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영조 4년에 일어난 실패한 반란, 이인좌의 난. 역사는 "이인좌가 처형을 당했다"고 기록했지만, 김홍선 감독은 "영조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칼을 빼들고 이인좌의 목을 쳤다"는 야사에 호기심을 느꼈다.

영조가 역사에 기록되길 원치 않았던 이 사건에 상상력을 덧입힌다면. 김 감독은 이를 하룻밤으로 재구성해 영화화했다.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감독 김홍선·제작 PICSSO, 이하 '역모')다.

조선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진 김호(정해인)는 내금위 사정에서 9품 부사용으로, 거기서 옥사를 지키는 포졸까지 수직 좌천 당했다. 아쉬움과 답답함 속에서도 꿋꿋이 옥사를 지키던 그에게 무사집단 어영청 5인방이라는 역모 무리가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 옥사에 갇힌 자신들의 수장 이인좌(김지훈)를 빼내 왕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앉히려 옥사를 점거하고 나선 것. 김호는 이들을 막으려 홀로 목숨 건 핏빛 사투를 펼친다.

영화는 2시간 내내 김호와 이인좌, 어영청 5인방의 대결을 그린다. 두 세력은 몽둥이, 활, 창, 검, 칼을 오가며 영조 코앞에 칼을 겨누기까지 끈질기게 맞붙는다.

그러나 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들의 처절한 고생이 느껴지는 이 액션들은 아쉽게도 무기만 바뀔 뿐, 다양하게 변주되지 못했다. '1대 다(多) 액션'이라는 패널티 탓에 김호가 할 수 있는 대처들은 한정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김호가 그들을 무찌르는 방식이 너무나 획일화돼 있어 액션 자체의 재미, 그 이상을 끌어내지 못했다.

더불어, 으레 액션 영화가 그러하듯 주인공의 비현실적인 '불사조력'은 쉬이 공감을 얻지 못했다. 맞아도, 찔려도, 베여도, 도무지 죽을 수 없는 김호는 말하자면 조선판 '다이 하드'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영화를 끌고 나가는 사건의 개연성이 헐겁다는 점이다. '역모'는 오직 액션에만 치중하겠다는 듯 영화 지분의 80% 이상을 액션에 할애했고, 그 덕분에 각 인물 간의 서사나 당시 시대의 흐름 등은 자세히 그려지지 않았다.

때문에 김호가 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나 맹목적으로 달려왔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왜'라는 의문을 걷어낼 수가 없다. 오죽하면 어영창 5인방의 고수 도만철(조재윤)이 김호에게 직접 해당 이유를 물었을까. 불친절한 전사로 인해 당위성을 얻지 못한 액션은 공허한 눈요깃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엔 '역모'라는 이인좌에 초점이 맞춰진 제목, 그러나 정작 주인공은 그들을 막는 김호라는 괴리에서 오는 이질감도 한몫했다. 확실하게 한 쪽으로 마음 둘 곳 없는 상황으로 인해 감독이 '이인좌의 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정말로 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소위 돈 많이 드는 사극 액션 영화임에도 불구, 초저예산으로 한 달 동안 찍어 2년 반만에 빛을 본 '역모'다. 다행히 당시 '생신인' 정해인을 주연으로 내세웠던 김홍선 감독의 모험이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대세' 정해인의 첫 주연작으로 급부상, '역모'는 기대 이상의 관심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그 신인이라는 점 때문인지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달려드는 정해인의 투박한 액션이나, '날 것'에 가까운 MSG 없는 그의 연기적 느낌이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무엇이든 열심히 해내겠다는 그의 순수한 열정이 영화적 완성도로 맺어지지 못했을 뿐. 23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역모'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