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성공가도라도 재미가 없고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어느 위치에서건 연기하는 행복을 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배우 오정세가 정의한 행복은 ‘연기’에 있었다.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Mr. 플랑크톤’(극본 조용·연출 홍종찬)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이유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로, 오정세는 극 중 재미를 향한 순애보를 지닌 어흥을 연기했다.

오정세는 전작인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인연을 맺은 조용 작가에 대한 믿음으로 ‘Mr. 플랑크톤’을 선택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많은 것들을 얻었기에 조용 작가가 무엇을 만들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조용 작가가 믿고 맡겨준 캐릭터가 어흥이라 더 좋았단다. 종갓집 5대 독자에 열두 살 연하 재미를 향한 사랑 등 설정만 놓고 보면 그다지 로맨틱하지도, 순수하지도 않다. 하지만 오정세는 어흥을 재미로 인해 자신만의 삶을 꾸리는 인물로 해석했다. 그 해석 때문에 재미와의 나이 차이는 그다지 불편한 설정이 아니었단다.

오정세는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나이 차이에 대한 불편함은 없었다. 어흥이 갖고 있는 결핍을 보듬을 수 있는 진심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재미를 향한 사랑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정세는 “어흥이라는 인물을 만났을 때 떠오르는 단어는 ‘처음’이었다. ‘처음’ 사랑, ‘처음’ 이별, ‘처음’ 가출, ‘처음’ 삶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정세는 “오정세 또한 돌이켜 보면 스무 살까지는 제 의지 하에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삶이었다. 저의 첫 발걸음이 대학교 전공 선택할 때였다”면서 “어흥도 생각지도 못한 큰 사랑을 만났지만, 결국 그 사랑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 사랑만큼 더 진귀하고 값진 걸음을 재미로 인해서 걸어가는 인물이라고 뼈대를 세웠다”라고 설명했다.

어흥이 호불호 갈리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향한 지고지순한 순애보와 그 이별 뒤에 이뤄낸 성장 등 모든 순간들이 순수하고 깊은 울림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건 오정세가 세운 뼈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흥이는 재미에 대한 사랑을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처음 이별을 하는 인물이잖아요. 이별은 했지만 그것만큼 존귀하고 값진 첫 삶을 재미로부터 얻었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리는 어흥이 어떤 형태가 됐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응원하게 되는 인물로 그려졌으면 했어요.”

어흥이 맺고 있는 관계 중에 재미만큼이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모친인 범호자(김해숙)다. 엄하고 기가 센 범호자의 보살핌 아래 어흥은 자신의 주장 없이 모친이 계획한 대로 삶을 살아온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지점을 찾아볼 수 있다. 어흥이 어쩌면 이 시대에 맞지 않는 순수하고 단단한 결을 지닐 수 있었던 건 범호자의 보호막 덕분이었다. 이에 대해 오정세도 “어떻게 보면 마냥 범호자의 보호가 과잉일 수도 있지만, 어흥이 순수함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엄마로부터 나온 것이다. 엄마도 이 여정 안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 저는 그런 사사가 좋았다”고 말했다.

범호자의 보호 아래 순수하고 단단한 성격을 지닌 어흥은 드라마 안에서 때때로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특히 조기폐경 사실을 숨기고 결혼하려고 했지만, 끝내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던 재미가 모든 사실을 털어놓자 어흥이 그게 무슨 문제냐는 듯 걱정을 쏟아내는 장면은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를 선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정세는 “어흥이에게는 그런 마음이 충분히 들 것 같다. 어흥에게는 (조기 폐경은) 별거 아닌 것이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오정세는 해당 장면에서 어흥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친구의 경험담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실연으로 힘들어했던 친구가 몇 달이 지나 전 연인이 같은 하늘 아래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고. 이에 오정세는 “같은 하늘 아래 재미가 살아있는데 조기 폐경은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감정들로 꽉 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정세가 어흥으로서 ‘Mr. 플랑크톤’에 스며들 수 있었던 건 재미를 연기한 이유미의 도움이 컸다. 오정세는 “유미는 재미 그 자체였다. 사랑스럽고 귀엽고, 맑은 사람이라서 어흥인 저에게는 찾아가야 할 원동력이 됐다”라고 말했다. 해조를 연기한 우도환에 대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오정세는 “처음에는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느낌이었는데, 촬영할수록 허당미도 있더라. 그래서 더 이입하기도 쉬웠다”라고 했다.

“아무 짝에도 필요 없는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플랑크톤도 햇빛을 받음으로 인해서 반짝하잖아요. 제목에도 내포돼 있듯이 ‘Mr. 플랑크톤’은 플랑크톤처럼 당신도 그렇게 반짝반짝하는 사람이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대본 볼 때는 몰랐는데 작품을 보면서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했을 때 ‘모르겠어요’라고 하는 대사가 있어요.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의 끝에는 이쁜 하늘이 있었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보는 분들에 따라서 가져갈 수 있는 메시지가 많이 담겨 있어요.”

‘Mr. 플랑크톤’으로 올 연말 대중과 만난 오정세는 내년에도 쉴 틈 없이 활동을 이어나간다. JTBC 드라마 ‘굿보이’부터 tvN ‘별들에게 물어봐’까지 배우 오정세의 삶은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연이은 활동으로 보는 사람들은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은 지치기는커녕 재밌다면서 웃어 보였다. 오정세는 “배우로서 계획들이 있지만, 그건 부수적이다. 어떤 역할이 됐든 현장에 나가는 게 즐거웠으면 한다. 그 안에서의 스트레스가 있고 안 풀리는 고민이 있겠지만, 5년이 됐든 10년이 됐든 내 모습을 봤을 때 환경이나 위치는 저에게는 크게 좌지우지되는 것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정세는 “다른 걸 다 떠나서 지금처럼 행복하게 즐겨야 한다는 계획이 있다. 제가 행복해야지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볼 테고, 그걸 보는 저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거다. 이런 작품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재미가 되고 공감이 되면 더없이 좋은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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