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여창용 기자] 가족을 해친 범죄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의 영화는 많다.

일반적으로 부모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는 사극에서, 자녀를 해친 원수를 응징하는 부모의 이야기는 현대극에서 종종 사용되는 스토리다. 식상할만도 하지만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는 최고의 소재인 셈이다.

영화 '공정사회(감독 이지승, 제작 시네팩토리)'는 딸을 유린한 범죄자를 추적해 응징하는 한 엄마의 이야기다. 여자는 약하지만 아줌마는 강하고, 엄마는 더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영화는 10살 소녀(이재희 분)가 힘없이 길을 걷다 쓰러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녀의 엄마(장영남 분)는 참혹한 상황에 슬픔과 분노를 참지 못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 모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같은 장면 반복을 통해 보여준다.

유명 치과의사 남편과 별거 중인 아줌마는 보험설계사 일을 하며 딸을 키우고 있다. 고객과의 상담 때문에 딸의 하교 시간에 맞춰 나가지 못하고 딸은 혼자 귀가를 하다가 어떤 남자의 차에 타게 된다.

대부분 관객들의 생각은 아이를 돌보지 못한 엄마와 낯선 사람의 차에 올라탄 소녀를 질책한다. 분명 그들은 피해자임에도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성범죄에 있어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시선은 스크린을 통해 나타난다.

생부는 딸의 상처에는 아랑곳않고 자신의 명예가 훼손될까 걱정한다. 오히려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 윽박지르고 사건 조용히 마무리하라고 협박까지 한다. 그것이 모두 딸아이를 위한 일이라는 말과 함께.


경찰들도 마찬가지다. 첫 실종 신고를 접수하는 파출소의 경찰은 느긋하게 단순 가출사건으로 여기고 늑장을 부린다. 담당형사(마동석 분) 또한 밀려오는 업무를 핑계로 늑장을 부리는 것으로 모자라 딸아이에게 층격을 주는 말투와 질문으로 대한다.

아줌마는 딸이 그린 그림과 진술을 토대로 범인을 추격하지만 체포하지 못하는 경찰에 분통을 터뜨린다. 직접 범인을 잡으려 몸을 던지지만 경찰은 눈앞에서 범인을 놓치고 만다.

그제서야 사회가 자신과 딸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아줌마는 우연히 어려운 일을 해결해주는 사무실 전화번호를 알게 되고,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경찰에 울고불고 매달려도 안된던 일이 순식간에 해결된 것이다.

아줌마는 눈앞에 놓여진 범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응징한다. 범인 뿐만아니라 자신과 딸에게 상처를 준 전 남편과 그의 정부 그리고 담당형사에게 까지 복수의 손을 내민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완성한 것이다.

지난해 개봉했던 '돈 크라이 마미'는 딸을 겁탈한 범인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약한 처벌을 받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으로 '공정사회'와 비슷한 소재를 다뤘다.

'돈 크라이 마미'의 경우 분노를 참지 못한 엄마가 직접 복수에 나섰다가 결국 자신도 파멸된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공정사회'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사회를 대신해 냉철한 방식으로 복수에 나선다.

두 영화 모두 남자들은 무능한데다 악하기까지 하다. 남자들은 아이와 엄마가 받은 고통은 신경쓰지도 않는다. 단 '돈 크라이 마미'에서는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했다면 '공정사회'에서는 피해자들의 상처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악하게 보인다.


영화는 범인을 추적하는 아줌마의 시선을 쫓으면서 그의 분노와 슬픔을 보여준다. 또한 성범죄 피해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시선 또한 관객에게 불쾌감을 자아낸다.

아줌마가 복수를 완성하는 순간은 통쾌함이 느껴지지만 관객들은 아줌마가 한을 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줌마가 원했던 것은 사회의 따뜻한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영화 '공정사회' 속의 사회가 아줌마와 그 딸에게 결코 공정하지는 않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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