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배우 고민시의 얼굴은 단순히 예쁘장하지만은 않다. 다소 인상이 강한 편으로, 쉽게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할까. 아마도 대중의 시선에 첫 길을 튼 역할이 저마다 자기주장이 뚜렷한 인물들이어서 더욱 그러하겠다.

이러한 이미지가 전복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스위트홈’에서 ‘오월의 청춘’으로 이어지는 시기다. ‘스위트홈’에서 고민시가 맡은 역할 ‘이은유’는 뾰족한 눈빛을 하고 뾰족한 말을 섞어 쓰는, 첫인상부터 양껏 비뚤어지겠단 의지를 내보이는 여고생이지만, 사람들은 괴물이라며 멀리하고 이용만 하려 드는 차현수(송강)를 유일하게, 동등한 사람으로, 친구로 대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사실 ‘이은유’가 지닌 매력의 핵심은 그저 차갑게만 생각했던 오빠 이은혁(이도현)이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깨닫고 변하는 맥락에 존재하여, 오빠를 부르며 울부짖는 고민시의 얼굴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세게 박혀버리는 무엇이 된다. 이를 도저히 제거할 수 없는 이들의 소망을 따라, 고민시와 이도현은 이어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서 재회하기에 이른다.

이제 비극적인 남매는 아니나, 오월의 광주를 가로지르는, 비극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사랑을 나누는 연인으로서다. 한층 짙어진 애틋한 마음은 캐릭터를 넘어 배우에게까지 향하고. 그리고 이쯤에서 ‘킥’이라고 해도 될만한 장면을 낳은 영화 ‘밀수’가 등장한다. 사실 작품 내에서가 아닌, ‘밀수’의 홍보차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고민시가 보여준 어떤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그녀는 ‘밀수’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욕을 한 바가지 찰지게 내뱉는 찰나의 장면을, 해당 프로그램에서 보여 주게 되는데 이를 한 번의 거절이나 뒤로 뺌도 없이, 아주 제대로, 최선을 다해 선보인다. 놀라울 수밖에 없는 게 본 사람은 알겠지만, 단순히 욕을 내뱉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괴성을 질러야 한다.

영화 촬영장에서라면 이미 몰입된 상태여서 상관없겠으나 예능프로그램의 촬영장이라면 그 사정이 엄연히 다를 테고, 무엇보다 그저 카메라 앞에서 어여쁘게 보이고 싶을, 여배우 아닌가. 그런데도 작품을 위해 자신의 얼굴을 아끼지 않은 것. 이 모습은 지켜보던 많은 이들에게 나름의 귀감이 되어, 도리어 그녀를 더없이 어여쁘게 여기게 만든 계기가 된다.

‘밀수’로 청룡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으니 말 다한 셈이다. 말이 나왔으니, 상을 받을 당시의 모습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고민시는 화들짝 놀라며 어리둥절해했는데 이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히면서, 그녀 본래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듯한 반응에 사람들은 재미있어하며 ‘고리둥절’이란 귀여운 별칭까지 붙여주었으니까.

이제 대망의 ‘서진이네2’를 이야기할 차례다. ‘서진이네’ 팀에 새로운 인턴으로 합류한 고민시는 데뷔 전 아르바이트와 몇몇 사회생활 경험, 본연의 똘똘함을 기반으로, 접근성이 용이한 성격과 싹싹한 태도, 빠른 습득력과 기민한 대처 능력을 선보이며 제작진과 기존의 출연진에게 감탄사를 자아낸다. 게다가 이번 시즌의 장사가 또 만만치 않아서 그녀의 활약은 더욱 빛이 나고 있다고 할까.

그리하여 현재 고민시는 대중에게 한층 거대해진 환심을 사고 있는 중인데, 심지어 몇 년 전 인정하고 사과한 청소년 시절의 음주 에피소드마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정도다. 하지만 앞서, 진심 가득한 언어로 반성의 뜻을 전한 바 있고 이미 그녀의 이미지는 전복된 상태여서 별다른 타격은 없어 보인다.

‘스위트홈’의 이은유가 사람들의 마음을 매혹했던 지점과 동일한 선상에 있는 현상으로, 쉽게 말해 ‘다소 인상이 강한’ 혹은 ‘좀 놀았을 것’ 같은 이미지가 전복되었을 때 그 파급효과는 더욱 강력한 법이다. 무엇을 맡겨도 열과 성을 다해 반드시 해낼 배우, 선배는 물론이고 동료 배우에게도 싹싹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대할 줄 알며 특유의 영민한 센스까지 갖춘 배우.

이제 고민시의 얼굴은 더 이상 친근하게 여기기 어려운 얼굴이 아니다. 그녀가 ‘스위트홈’에서 ‘오월의 청춘’을 지나오며 구현한 인물이 남긴 잔상과 그녀 자신의 실체에 가장 근접했으리라 생각되는, 시상식과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모습을 통해, 진정성 어린 친근함을 획득하며 단순히 예쁘장하지만은 않은, 고민시만의 사랑스러운 얼굴로 인식되는 중이니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고민시SNS, tvN ‘서진이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