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양소영 기자] '완벽주의자' 나홍진 감독이 자신이 함께 작업한 '곡성'의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 제작 사이드미러·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코리아))은 지난 26일 오후 3시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곡성'은 긴장감 넘치는 연출,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추격자' '황해'에 이어 '곡성'까지, 그가 보여준 세 편의 영화들은 여러모로 강렬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세 이야기는 잔인했고 참혹했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방식은 영화와 달랐다. 나홍진 감독은 "저 역시 비관적인 현재를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어떤 긍정과 선을 지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악을 모시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은 현실적인 범행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왜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에 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현재 '곡성'에 대한 반응은 극단적이다. 어떤 이들은 모호한 캐릭터와 결말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원석을 가공했을 때 깔끔하게 흠 하나 없는 상황을 원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영화는 많고 언제든지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그는 "지금의 이 카드에 대해서 눈곱만큼의 후회도 없다"며 함께 작업해준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에서 첫 주연을 맡은 곽도원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곽도원은 신념이 있다. 관객에 대한 굉장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 그는 "곽도원은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연기를 봐주는 사람들을 위해 소홀한 법이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관객들을 위해서 한 번 더 한다. 무대라고 생각하고 객석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 같았다. 헌신적으로 정말 열심히 해줬다"며 치켜세웠다.

이어 '곡성'의 촬영장에 대해 "정말 좋은 분위기였다. 영화를 찍는 분위기를 말씀 드리는 거다. 다른 촬영 현장은 모르지만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저희 현장에서는 스마트폰도 안 본다. 다들 영화에 집중했다. 열정이 느껴지니까 다들 영화에 집중했던 것 같다. 꼬맹이들도 그랬다. 기분이 좋았다. 배우들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정말 좋았다. 전작의 스태프들도 훌륭한 분들이다. 그런데 '곡성'을 하면서 만난 분들은 정말 다 좋았다. 어렵게 모신 분들이고, 제일 잘한다는 분들이 모였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나홍진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단편 영화 '완벽한 도미요리'에서 요리사 역을 연기한 배우 배용근이 '곡성'에 1인 2역으로 출연했다고 귀띔했다. 불난 집에서 들 것에 실려 가는 화상 환자 역과 경찰 역으로 등장했다는 것. 또한 그는 자신의 단편 영화 '한'은 스태프들을 위해 만든 작품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완벽한 도미요리'를 찍고 저만 상을 받고 신문에 나왔다. 배우들이랑 스태프랑 만나서 소주한 잔을 하는데 저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져서 죄송하더라. 그 마음에 만든 게 '한'이라는 단편이다"라며 "제가 포커싱이 되는 건 대표니까 받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스태프들을 대신해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나홍진 감독은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지금까지 그러한 불안과 부담감을 견뎌왔기에, 적절한 불안은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미소 지었다.

그는 다음 작품은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뭘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생각이 쌓이고 흘러가지 않나. 강박적으로 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점점 커져서 자기들끼리 레이싱을 벌인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 보면 하나가 커지면서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 게 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곡성'의 의미는 시간이 지나야 알 것 같다. 제가 찍은 영화들이 모두 소중하다. 부모로 아끼는 마음이다. 이놈이 진짜 뭔지는 판단 못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서 머리를 좀 비우고 객관적으로 봐야지 어떤 놈인지 알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양소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