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배우 정유민은 ‘이판사판’에서 아동 강간범을 한판 업어치기로 제압해 통쾌함을 선사했다. 극 중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이 강렬한 장면으로 정유민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정유민은 SBS 수목 드라마 ‘이판사판’(극본 서인 연출 이광영)에서 대통령 여성 경호원 출신 로스쿨생 황민아 역을 연기했다. 정유민이 황민아 역을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이광영 감독의 도움이 컸다. 이광영 감독과 SBS 드라마 ‘초인가족 2017’에서 맺은 인연으로 다시 한 번 러브콜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민은 “정말 감사하다. 잘 끝내고 나니 시원하기도 하면서 후련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정유민은 첫 등장부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극 중 아동 강간범 김주형(배유람)은 재판 도중 판사 이정주(박은빈)를 인질로 잡고는 인질극을 벌였다. 이에 경호원 출신인 황민아는 주형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한판 업어치기로 제압했다. 해당 장면이 방송된 이후 정유민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더불어 클레이 사격를 하거나 복근을 공개한 사진이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그는 “첫 등장부터 액션이 있었다.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액션 연기를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유람을 업어치기 할 때는 액션 연기를 배웠던 감각을 살려서 연기를 펼쳤다고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유민은 처음으로 액션 연기를 해본 것이라면서 “특별했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특히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역할을 만들어준 작가와 감독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2012년부터 꾸준히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던 정유민이지만 법정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황민아 캐릭터를 위해서 나름의 준비를 했다. 그는 “처음 대본을 받고 생소한 단어들과 환경 때문에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유민은 직접 법원을 찾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수석 부장님, 배석 판사님들을 만나서 판사실을 구경하기도 하고 재판 과정을 보기도 했어요. 하루의 시간을 내주셔서 판사님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봤어요. 도움을 주신 덕분에 이후 대본을 볼 때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이 보였어요.”

이런 준비 과정을 겪었지만 실제 방송에서 정유민은 ‘이판사판’에서 자주 등장하지 못했다. ‘이판사판’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 생각한 공사판 멤버들의 분량이 생각보다 적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민 역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작품 전체로 봤을 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정유민은 “감독님도 아쉬워하시면서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자고 하셨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분량상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공사판 멤버라는 좋은 동료를 남기게 됐다. 그는 “지금도 연락을 한다. 촬영할 때 함께 대본도 맞춰 보고 합이 잘 맞았다”고 전했다.

특히 공사판 멤버 중 가장 선배인 허준석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정유민은 “준석 오빠 이미지를 보면 시크한데 막상 만나게 되면 재미있다”고 했다. 그는 평소 리더처럼 행동하려고 허당처럼 구멍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진짜 선배다운 면모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유민은 “도움이 많이 됐다. 우왕좌왕 할 때 결정적인 순간마다 선배로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며 격 없는 선배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끌어준 허준석에 대해 고마워 했다. 또한 “한 장면이 나오더라도 함께 촬영할 때 다 같이 반가워 하면서 촬영을 했었다”고 공사판의 팀워크를 전했다.

정유민의 부모님은 오랫동안 그의 배우에 대한 꿈을 반대해왔다. 하지만 10년 만에 허락을 받고 지금은 정유민의 든든한 지원자가 됐다. 정유민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라는 직업을 알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배우의 꿈을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정유민은 “어릴 때는 그냥 귀엽게 들어주셨는데 그 꿈이 지속되니까 심각하게 받아 들이셨다. 공부 안 하고 겉 멋이 들까 걱정을 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오랫동안 반대를 해오신 부모님이 허락을 해주니 신이 났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중고등학교 시절보다 더 학구열을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정유민은 잦은 휴학으로 아직까지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학업에 충실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해 휴학을 했다고 했다. 정유민은 “전공이 연기다 보니까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서 오래 쉬게 됐다”고 했다.

정유민은 다시 복학을 한 이유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이번에는 꼭 복학해야 한다고 해서 복학을 하게 됐다. 3학년 2학기인데 학점이 모자라서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졸업이 늦어지고 있지만 학업에 대한 욕심은 있다고 했다. 그는 “졸업을 하고 대학원까지도 가고 싶은 열망이 있다”고 연기를 하면서도 공부를 하고 싶은 자신의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렇듯 정유민은 욕심이 많은 배우다. 물론 욕심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런 욕심을 바탕으로 작은 역할을 맡아도 매사에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정유민은 유독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정유민은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월희 역으로 마종자(최대철)과 애틋한 러브라인을 보여줬다. 또한 SBS 드라마 ‘초인가족 2017’에서 김태이 역을 맡아 짝사랑에 빠진 사회 초년생의 풋풋함을 그렸다. 이번 '이판사판'에서도 시청자들에게 또 다시 눈도장을 찍었다.

정유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장면에서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욕심, 나아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를 극복하고 잘 해내고 싶다는 열망,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분량과 상관없이 그가 등장할 때마다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게 됐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작품 안에서 한 장면, 한 대사마다 캐릭터의 존재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역할마다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비중보다는 찰나의 순간이라도 잘 해내서 내가 맡은 캐릭터가 그 장면, 그 대사만큼은 주인공이게 하고 싶어요. 이런 마음과 의지가 있기에 감독님이 찾아주시고 기억 해주시는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