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뮤지컬 '록키'가 개막을 하루 앞두고 돌연 공연 취소를 알렸다.

28일 뮤지컬 제작사 엠뮤지컬아트는 예매 사이트 공지를 통해 '록키'(연출 노우성)의 공연 취소를 알렸다.

아시아 초연 무대를 앞두고 있던 '록키'는 1976년 할리우드 스타 실베스터 스텔론이 무하마드 알리의 권투 경기를 보고 감명 받아 직접 집필하고 출연한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신성우 김도현 송창의 윤형렬 신구 김지우 등이 출연해 화려한 캐스트를 자랑했고, 당초 29일부터 프리뷰 공연을 시작해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엠뮤지컬아트 측은 이날 공지를 통해 "공연을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하게 됐다. 그간 기다려주신 많은 관객분들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공연 취소의 이유를 매출 부진이라고 설명한 제작사 측은 "예매하신 모든 분들께 순차적으로 안내전화를 드릴 예정이며 예매수수료와 배송료를 포함한 티켓구매금액 전액을 조속히 환불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로 향후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불편하게 된 많은 분들과 끝까지 공연에 힘써준 스태프와 배우 분들께 깊은 사죄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엠뮤지컬아트는 지난 10월 초부터 11월까지 예정돼 있던 뮤지컬 '잭 더 리퍼'의 대구, 부산, 울산 지방 공연 일정을 돌연 취소하면서 관객들과 공연 관계자들의 우려를 샀다. 당시 대관처 중 한 곳이었던 울산 현대예술관은 공지사항을 통해 해당 공연이 취소된 이유가 배우와 스태프들의 임금 미지급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록키'가 개막일을 앞둔 상황에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해 연습이 며칠 간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리고,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무대 셋업이 시작되지 않자 공연 관계자들과 팬들의 우려는 날로 더해갔다.

여기에 기획사의 정식 공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이벤트를 통해 배포됐던 초대권이 돌연 취소되자 공연을 예매한 관객들의 걱정과 불만이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계속되는 관객들의 문의에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말로 침묵을 지키던 기획사는 결국 개막 전날 밤 공연 취소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에 개막 두 달 전부터 티켓을 미리 예매해 놓은 마니아들의 분노와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공연을 하루 앞둔 시점까지도 취소, 환불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시간적, 금전적 피해를 입은 탓이다. 무엇보다도 속 시원한 답변 없이 이어진 늑장 대응 때문에 기획사로, 대관처로, 예매처로 문의를 이어가던 관객들의 마음에는 큰 상처가 남았다.


이번 '록키'의 공연 취소는 지난 2014년 공연 15분 전 당일 취소로 공연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제작사였던 비오엠코리아 역시 재정난으로 인해 배우와 스태프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고, 결국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대에 서지 않으면서 극장을 찾았던 800명의 관객들은 헛걸음을 해야 했다.

이후 비오엠코리아는 임금 미지급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고, 제작사 대표 최 씨가 잠적하면서 사건은 흐지부지 마무리가 됐다. 이 사건은 재정난을 겪으면서도 새로운 공연을 올려 투자를 받고 티켓을 팔며, 그 돈으로 앞서 구멍 난 제작비를 '돌려 막는' 제작사들의 오랜 관행이 만들어 낸 폐해였다.

'록키'의 공연을 취소한 엠뮤지컬아트 역시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대형 제작사임에도 수년 간 이어져 온 제작비 돌려막기, 배우 임금 돌려막기 등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 한 공연 관계자는 티브이데일리에 "이번 '록키' 공연 취소도 '잭 더 리퍼'에 이은 대관료 미지급 때문이다. '록키'의 초기 매출액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기에 대관료 지급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돌려막기' 관행으로 인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땀 흘려 공연을 준비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다. 이미 지방 공연이 취소된 '잭 더 리퍼' 팀원들은 물론, 국내 초연인 '록키'를 관객들에게 선보이지도 못한 배우와 스태프들까지도 속앓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연이 개막 전 취소 됐으니 사실상 임금을 지급 받는 것이 어려운 터다.

'두 도시 이야기' 사태 후 2년, 공연계는 여전히 똑같은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공연을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이지 않는 '마이너스'의 고리를 끊어내려는 업계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록키' 포스터,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