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실화가 지닌 힘은 대단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공작'과 '허스토리'가 제27회 부일영화상에서 다관왕을 차지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5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제27회 부일영화상이 개최됐다. 진행은 방송인 문지애, 뮤지컬배우 이건명이 맡았다.

부일영화상은 지난 1958년 국내최초 영화상으로 출범했고 영상도시 부산에서 열리는 상징성을 더해 16년간 부산지역 최대 문화행사로 자리했다. 1973년 TV보급의 확대로 영화산업이 안방극장에 밀리는 시대의 흐름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단됐었지만 지난 2008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개최되며 화려한 부활로 안착한 영화상이다.

이날 부일영화상의 첫 시상은 한 작품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을 위한 시상이었다. 먼저 미술상은 영화 '공작'의 박일현이 수상했다. 또한 영화 '버닝'의 모그가 음악상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으며, 각본상 및 촬영상은 각각 영화 '공작'의 권성휘와 윤종빈 감독, '1987'의 김우형 감독이 받았다.

이어 생애 단 한 번뿐이라 더욱 뜻깊은 신인들을 위한 시상이 이어졌다. 이에 영화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전고운 감독이 연출한 '소공녀'는 'N포 세대'의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폭력적인 장면 없이 여성의 주체성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전고운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이런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면서 "제가 가난하고 많이 부족한데, 글이 재밌다며 '소공녀'를 함께 만들어 주신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께 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이렇게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영화로 생계유지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영화 '튼튼이의 모험' 배우 김충길과 '마녀' 김다미가 남녀신인연기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충길은 수상소감을 전한 뒤 '튼튼이의 모험' 속 한 장면을 연기해 시상식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수상대에 오른 김다미는 "일단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것만으로 행복하고 기쁜데 뜻깊은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수상소감을 남겼다.

이번에 신설된 남녀인기스타상의 영예는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도경수 김향기가 안았다. 스케줄상 참석하지 못한 도경수는 영상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김향기는 수상소감으로 "'신과함께'를 통해 많은 분들이 관심과 사랑을 주셨는데, 늘 보답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해 박수를 받았다.

이 외에도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 제작사 오지필름이 유현목영화예술상을 수상했다.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 흑금성(황정민)이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실화 첩보극 '공작'은 이날 각본상, 미술상에 이어 총 다섯 부분에서 수상의 영광을 차지해 저력을 과시했다.

'공작'에서 정무택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주지훈은 남우조연상을, 절제된 연기로 리명운이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이성민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그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공작'은 액션 없이도 첩보물 특유의 긴박함과 시대상을 반영한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부일영화상 대상이나 다름없는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에 '공작' 제작사 대표 한재덕은 수상소감으로 "영화의 모티브가 된, 그리고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허락해주신 흑금성 박채서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실화 주인공인 박채서에게 영광을 돌렸다.

'공작'과 마찬가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허스토리' 역시 이날 2관왕을 차지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당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했다. 극 중 문정숙 역을 맡아 연기한 김희애가 이날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신 사장 역을 맡아 신스틸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 김선영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이날 '허스토리'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인 김문숙이 객석에 자리해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한 영화 '버닝'으로 8년 만에 충무로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이 이날 제27회 부일영화상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며 명장으로서의 저력을 입증했다.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무관으로 돌아왔지만, '버닝'은 부일영화상에서 이창동 감독이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며 다시금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수상작(자) 명단

△최우수 작품상 : '공작'

△최우수 감독상 : '버닝' 이창동 감독

△남우주연상 : '공작' 이성민

△여우주연상 : '허스토리' 김희애

△남우조연상 : '공작' 주지훈

△여우조연상 : '허스토리' 김선영

△신인감독상 : '소공녀' 전고운 감독

△신인 남자연기상 : '튼튼이의 모험' 김충길

△신인 여자연기상 : '마녀' 김다미

△남자 인기스타상 : '신과함께' 도경수

△여자 인기스타상 : '신과함께' 김향기

△각본상 : '공작' 권성휘·윤종빈

△촬영상 : '1987' 김우형

△음악상 : '버닝' 모그

△미술상 : '공작' 박일현

△유현목영화예술상 : 오지필름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공작' 및 '허스토리' 포스터, 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