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머나먼 이국땅 아이슬란드에서 펼쳐지는 톱배우들의 예상치보다 크게 벌어진 고생 열전에, 누구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인물이 소환되었다. 바로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사 대표. 이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를 다시 한번 되짚게 하는 흥미로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tvN ‘서진이네2’의 ‘서진뚝배기’가 대망의 마지막 영업 날을 맞이했다.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 한식당이 전무한 곳에서 유일한 한식당이 되어 지역 주민과 여행자들에게 각종 매력적인 한식을 소개한 ‘서진뚝배기’는, 이전 시즌에 몇 배에 달하는 큰 사랑을 받았다. 식당을 찾는 손님으로 매 순간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오픈 전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건물 한 바퀴를 휘감을 정도였으니까.

예능의 콘텐츠로써 장사를 했을 뿐인데, 흡사 장사가 프로그램 못지않게, 아니 더 잘 된 느낌이 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 그리하여 본업이 장사가 아닌 배우들이 오롯이 감당하기에 벅찬 지점이 찾아왔고 그때마다 경영학과 출신이라는 이서진의 전공학도다운 운영 능력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마지막 날만큼은 예외적으로 브레이크타임 없이 열기로 했으니, 뭔가 다른 수가 필요했을 터.

바로 설거지만 해줄, 일일 아르바이트생을 들이기로 한 것. 처음에 투입된 아르바이트생은 나영석 PD로, 익히 그를 잘 알고 있는 이서진의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 웃음 포인트였으나 기대 이상으로 잘 해냈다. 마지막 날 식당을 방문한 인파가 나영석 PD가 해낸 성과를 잠식하고도 남았다는 게 안타깝다면 안타깝다고 할까. 결국 나가 떨어지기 직전에 이르렀고 이를 가엾게 여긴 누군가가 그의 자리를 대신하는데, 다름 아닌 현 제작사 대표다.

KBS2 ‘1박 2일’의 탄생부터 함께하며, 나영석 PD가 만드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긴 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고생길이 예정된 시점에 무려 ‘대표님’의 등장이라니. 출연진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에피소드였는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러한 상황이 ‘서진이네2’에 상당히 긍정적인 시너지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우선 장사 잘되는 가게의 설거지 업무란 혹독하기 그지 없음에도 대표를 그 자리에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해당 제작사 내의 분위기를 짐작게 하니, ‘서진이네2’가 여태 구축해 온 ‘좋은 공동체’가 내뿜는 친근함은 한층 설득력을 얻는다. 그리고 배우들에 이어, 한 회사의 대표가 설거지로 고생하는 장면을 보리라 생각하니 이토록 ‘꿀잼’인 게 또 없다. 심지어 식기세척기를 거부하고 아날로그식 설거지를 고집하고 있다. 아주 그냥 고생문을 제대로 열어보겠단 거나 다름없다고 할까.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매력은 작위적인 짜임새의 코미디가 아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출연자들이 각 캐릭터에 따라 자연스럽게 말하고 움직이는 가운데 유머러스한 순간을 발견한다는 데 있다. 즉, 우리 곁의 누군가 혹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어떤 모습과 겹치며 유발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웃음인 까닭에, 그 조건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 해당 장르의 영역은 광범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만드는 PD와 제작진의 감각은 중요해지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서진이네2’가 발휘한 이 발칙한 발상, 나영석 PD만 계속 고생시켜도 되었을 일에 굳이 제작사 대표까지 끌어들인 계책 아닌 계책은 새삼, 그들이 지닌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 관한 감각이 얼마나 특출난지 깨닫게 하는 것으로 성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리하여, 이런저런 잡음에도, 그들이 리얼 버라이어티 구역의 여전한 강자임은 누구도 쉽게 부인하지 못하리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tvN ‘서진이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