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방송인 타일러 라쉬와 밴드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이 '복면가왕'에 출연했다. 1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승자 못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쯤 되면 탈락이 아쉬울 정도다.

11일 저녁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미스터리 음악 쇼 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는 가왕 양철로봇에 맞서는 새로운 도전자 8인의 1라운드 듀엣곡 대결이 펼쳐졌다.

이날 타일러는 1라운드 세 번째 대결에서 모자장수 복면을 쓰고 등장했다. 그는 또 다른 복면가수 토끼와 밴드 10cm의 노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로 듀엣 곡 무대를 꾸몄다. 두 사람은 안정적인 하모니로 원곡의 사랑스러움을 소화했다. 이 가운데 토끼의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판정단을 사로잡아 승리를 가져갔다.

타일러는 복면을 벗기 전 아리송한 성별로 판정단을 혼란에 빠트렸다. 아담한 체구와 중성적인 음색으로 인해 그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판정단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 그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힌트로 캐롤 송을 불렀지만 영어 발음이 올드하다는 핀잔까지 들었다.

마침내 타일러가 복면을 벗은 순간 판정단은 충격을 넘어 경악했다. 성별이 남성인 것을 떠나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라는 것에 놀랐던 것이다. 타일러의 영어 발음을 지적했던 판정단은 꿀 먹은 벙어리가 돼 폭소를 자아냈다.

타일러는 캐롤의 중후함과 고전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옛날 영어 발음을 사용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사자성어를 사용하는 등 예능에서 만들어진 '뇌섹남' 이미지에 갇혀 사람들이 자신을 가까이 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인식했던 것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놨다.

무대를 마친 뒤 타일러는 "예전에 미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프롬 같은 걸 했는데 가면 무도회 테마로 하자는 의견이 전혀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제가 직접 복면을 쓰고 보니 너무 재미 있다. 사람들이 저를 모르니 더 재미 있게 놀 수 있었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진 1라운드 마지막 대결에서는 조유진이 복면가수 앨리스로 등장해 또 다른 복면가수 하트여왕과 맞붙었다. 조유진은 듀엣곡 무대에서 정경화의 노래 '나에게로의 초대'로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과시했으나 7표 차이로 아깝게 하트여왕에게 승리를 내줬다.

더욱이 조유진은 앨리스라는 복면 콘셉트에 걸맞게 시종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언행을 보였다. 그는 복면을 벗기 전 '복면가왕' 애청자임을 밝히며 판정단의 말 한 마디에 소녀처럼 웃었다. 이에 복면을 벗은 순간 국내 여성 록 보컬리스트를 대표하는 정체가 드러나자 반전을 선사했다.

이와 관련해 조유진은 "록 밴드 하면 거칠게 보거나, 대중적인 이미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시더라"라며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 드리고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에 패널들은 "조유진의 가면 쓴 모습이 정말 순수했고 웃음도 많았다"고 칭찬했다. 판정단 중 조장혁은 "록이 가진 짙은 호소력은 어느 것과도 바꾸지 마시라"라며 치켜 세웠다.

더불어 조유진은 무대 뒤 인터뷰에서 "출연 전까지 '복면가왕'을 나가고 싶다 또는 나가면 안 된다 사이에서 정말 고민이 많았다"며 "그건 확실했다. 아직 많은 분들이 저를 안 잊고 계시는 게 너무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탈락이 정말 아쉬운데 패자부활전 같은 거라도 할 때 꼭 불러 달라"고 덧붙였다.

타일러의 복면은 성별 마저 의심케 할 정도로 감쪽같았기에 시청자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반면 조유진은 탈락이 아쉬운 잔인한 대진운으로 시청자의 탄식을 자아냈다. 두 사람이 전혀 다른 반전 매력을 통해 승자 못지 않은 탈락자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