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배정희 기자] '미사 폐인'을 만든 이경희 작가가 신작 KBS2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극본 이경희, 연출 김진원, 이하 차칸남자)로 돌아왔다.

지난 12일 방송된 '차칸남자'는 전작인 '각시탈'의 호연에 힘입어 두 자릿수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2회에서 빠른 극전개와 송중기의 180도 달라진 연기변신에도 불구하고 소폭 하락한 9.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AGB닐슨, 전국기준)

'차칸남자'는 사랑에 배신당한 마루(송중기)가 옛사랑에 복수하기 위해 기억을 잃은 은기(문채원)를 이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루는 사랑했던 재희(박시연)를 대신해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5년 동안 감옥생활을 했다. 출소한 뒤 순수했던 의대생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냉혈인이 된 마루는 대기업 사모님이 된 재희를 보면서 복수를 결심했다. 이 과정에서 '차칸남자'는 숨 돌릴 틈 없는 폭풍전개로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그러나 마루가 아픈 동생 초코(이유비 분)를 남겨두고 재희에게 달려가 그녀의 죄까지 뒤집어 썼다는 내용은 다소 과하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강마루와 서은기의 만남이 너무 우연적이며, 그런 두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된다는 점 또한 여느 복수극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서은기의 기억상실증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궁금증을 남긴다.

# 그래도 기대되는 이경희 작가의 필력

하지만 이 같은 상황 설정에도 이경희 작가에 대한 기대감은 적지 않다. 특히 주연 배우인 송중기는 이 작가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에는 배신과 복수로 시작하는 막장일지라도 결국에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정통멜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미한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 놈의 사랑' 역시 남자 주인공들이 지독한 운명에 놓여있지만 결국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는 순수함을 담고 있다. '고맙습니다'의 경우에는 치매를 따뜻한 시각으로 그려냄으로써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극본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이 작가의 작품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각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이 작가의 작품 속에는 모든 여성을 한 순간에 사로잡는 마성을 지난 나쁜남자들이 등장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랑 따위는 믿지도 않을 차가운 남자들이지만 결국 한 사람을 목숨 만큼 사랑하는 남자들로 변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무혁(소지섭)이 그랬고, '이 죽일놈의 사랑'의 복구(정지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차칸남자' 송중기가 나쁜남자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SBS '뿌리깊은나무'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송중기는 그간 꽃미남 외모를 등에 업고 유약한 이미지를 많이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 12, 13일 방송된 '차칸남자' 1, 2편을 통해 송중기는 연기변신에 성공 한 모습을 보였다. 순수했던 의대생 강마루에서 꽃뱀도 넘어오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남성으로, 그리고 옛사랑에게 복수를 결심하는 나쁜남자로 변신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것.

아직 시청률면에서는 '차칸남자'가 가야 할 길은 멀어보인다. 하지만 시작부터 휘몰아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차칸남자'가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보일지는 아직 두고봐야 할 듯 하다.

[티브이데일리 배정희 기자 news@tvdaily.co.kr/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