과와 의뢰인 생각만 하는 사람이었다. 좀 일을 내려놓고 그런 행복을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 못하고 너무 일에 치중했고, 변호사로서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가장으로서 놓친 부분이 많았고 건강도 잃은 것 아닌가. 명석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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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품의 뜨거운 인기에 대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이렇게 신드롬이라 부를 정도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얻을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특히 0.9%에서 시작한 시청률이 17.5%로 거의 20배가량이 뛰는 역대급 흥행을 이뤄낸 것에 대해 "비현실적인 시청률이었다. 너무 현실감이 없으니까 저희끼리는 소위 겁을 상실한 상태여서 '이러다 20%까지 가는 거 아니야?'라고 이야기했었다. 신생 채널에서는 정말 경이로운 기록이고, 기쁘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로서는 전례가 드물게 시청자 300명을 영화관으로 초청해 마지막 회를 함께 관람하고 배우들과 인사를 나누는 상영회도 준비됐다. 강기영은 "참여한 배우로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 배우라면 늘 흥행하는 드라마를 만나고 싶지만 사람 일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것 아니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간의 마음고생을 해결해준 것 같다"라며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기영은 쏟아지는 사랑에 감사를 전하면서도, 동시에 "작품의 성공에 더 이상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라고도 이야기했다. 그는 "지금은 그저 배우로서 주목을 받는 순간인 것 같다"라며 "예전 같으면 들떠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주목을 받고 내려와 보기를 몇 차례 반복해보니 결국은 내가 평정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마 이 '우영우'를 향한 열기도 방송이 끝나면 잠잠해지겠지만, 다만 주위에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내 초심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연기를 통해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서 초심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혀준 정명석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안고, 또 '저 친구 저렇게 연기하니까 신선하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설령 실패를 하더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연기에 전념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있으니 계속해 지켜봐 주세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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