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대박'의 배우들이 열연 속에 각기 다른 성과를 얻었다.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연출 남건)이 14일 밤 방송된 24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대박'은 백대길(장근석)과 영조(여진구) 형제가 이인좌(전광렬)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도박이라는 소재와 이인좌의 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묘사했다. 또한 백대길과 영조라는 두 주인공을 앞세우면서도 지금껏 본 적 없는 숙종(최민수)을 만들며 수목 받았다.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이 모두 존재하는 '대박' 안에서 캐릭터는 배우들의 소화력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펼쳤다. 자연히 그에 대한 평가도 나뉘었다. 이에 극중 가장 주목할 만 한 캐릭터들을 소화한 배우들의 면면을 들여다 봤다.

◆ 숙종 최민수, 거부할 수 없는 마력과 야성의 왕

배우 최민수가 연기한 숙종은 '대박'이 첫 방송부터 3회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는 실존인물인 숙종에 자신만의 해석을 가미해 야성미를 표현해냈다. 그 결과 앞서 비슷한 시기를 그린 사극에서 볼 수 없던 전대미문의 숙종이 탄생했다.

숙종이 드라마에 등장한 것은 최민수가 처음이 아니다. '대박'에 이인좌로 등장한 배우 전광렬도 지난 2003년 종영한 KBS2 드라마 '장희빈'에서 숙종 역을 맡았다. 가장 최근에는 2013년 종영한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배우 유아인이 숙종의 세자시절부터 왕이 되기까지를 그린 바 있다. 이 같은 전대 숙종들의 공통점은 왕의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희빈과 인현왕후에 숙빈 최씨까지 후궁들 사이에서 휘둘리는 존재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최민수의 숙종은 달랐다. '대박' 속 숙종은 후궁들에게 휘둘리지 않았고 오히려 압도적인 권력과 카리스마로 모든 사람들을 제압했다. 급기야 '대박'의 장희빈(오연아)은 숙빈 최씨(윤진서)를 고문했다는 이유로 숙종에게 머리채까지 잡혀 실려나갔다. 이는 숙종의 불 같은 성격과 위엄을 극대화시킨 최민수의 즉흥 연기였으나 극 초반 가장 많은 화제를 모았다. 실상 역사 속 숙종은 자신의 비빈들을 환국이라는 정치 상황에 이용했기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앞세운 전대 숙종들보다 일면 현실적으로 맞는 연기였던 셈이다.

더불어 최민수는 숙종이 안경을 착용한 조선 최초의 왕이었다는 점과 기침이 잦았다는 실록의 기록을 참고했다. 그는 실제로 극중 조선시대 안경을 소품으로 사용했고 잦은 기침을 천식과 같은 질환으로 해석해 통증을 달래줄 아편을 즐기는 독특한 상황을 만들었다. 이에 아편 연기로 몽롱한 와중에 잦은 기침까지 할 정도로 병에 시달리면서 위엄을 잃지 않는 개성 강한 숙종이 만들어졌다. 최민수만의 캐릭터 해석과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 백대길 장근석, 상상 이상의 몸 고생…고통 넘어선 감정을 부탁해

장근석이 맡은 백대길은 가상 인물이다. 극 중 백대길은 숙종과 숙빈 최씨 사이에서 탄생한 왕자 영수였으나 육삭둥이로 태어난 탓에 왕의 자식이 아니라는 의심을 샀고 결국 숙빈 최씨에 의해 몰래 궐 밖으로 빼돌려졌다. 왕자였음에도 왕자로 살지 못한 운명이었던 것이다.

백대길은 궐 밖에서 노름꾼 백만금(이문식)을 아버지로 알며 궐 안에서 누렸을 삶과 정반대의 인생을 살았다. 또한 이인좌의 숱한 견제에 보호 없이 노출됐다. 이에 매번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렸고, 이름처럼 대길(大吉)한 천운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 장근석은 '대박'의 어떤 캐릭터보다 육체적으로 시달렸다. 그는 이인좌에게 쫓기는 백대길의 운명에 따라 늘 쫓기고 도망치는 장면을 소화하며 쉴 틈 없이 달렸다. 뙤약볕에 염전에서 일하고 도망치다 붙잡혀 매질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탈주 뒤 포박될 수록 매질의 강도도 거세졌고 급기야 똥통에 빠지다 갯벌에 목까지 묻히기도 했다. 압권은 도주 중 배고픔을 견디기 위해 살아 있는 뱀까지 뜯어먹어야 했던 장면이었다.

이 같은 갖은 고생은 극 초반 배우 장근석을 다시 보게 만들기도 했다. 온갖 고생을 소화한다는 점에서 백대길에 대한 그의 애착과 열의가 증명됐기 때문. 하지만 육체적으로 강도 높은 신을 소화한 뒤에 그에 준하는 감정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도망길에 앞서 백만금을 잃고 오열한 장면 외에 그의 진한 감정을 보여줄 장면들이 부족했고, 이는 결국 캐릭터가 고생하고 있음에도 완벽하게 공감하고 몰입하기 어렵게 했다.

◆ 영조 여진구, 첫 성인 연기 '합격'

여진구는 '대박'에서 영조를 맡았다. 영조는 백대길과 마찬가지로 숙종과 숙빈 최씨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궐 밖에 내쳐진 형제와 달리 왕자 연잉군으로 살았다. 궐 안의 왕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연잉군의 삶 역시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무수리 출신 후궁의 아들이라는 것은 그에게 거스를 수 없는 족쇄로 작용했다.

이에 백대길이 왕자가 아닌 백성의 신분으로 갖은 몸 고생에 직면하는 동안 연잉군은 훗날 영조가 되기 위해 정치적 위기와 마주했다. 그 과정에서 여진구는 위기와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표현했다. 언제 정계에서 내쳐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연잉군의 입지는 늘 불안했다. 여진구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보는 이들 역시 캐릭터의 위기에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보는 이들을 시종일관 불안하고 긴장하게 만들며 돌파구를 기대하게 했다.

보잘 것 없는 후궁의 왕자에서 경종(현우)의 후계자인 세제가 되고 영조가 되며 여진구 역시 변화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여진구는 세제 시절에도 노론과 소론의 대립 속에 그는 위태로웠으나 추종 세력을 신임사화로 모두 잃는 과정에서 감정적인 고통을 폭풍 같은 오열 연기로 표현했다. 또한 영조가 된 뒤에는 권력에 집착하는 비정한 옥좌의 주인으로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면모를 보여줬다.

여진구는 무능한 후궁 소생 왕자 연잉군에서 위태로운 세제를 거쳐 냉혹한 왕 영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대박' 안에서 가장 극적인 감정적 성장과 변화를 보여줬다. 남다른 내공의 아역 출신으로 연기력을 인정 받은 그였지만 성인으로 처음 연기하는 '대박'에서의 부담감도 있던 터였다. 캐릭터의 성장 단계에 맞춘 그의 눈빛과 안정적인 사극 대사 톤 조절이 향후 연기 행보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제공 및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