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선데이90’과 ‘MZ 오피스’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3. 09.26(화)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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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최근 가수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효리’가, 개인 SNS에 영화 시사회에 갔다가 겪게 된 재미있는 일화 하나를 공유했다. 매체 기자들이 하트 제스처를 요청해서 머리 위로 팔을 들어 올려 ‘최대한 크게 성의껏 했는데’, 옛날 방식이란 반응을 받은 것.

흥미롭게도 이게 기사화되자 대중에겐 여타의 요즘 것을 압도하는 화제로 여겨졌다. 이효리 자체가 시대를 넘어 존재하며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현재진행형 스타로, 그녀가 취하면 여전히 유행되곤 하니까. 그녀의 힘을 받아 지나간 옛날 것이 예기치 못한 순간에 등장하자 도리어 신선하단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4’에서 ‘MZ 오피스’와 사뭇 대비되는 설정으로 ‘선데이90’, ‘사랑해 스튜디오’ 등의 코너를 선보였다. 타이틀 그대로 ‘MZ 오피스’가 MZ세대로 일컬어지는 오늘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들과 맞닥뜨린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다면, ‘선데이90’이나 ‘사랑해 스튜디오’ 등은 ‘MZ 오피스’의 기성세대가 ‘X세대’라 불리던 1990년대를, 코미디 프로그램 특유의 과장을 더하여 완벽히 재현해 낸다.

“저희는 남들의 시선 따위는요, 신경 쓰지 않그든요~”
당시 유행하는 헤어스타일부터 메이크업, 패션 등 외면적인 요소뿐 아니라, 1990년대 특유의 말투인 일명 ‘서울 사투리’를 억양까지 제대로 구사한 것. 결과는, 관련 방송의 ‘짤’이 가지각색 소셜 플랫폼을 통해 대량 양산되고 또 공유되고 있어 가치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SNL 코리아’의 주 시청층이 오늘의 젊은 세대,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과거 X세대를 부모 세대로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꽤 놀라운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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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꼰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상사 혹은 부모가 자신과 별다른 바 없는 젊은 시절을 보냈을 수 있다는 게 상상만으로 크나큰 반전의 미를 제공한 게 아닐까. 게다가 MZ세대나 X세대나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똘끼’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서로 유사하다. 기존의 사고와 그에 따른 판단에 휘둘리지 않고, 도리어 반(反)하려는 젊은 혈기에게 ‘똘끼’는 웬만하면 지니고 있어야 할 필수 아이템이다.

이러한 젊은이를 보며 말세를 떠올리는 어른들 또한, 동일하게 존재한다. 돌고 돌며. 당시 기성세대에게 과소비와 유흥을 일삼는다 비난을 당하던 X세대는, 오늘의 꼰대가 되어 MZ세대를 기존의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며 혀를 끌끌 찬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X세대를 비난하던 기성세대 또한 과거의 젊은 어느 날, 그때의 어른에게 철없단 소리를 듣곤 했으며, MZ세대도 미래의 어느 날 자신보다 어린 세대에게 꼰대로 여겨질 때를 맞이하리란, 새삼스러운 깨달음이다.

이 사이클을 제대로 인식하니 이질감보다 동질감이 앞서면서, 낯설고 어색한 옛날 것이 오히려 흥미롭게 다가와 하나의 취향으로 승격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다. 즉, 옛날 것과 요즘 것이 ‘젊음’이란 공통 분모를 가지고 마주하며 양질의 시너지를 내는 이례적인 상황이 마련된 건데 다른 곳도 아닌, 오늘의 트렌드를 가장 발빠르게 유입시키는 ‘SNL 코리아’를 통해서다. 이는 상당히 유의미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SNL 코리아’의 모든 소재는 현 세태를 잔뜩 머금고 있어, ‘MZ 오피스’와 ‘선데이90’, ‘사랑해 스튜디오’의 공존은 우리가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문화의 양상 그 자체라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겪어보지 못한 과거의 어느 시간대를 거닌 젊음의 기록은 전설의 풍미를 갖는다. MZ세대의 것들 또한 뒤따라오는 어느 세대에겐 또 다른 젊은 얼굴을 한 과거가 되어 신비로움을 자아내겠지.

옛날 것이 요즘 것을 침투하고 있는 오늘, 얼핏 옛날 것과 요즘 것의 경계는 모호해지겠다 싶지만, 오히려 더욱 뚜렷해졌다. 침투한 방식이 전복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취향으로서 존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 것과 요즘 것의 주체가 되는 옛날 사람과 요즘 사람이 같은 선 상에 놓여 돌고 도는 일을 반복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 지금, 어쩌면 우리는 대중문화의 태동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양상을 띤 문화를 향유 중인지도 모르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쿠팡플레이 공식 SNS, 윤가이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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