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로나 '사람'으로서나 신현수는 진중하면서도 묵묵한 모습과 함께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한 청춘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신현수는 기형도 시인의 시를 읽고 불완전한 청춘에 공감할 줄 아는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으면서도, 상대방을 절로 기분 좋게 만드는 유쾌한 긍정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최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극본 소현경·연출 김형석)은 흙수저를 벗어나고 싶은 서지안(신혜선)에게 가짜 신분상승이라는 인생 치트키가 생기면서 펼쳐지는 황금빛 인생 체험기를 그린 세대불문 공감 가족 드라마로, 신현수는 극 중 서태수(천호진)의 막내아들이자 생활력 강한 청년 서지호 역을 맡아 연기했다.

신현수에게 '황금빛 내 인생'은 시작부터 기분 좋은 낯섦을 안겨줬다. 평소 배우 이희준이 롤모델이었던 신현수에게 김형석 감독이 출연을 제안하며 "이희준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이다"라고 했다고. 이에 신현수는 "동경하던 대상과 제가 똑같은 느낌이라고 하셔서, 저에겐 극찬으로 다가와서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라고 했다.

서지호를 처음 만난 신현수는 마치 오래 알아왔던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기시감을 느꼈다. 확고한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노력을 펼치는 서지호에게서 신현수가 동질감을 느낀 이유는 그 역시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지호라는 인물을 그려가는 데 있어서 비슷한 지점이 많았다"며 신현수는 아르바이트 경험을 연기에 다채롭게 녹여냈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나 아르바이트 생의 고충 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현수는 서지호가 느끼는 감정선을 더욱 세밀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또한 가족들에게 '비타민'과도 같은 존재라는 점 역시 서지호와 신현수의 공통분모였다.

마치 온 우주가 서지호는 신현수가 연기하기 위해 태어난 인물인 것처럼 순탄하게 돌아가던 중 뜻하지 않은 암초(?)가 등장했다. 신현수의 외양을 두고 "어떻게 저 사람이 막내냐, 다른 연기자들이 힘들겠다"는 류의 지적들이 이어졌다. 이에 신현수는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를 크게 상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얼굴에 대한 지적은 신경 쓰지 않아요"라고 했다. 다만 연기에 대한 지적은 새겨들으려고 하는 편이라며 그는 "제 연기가 모두에게 '호'일 수는 없어요. 그런 댓글들을 통해 제 연기의 어떤 부분이 불편했는지 수용하는 편이죠"라고 했다.

비록 외모에 대한 지적은 있을지언정, 신현수는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초반 철부지 같았던 모습을 거쳐 애틋한 가족애와 설레는 사랑의 감정을 겪으며 의젓한 남자로 성장하는 서지호는 신현수의 연기력을 통해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큰 사건 속에 휘말린 가족들 곁을 묵묵히 지키고,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며 가족들을 웃음 짓게 하는 모습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또한 신현수는 이다인(최서현 역)과의 미묘한 로맨스 연기로 '황금빛 내 인생'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처음엔 악연으로 얽히지만 오해를 풀고 난 뒤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알쏭달쏭한 '썸'을 타는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풋풋하게 물들였다. 신현수와 이다인의 커플 '케미'에도 극 중 두 사람은 집안 문제로 인해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했고, 대신 '절친'으로 남게 됐다.

사랑했던 남녀가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절친'이 되고, 거기다 서지호에겐 새로운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결말에 대해 '황금빛 내 인생' 시청자들은 다소 서운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신현수는 "두 사람에게는 집안 문제가 너무 컸고, 두 사람 역시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었어요,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저도 마지막회 대본 보기 전까지는 몰랐어요"라고 했다. 서지호의 새 여자 친구 설정에 대해 그는 "작가님께서 지호와 서현이가 확실히 친구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여자 친구라는 설정을 붙여준 것 같아요"라고 설명한 뒤 "만약 작품이 100부작이라면 60회쯤 지호와 서현이가 한 번은 연결되지 않았을까요?"라고 전했다.

"긴 호흡의 작품을 처음 하는 거라서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부담감도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몰입이 잘 됐어요. 걱정했던 것보다는 덜 걱정해도 될 만큼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아요. 지호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가족 구성원에 대한 것도 그렇고. 잘 어울려진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스태프분들도 좋았고, 현장 분위기도 좋았어요. 추운 날씨에 촬영하는데도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 들 정도로, 누구 하나 안 좋은 사람들이 없었어요."

성공한 사업가가 되고 싶었던 서지호는 베이커리를 개업하며 '황금빛 내 인생'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을 떼는 모습으로 결말을 맞이했다. 이는 서태수가 생전 강조했던 "굳이 황금빛이 아니어도 너만의 색깔로 너의 인생을 살라"는 말과 맞닿아 있는 삶의 모습이었다. 서지호가 그랬듯, 신현수에게도 '황금빛 내 인생'으로 가기 위해 꼭 지키고 싶은 것이 있었다.

"느리게, 그러나 활기차게"가 삶의 모토라는 신현수는 "너무 빨리 지나가다 보면 놓치는 게 있잖아요. 느리게 주변을 다 살피면서 가지만, 제 자신이 활기찼으면 좋겠어요"라고 설명하며 활짝 웃어 보였다. 인생 모토처럼 누군가는 느리다고 할지언정 활기차게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지치지 않고 나아가고 있는 신현수를 열렬히 응원하는 바다.

"좋은 배우가 돼서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어요. 스크린을 관통해서 시청자 마음에 제 에너지가 닿을 수 있다고 믿어요. '저 배우가 주는 에너지가 참 좋은 것 같다. 평소 인성이나 본성이 되게 착한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제가 갖고 있는 좋은 에너지를 투명하게 잘 다룰 수는 없겠지만 변질되지 않게 계속 잘 유지하면서 저만의 순수함을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