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강효진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저물어가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흥행 분위기 속 막차에 탑승한 KBS2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이하 내마오)'는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기준 첫방 4.1%로 시작해, 지난 25일 방송된 마지막회 시청률 4.2%로 씁쓸한 퇴장을 알렸다.

'내마오'는 아쉽게 스러져간 중고신인들의 재기를 노리며 야심차게 기획된 프로그램이었으나,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감동있는 착한 오디션이라는 자기위로만 남은 채 막을 내렸다.

오디션 열풍은 리얼 버라이어티 열풍을 잇는 '대세'로 굳어졌지만 대중의 관심도가 지속적이지 않다는 점과 프로그램의 변하지 않는 패턴에 따라 분위기가 저물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버블붕괴를 예상하는 지적들이 초반부터 꾸준히 나온 것을 감안하면 다양한 포맷으로 시선을 끌어모은 몇몇 프로그램들과 개성있는 참가자들의 매력에 기대어 예상보다 오래 이어졌다. 하지만 시청률에서 눈에띄게 차이가 나듯 이제 그 거품이 빠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시청률 추이를 살펴보면, 오디션 열풍 부활의 시발점이었던 '슈퍼스타K' 시즌1은 지난 2009년 7월 24일 방송된 첫회 시청률 2.9%에서 결승전인 마지막회를 8.5%로 끝을 맺으며, 케이블 사상 역대 최고시청률을 갱신했다.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반신반의의 흥행 예상 속에 야심차게 출격한 '슈퍼스타K'2는 지난 2010년 7월 23일 방송된 첫 회 시청률 4.2%로 시작해 그 해 10월 22일자 마지막회 시청률 18.1%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케이블 초유의 기록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어 '슈퍼스타K3'는 8.5%로 시작해 13.9%로 막을 내리며 저무는 분위기 속에서도 선방했으나, 지난해 방송된 '슈퍼스타K4'가 6.3%로 시작해 8.4%로 막을 내리며 시즌1의 시청률로 회귀하는 모습과 함께 식어가는 인기를 드러냈다.

'슈퍼스타K'가 부활시킨 오디션 열풍에 힘입어 MBC에서는 멘토제를 앞세운 '위대한 탄생'을 내세웠다. '슈퍼스타K'에 비해 참가자들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경향이 있었으나, 가요계를 주름잡는 위대한 멘토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즌2까지는 10% 중반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했다. 하지만 현재 방송중인 '위대한탄생 시즌3'는 역대 최고의 실력이라는 참가자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6~7%대의 시청률로 주저앉으며 식어가는 분위기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SBS의 'K-POP스타2'는 국내 3대 기획사 SM·YG·JYP의 수장격인 보아 양현석 박진영의 캐릭터와, 지난해 결승전의 주인공인 이하이와 박지민의 성공적인 데뷔에 힘입어 현재 유일하게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 1에서 방송 중반부터 10% 중후반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꾸준히 14%대를 지키며 한풀 꺾인 기세를 보였다.

이렇게 눈에 띌 정도로 대중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흥미를 잃어가게 된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프로그램의 자극적인 편집패턴을 읽었기 때문이다. 프로에는 한참 못미치고, 일반인들보다는 뛰어난 애매한 포지션의 아마추어 참가자들을 포장하고 캐릭터를 만들기위해 사용된 자극적인 편집들은 초반 시청자들의 관심을 폭주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계속된 패턴반복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틀 자체에 염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

둘째, 매력적인 참가자의 부재다. 기존에 없던 신선한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던 참가자들은 엄친아, 뮤지션, 사연있는 인물, 재야의 고수 등 다양함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시즌이 반복되면서 이전 시즌과 비슷한 유형의 참가자들이 주목을 받게되고, 제작진들 역시 제2의 누군가를 만들기 위해 캐릭터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 뻔히 예상가능한 이야기로 관심을 떨어트렸다.

셋째.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포맷이 뜨기 시작하면서 각 방송사에서 다 같이 자사의 오디션 스타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 자체의 이미지 소모를 가속화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TV만 틀면 나오는 '오디션'에 질려버린 시청자들이 더 이상의 흥미를 잃고 눈길을 거두게 됐다.

넷째, 오디션 참가자들의 유형 변화다. 너도나도 참가한 이 대국민 오디션은 알고보면 내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는 평범한 인물이 혜성처럼 등장해 숨겨진 재능을 발휘하고 벼락스타가 되는 오디션계의 신데렐라 판타지를 자극하면서 유래없는 호황을 맞았었다. 특히 초기 오디션 스타들은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 등장해 회를 거듭할수록 세공돼가는 과정을 보며 '내가 만든 스타'라고 느끼는 재미, 혹은 재야에 묻힌 고수들을 알아보고 끌어내줬다는 시청자들의 대리 만족을 통해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시즌제로 정착되면서 차츰 신인가수의 등용문이 돼가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홀연히 등장해 벼락스타가 될 만한 원석들 보다는 이미 다듬어진 가수 지망생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즌이 이어질 수록 참가자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호평은 많아졌지만, 시청자들의 흥미는 점차 떨어져갔다. 일반인들 보다는 뛰어나지만 생방 무대에 가면 기성가수들에는 한참 못미치는 실력이 탄로나는 애매한 포지션의 참가자들에게 "잘하네" 이상의 감정이입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오디션 프로그램이 호황기를 맞을 시즌보다 확연하게 떨어진, 심지어 초기로 돌아가는 중인 시청률을 통해 오디션 열풍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을 위해 '슈퍼스타K'는 시즌5를 준비하고 있으며, '보이스오브코리아'도 시즌2로 돌아왔다. 과연 단물빠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다음 시즌에 어떤 비장의 무기로 식어버린 시청자들의 마음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강효진 기자 news@tvdaily.co.kr/사진=SBS MBC 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