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나인룸’이 김희선, 김해숙이 지닌 사연과 캐릭터성으로 한 시간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케이블TV tvN 새 주말드라마 ‘나인룸’(극본 정성희·연출 지영수)은 희대의 악녀 사형수 장화사(김해숙)와 운명이 바뀐 변호사 을지해이(김희선), 그리고 운명의 열쇠를 쥔 남자 기유진(김영광)의 인생리셋 복수극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장화사와 을지해이의 질긴 악연이 그려졌다. 장화사의 감면 위원으로 교도소를 찾은 을지해이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장화사를 묶어두려 했다. 결국 을지해이는 타 위원 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는 장화사를 도발해 자신을 폭행하게 만든 뒤 감면을 막았다.

시간이 지난 후, 음주운전 방조죄로 사회봉사를 하게 된 을지해이가 장화사의 재심 청구 변호를 맡게 되면서 질긴 악연이 이어질 것을 예감케 했다. 또 장화사가 을지해이의 태블릿을 통해 기산(이경영)의 얼굴을 보고 심장발작을 일으키면서 “추영배”라는 말을 남겨 장화사가 죽였다던 추영배가 어떻게 기산이 되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자아냈다. 방송 말미엔 교도소에 자원봉사를 왔던 기유진(김영광)이 심장제세동기를 이용해 장화사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교도소의 정전에 놀란 을지해이는 쓰러져있는 장화사 위로 넘어지면서 둘의 영혼이 바뀌게 돼 흥미진진함을 더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빛난 건 너무도 다른 두 여자의 사연이었다. ‘나인룸’은 영혼 체인지라는 소재를 코믹함으로 사용했던 대부분의 작품들과 달리, 인물이 가진 ‘절박함’으로 풀어낼 것을 예고한 바. 기구한 두 여자가 지닌 사연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그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냈다.

방송 시작 전 사전 정보로만 ‘나인룸’을 본다면 ‘사형수와 영혼이 뒤바뀌는 을지해이가 얼마나 억울할까’ 생각이 들 터였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을지해이의 안하무인적인 태도는 장화사의 손을 들게 할 정도. 치매를 앓는 노모에게 제 손으로 음식 하나, 목욕 한 번이라도 해주고 싶다며 고개 숙이는 장화사에게 을지해이는 “장화사 씨 엄마한텐 치매가 행복아닌가”라고 도발하며 폭행을 유도해 감면을 막고, 국선변호사로 와서도 제 할 일만 하며 시간을 때우다 가버린다. 물론 그 뒤엔 을지해이의 출세욕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 을지성(강신일)이 장화사 사건을 맡다가 검사직에서 파면을 당하고 어머니가 떠나는 등 장화사의 감면을 막은 숨겨진 이유가 있었지만 그의 행동들은 하나하나 시청자들을 분통터지게 만들었다.

감면위원들 앞에서 “감면 시켜 내보내 주실 게 아니라면 이제 그만 죽이세요”라고 말하는 장화사는 희망이 없는 듯한 텅 빈 두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처연한 분위기를 안겼다. 또 치매를 앓는 어머니(손숙)와의 짧은 화상통화를 통해서는 애틋함을 자아냈으며, 교도소 동기들이 잘 따르는 모습을 통해서는 그의 인자한 성격을 짐작케 했다. 특히 기산을 보고 심장발작을 일으킨 장화사는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여자의 억울함을 폭발시키며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각각의 캐릭터성을 살린 데에는 배우 김희선과 김해숙의 공도 컸다. 먼저 데뷔 후 첫 변호사 역할에 도전한 김희선은 출세욕 가득한 을지해이로 완벽 변신했다. 그는 도도하고 표정과 똑부러지는 말투로 카리스마 넘치는 변호사를 표현했다. 또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장화사를 도발하고 작게 미소 짓는 모습에서는 소름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그간 쉽게 볼 수 없던 여자캐릭터인 을지해이를 더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다.

김해숙은 두 눈 속에 사연이 가득 담겨 금방이라도 차오를 것 같은 장화사로 완벽하게 자리했다. 평소 동기들에겐 인자하지만, 감면 위원들 앞에선 희망을 다 내려놓은 장화사가 되었고, 자신을 도발하는 을지해이에겐 악에 찬 분노를 터뜨렸다. 장화사의 다채로운 면면을 그려낸 김해숙은 향후 을지해이의 영혼이 들어간 후의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낼지에 대한 기대감을 심었다.

절박함과 억울함으로 똘똘 뭉친 두 여자였다. 첫 방송부터 감정이입하게 만든 기구한 사연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을지해이, 장화사의 고군분투가 벌써부터 재밌는 이유였다. 이에 그런 두 여자가 운명이 뒤바뀐 뒤 각각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영혼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대립할지, 이후 전개에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