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수정 기자] "김혜수 누님은 감독님마저도 공손해지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가지셨어요. 하지만 '직장의 신' 통해서 스스로를 무너뜨리셨죠."

지난 21일 종영한 KBS2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장규직(오지호 분)과 미스김(김혜수 분)의 알듯 말듯 한 러브라인과 어른들의 다툼이라고 하기엔 유치한, 오히려 귀여운 투닥거림이었다.

장규직은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엘리트 사원으로 상사에겐 아부로 충성을 다하지만 부하에겐 안하무인이다. 또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철저하게 구분해 위치에 맞는 대우를 하는 한마디로 직장 내 밉상의 전형이다.

이에 반해 미스김은 '회사의 노예'는 되기 싫다며 자발적으로 계약직의 삶을 선택했다. 이를 내세워 미스김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면 칼같이 거절하고 혹여나 하게 될 경우 비정규직으로서 거기에 합당한 대가를 꼭 받아내고야 만다.

극중에서는 상극도 이런 상극이 없는 두 사람이 실제로는 어땠을까. 오지호는 선배 연기자 김혜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혜수 누님은 포스와 카리스마가 대단한 분이세요. 저는 물론이고 감독님까지 혜수 누님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손이 저절로 모아지면서 공손해졌었죠. 그런데 이번 미스김 역할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빨간 내복을 입은 장면 같은 경우에는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개인적으로는 혜수 누님 본인도 참 재밌게 찍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오지호는 김혜수의 배려심에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혜수 누님이 칭찬을 정말 잘 해주세요. 다른 배우들 연기까지 모니터 하시면서 좋은 이야기들을 골고루 모두에게 해주셨죠.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은 배우들이 기분 좋아했었어요."

"처음엔 카리스마에 주눅이 들었었는데 이런 혜수 누님 배려 덕분에 벽이 많이 허물어졌어요. 그 뒤로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라는 제안도 해봤죠. 선배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런 제안들을 잘 받아주셨어요. 씨름 장면을 찍고 난 후에는 '지호씨 덕분에 촬영 빨리 끝났네요. 고마워요'라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김혜수에게도 '직장의 신' 초반 위기가 찾아왔었다. 드라마 방송 직전 과거 자신이 쓴 논문이 표절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 이 상황에 대해서도 오지호는 김혜수의 대단함에 또 한 번 놀랐다고 했다.

"혜수 누님이 그런 일에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이건 내 개인적인 문제'라고 하시더라고요. 첫 촬영을 앞두고 저녁에 배우들 및 스태프분들을 모두 모이게 하셨어요. 그리고나서 모두의 앞에서서 '방송을 앞두고 저 때문에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 절대 없도록 하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시더라고요."

"혜수 누님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잘 아시는 분 같았어요. 제작발표회에서 공개적으로 나서서 사과한다는거 쉽지 않아요. 그러니 혜수 누님이 잘못을 했을지언정 거기에 뭐라고 토를 달 수가 없더라고요. 혜수 누님을 이번 작품을 통해 접하면서 연기적인 부분을 떠나서 인성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티브이데일리 오수정 기자 news@tvdaily.co.kr/사진=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