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미스터리 멜로’를 내세운 ‘일억개의 별’이 스산한 분위기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로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멜로 라인은 다소 헐거운 느낌을 안겨 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숙제로 남았다.

지난 3일 케이블TV tvN 새 수목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극본 송혜진·연출 유제원, 이하 ‘일억개의 별’)이 첫 방송됐다. 작품은 위험한 남자 무영(서인국)과 그와 같은 상처를 가진 여자 진강(정소민), 그리고 무영에 맞서는 진강의 오빠 진국(박성웅)에게 찾아온 충격적 운명의 미스터리 멜로를 담는다.

이날 방송에서는 금수저 도예가 백승아(서은수)의 개인전에서 우연한 만남을 갖게 되는 김무영, 유진강, 백승아의 모습이 그려졌다. 유진강, 유진국 남매는 백승아의 개인전을 축하하기 위해, 수제 맥주 회사의 브루어리 제1조수인 김무영은 파티 준비를 위해 전시회를 찾았다.

백승아는 자신이 만들지도 않은 도자기로 전시회를 열게 된 것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약혼자 장우상(도상우)과 다투게 됐다. 우연히 이를 듣게 된 김무영은 백승아를 도발하더니, 전시회 중 도자기를 실수로 깨트린 척 해 백승아가 아티스트 토크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게 했다. 백승아는 김무영에게 호기심이 생겼고, 김무영 역시 그를 타깃으로 삼아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되며 향후 전개를 기대케 했다.

특히 이날 눈길을 끈 건 ‘괴물’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무영 역의 서인국이었다. 김무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과 행동으로 주변 인물들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미스터리한 인물. 서인국은 어딘지 텅 빈 듯한 눈빛과 무심하고 까칠한 말투로 속을 알 수 없는 김무영의 캐릭터를 표현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입증했다. 또 백승아의 앞에서는 다정하게 애정을 표현하지만, 돌아서자마자 차갑게 달라지는 표정 연기로 섬뜩한 느낌까지 자아냈다.

제작발표회 당시 작품 자체보다 서인국의 군 면제 판정 이후 첫 복귀작이라는 점에 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쏠릴 정도로 이번 캐스팅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또한 원작인 동명의 일본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2002) 속 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심오하다는 평을 들었던 바. 첫 회에서 복잡한 내면을 가진 김무영을 표현하는 데 성공한 서인국이 마지막까지 제대로 캐릭터를 살려 돌아선 대중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였다.

극은 싸한 분위기 돌변하는 눈빛, 의도를 알 수 없는 행동 등 종잡을 수 없는 김무영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됐다. 이는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그가 각각의 인물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그들 사이를 어떻게 헤집어 놓을지를 궁금케 했다. 여기에 위험한 인물과 그 위험을 감지한 인물 사이 긴장감까지 더해져 몰입도를 높였다.

김무영, 유진강, 백승아가 얽히고설킬 관계를 예고하는 동안, 한편에서는 유진국이 의문의 살인사건을 조사해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사건 현장에는 흩어져 있던 스노우볼이 범행 후에도 과거와 같은 위치에 놓여 있었다. 이에 한 번 보면 모든 걸 기억하는 김무영이 해당 사건과 관련이 있을지, 계속해서 추리를 하며 지켜보게 만들었다.

김무영의 캐릭터 성으로 잡은 미스터리, 빠른 전개, 긴장감을 유발하는 BGM과 연출은 극을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다만 멜로 라인은 헐거운 느낌을 자아냈다. 단 두 번을 만난 김무영에게 “좋아해도 되냐” 고백하는 백승아, 너무나 쉽게 백승아를 사로잡고 키스까지 하는 김무영의 모습은 다소 개연성이 떨어졌다. 또 여자 주인공 유진강은 이날 김무영에게 맥주 종류 물어보기, ‘동생 바보’ 오빠 유진국에게 잔소리 듣기 등을 제외하면 크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아쉬움을 안겼다.

묘한 캐릭터가 풍기는 미스터리한 분위기, 의문의 살인 사건으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데 성공한 만큼, ‘일억개의 별’이 앞으로 본격 전개될 멜로 라인을 어떻게 풀어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듯하다.

또한 원작이 제33회 더 텔레비전 드라마 아카데미 어워즈 8개 부문을 휩쓰는 등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한국에서 재탄생 된 ‘일억개의 별’이 높은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고 또 다른 재미를 안길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 특히 근친상간, 자살 등의 소재를 어떻게 국내 정서에 맞게 재해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