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최민식 "사랑하는 연기, 죽을 때까지 하고 싶죠" [인터뷰]
2024. 02.29(목) 13:00
파묘 최민식
파묘 최민식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자신의 일을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데뷔한 지 35년이 됐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청춘 배우다. 여전히 배우의 초심을 잃지 않고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 최민식이다.

지난 22일 개봉된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최민식은 극 중 풍수사 상덕을 연기했다.

최민식은 ‘파묘’를 제안받기 전부터 장재현 감독을 주목하고 있었다. 영화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보고 사적으로 만나서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정도로 장재현 감독에게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최민식은 이에 대해 “장재현 감독의 영화가 형이상학적이고 종교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나.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걸 글로 써도 힘들지 않나. 어떻게 보면 관념적일 수 있고, 한편으로는 너무 철학일변도로 가면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 또 귀신, 공포를 하면 유치해질 수도 있는데, 장재현 감독은 어느 한쪽에도 치우쳐지지 않다. 철학적 사유를 갖게 하면서도 영화적인 재미를 준다. 이건 보통 능력이 아니다”라고 했다.

‘파묘’ 시나리오에도 자신이 본 그대로 장재현 감독 만의 철학이 녹아 있어 매료됐다는 최민식이다. 특히 첫 만남에서 “우리 땅에 상처가 있다. 그걸 파묘하고 싶다”는 장재현 감독의 말이 인상적이었단다. 최민식은 “나는 이 친구의 그런 생각이 너무 좋았다. ‘선배님 우리 땅이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처음 들어본 이야기다. 사람에게 혈자리가 있듯이 풍수학에서는 땅에도 혈자리가 있다면서 자기는 그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최민식은 “장재현 감독이 또 종교는 기독교라고 하더라. 종교에 있어서 편협된 사고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게 좋았다”면서 “전작들에 비해서 영화가 말랑말랑해서 호불호가 있는 걸로 아는데 저는 오히려 장재현 감독의 그런 유연한 사고가 좋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건넬 것인가가 중요한 거 아니냐. 마니아층 만이 좋아하는 걸 의식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주된 사고가 변하지 않는 한 약간 유연하게 변주하는 것도 좋은 것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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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에 대한 호기심으로 ‘파묘’를 선택했지만, 상덕의 아우라를 갖는 것은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40년이 넘는 경력의 풍수사가 갖고 있는 깊이감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최민식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최민식은 “40년 경력의 풍수사의 깊이를 제가 몇 달 만에 어떻게 표현하겠나”라고 했다.

깊이를 표현할 수 없다면, 상덕이 살아온 궤적을 이해하려고 했다. 최민식은 “대신 주안점을 둔 부분은 이 사람은 평생 자연을 관찰하고 살아온 사람이라는 거다”라면서 “땅의 모양과 산세, 물길 등을 살피며 풍수학 관점에서 이 땅이 발복 할 수 있는 자리와 흉지를 구분해 내면서 살아왔던 사람이다. 그래서 일단 시선이 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민식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보더라도 이 사람이 보는 건 다르다. 그래서 그걸 한 번 표현해 보고자 했다”라고 했다.

또한 상덕에게 속물근성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최민식은 “아무리 속물이어도 마지막에는 타협하지 않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반부 전개에서도 상덕은 땅 때문에 먹고살았지만, 땅을 연구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 거다. 그런 부분이 좋았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최민식은 ‘파묘’에서 상덕이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속인 화림(김고은), 봉길(이도현)과 함께 협업을 하는 것처럼, 조화를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다고 했다. 자신 혼자 튀기보다는 제 자리에 딱 들어맞는 벽돌처럼 연기에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또한 최민식은 자신이 조감독이라고 생각하고 ‘파묘’ 촬영에 임했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최민식은 “장재현 감독이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 나가나 관찰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옆에서 지켜본 장재현 감독은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취재에 열심이고, 디렉션을 줄 때에도 아주 디테일하다고.

최민식은 장재현 감독에 대해 “CG를 병적으로 싫어한다. 그런 뚝심이 마음에 들었다”면서 “주는 것 없이 싫은 사람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 장재현 감독은 막내 동생 같았다. 다 해주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삐걱거리는데 제가 그랬겠나. 똘똘하게 잘 짚어가면서 진도가 나가니까 저도 아무거나 해보라고 한 거다”라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파묘’는 개봉 전부터 사전 예매량 35만 장을 돌파,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 중 최고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관객들의 큰 기대를 받았다. 개봉 후에도 실관람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최민식은 일부러 관객 반응들을 찾아보지는 않지만,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결과가 어떻든 간에 최민식은 ‘파묘’ 팀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며 큰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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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작품들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더할 나위 없는 찬사와 함께 이룰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누린 최민식이다. 그럼에도 최민식은 지금도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을 가진, 마치 신인 배우와 같은 마음 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언젠가 연출에 대한 꿈이 있지만, 지금은 연기를 더 잘하고 싶다며 진심을 꺼내보였다.

그렇다면 늘 변함없는 마음으로 연기를 갈구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최민식은 “제가 아직까지는 연기를 사랑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민식은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시간이 갈수록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보니 이제부터 제가 표현하는 캐릭터나 작품은 좀 더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그런 면에서 제 스스로에게 더 의욕이 생긴다. 그래서 더 나이 먹기 전에 멜로도 하고 싶다”며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대중이 저를 어떤 배우라고 생각했으면 하냐고요? ‘쟤 참 오래 한다’라고 생각하셨으면 하죠. 오랫동안 배우로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상투적인 말 같지만 진짜 제 바람이 그래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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