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비틀고, 꼬고, 구부러지고 한계를 모르는 인체의 곡예가 전율을 선사한다. 전통적인 곡예 무대에 현대의 기술력을 더한 '태양의 서커스: 쿠자(Cirque De Soleil)'가 한국을 찾았다.

'태양의 서커스: 쿠자'(연출 데이비드 샤이너, 이하 '쿠자') 측은 25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 빅탑에서 비하인더 드 씬 투어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예술감독 딘 하비(Dean Harvey)와 의상감독 알렉스 서리지(Alex Surridge), 샤리바리 액터 로라 크메트코(Laura Kmetko)가 참석해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태양의 서커스는 캐나다 퀘벡에 본사를 둔 고품격 예술 엔터테인먼트 단체다. '쿠자'는 곡예와 광대술의 결합으로 대변되는 태양의 서커스의 근원으로 돌아간 작품으로, 경이롭고 연약한 인간 수행의 최고 경지를 조명하며 슬랩스틱과 유머를 혼합해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한다.

쿠자라는 이름은 상자, 궤 또는 보물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코자(koza)에서 기원했다. 공연은 '상자 안의 서커스'라는 콘셉트에 맞춰 시작된다. 주인공 이노센트(The Innocent)가 연 상자 안에서 트릭스터(The Trickster)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깜짝 등장하며 관객을 '쿠자'라는 거대한 상자 속 서커스로 초대한다.

지난 8월 중국 창사 공연을 마친 아티스트들은 이날 리허설 현장에서 녹슬지 않은 곡예 실력을 뽐냈다. 특히 컨토션(Contortion) 팀은 믿기지 않는 유연함으로 몸을 비틀고 뒤집었다. 3명의 아티스트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기예에 가까운 곡예를 보여주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냈다.

이 밖에도 '쿠자'는 스트랩(Straps), 밸런싱 온 체어(Balancing on Chairs), 샤리바리(Charivari), 하이 와이어(High Wire), 후프 매니퓰레이션(Hoops Manipulation), 티터보드(Teeterboard), 유니사이클 듀오(Unicycle Duo),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 등의 쇼를 선보인다.



다채로운 쇼를 총지휘하는 예술감독 딘 하비는 '쿠자'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그는 부상과 안전 우려에 대해서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아티스트들이 이미 굉장히 많은 연습을 하고 공연에 임하기 때문에 무대 위 요소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숙지한 상태에서 공연에 임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을 입을 경우 의료진이 항상 동행하기 때문에 재활까지 완벽하다"며 웃었다.

또한 그는 "우리 무대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의 경우 이미 운동선수로서 꽤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상태에서 고용된다. 물론 쇼를 처음 만들 때부터 함께 연습을 하기도 한다. 거기에 이미 수준 높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아티스트들의 뛰어난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실제로 이날 비하인더 드 씬에서 공개한 컨토션(Contortion) 공연에 서는 아티스트들은 몽골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곡예를 익혔고 '쿠자'에 앞서 6년 정도 함께 곡예 공연을 펼쳐왔다. '쿠자'의 주요 인물인 이노센트(The Innocent)를 연기하며 인기 곡예 중 하나인 티터보드에서 점프를 맡은 로라 크메트코 또한 어린 시절 발레를 익힌 데다 올림픽 기계체조 선수로 활약한 인물이다.

특히 딘 하비는 '쿠자' 만의 곡예에 대해 "다른 서커스에서 곡예 공연은 몸의 선과 곡예의 어려움을 강조하기 위해 느린 동작으로 신체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데에 집중한다. 그러나 '쿠자'는 굉장히 빠른 속도 감으로 환상적인 곡예 동작을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다른 공연과 차별화된다"고 자부했다. 이어 "우리 공연이 너무 다 환상적이라 어느 하나만 꼬집어 말하기 힘들지만 긴장감을 자아내는 동작도 있고 아름다운 선율이 가미된 쇼도 있다. 전반적인 흐름을 쫓아가는 게 '쿠자'만의 매력이다. 관객들에게 우리 흐름을 감명 깊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로라 크메트코 또한 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보였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이노센트로 처음 무대에 선 순간"을 말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내가 하던 것만 하지 않을 수 있는 점이 태양의 서커스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부상의 위험에 대해서도 "두려움은 크게 엇다. 그만큼 굉장히 많이 연습하고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어려운 동작들로 긴장감의 묘미를 선사하는 것도 우리 일이지만, 반대로 어려운 동작을 쉬워 보이게 소화하는 것도 우리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심지어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처음으로 뒤로 도는 점프를 처음으로 선보인다며 관객들의 반응을 기대하기도 했다.



의상감독 알렉스 서리지는 1600개에 달하는 의상과 소품들로 '쿠자'의 모든 쇼를 가득 채웠다. 그는 팀원들과 함께 무대 뒤에 3D 프린터까지 구비해 부족한 장비와 부품들을 즉각 보완하며 무대를 완성했다. 영국에서 모자와 구두 등을 만들던 베테랑 알렉스는 '쿠자'에 함께 한지 1년을 맞았다. 그는 "기존에 하던 공연들에 비해 태양의 서커스에서 함께 하는 공연들이 규모 면에서 훨씬 크고 일이 많다. 쉼 없이 일하는 중"이라며 "단순히 옷의 디자인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안전부터 세밀하게 따진다. 그만큼 예산 자체가 풍부하고 본사 차원에서 굉장히 많은 지원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태양의 서커스 공연은 언제 어디서든 동일한 수준의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예술 가이드북이 존재했다. 가이드북에는 무대 구성은 물론 의상의 세밀한 부분까지 기술됐다. 새로 합류하는 아티스트의 의상을 위해 신체 치수를 200여 개로 나눠 측정한 뒤 mm 단위까지 기입해 의상을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기술력과 곡예라는 전통적인 서커스의 매력이 공존하는 만큼 '쿠자' 팀은 자부심으로 넘쳤다. 딘 하비는 서커스가 사향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태양의 서커스만큼은 매 시리즈 사랑받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 공연은 기본적으로 동물이 없이 사람들의 무대로만 채워진다. 전통적인 고난도 기술도 많아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랑받는 게 가능한 것 같다"며 "태양의 서커스가 설립된 30년 전부터 무대에 동물이 아닌 사람을 세우는 게 원칙이었다. 그 자체가 태양의 서커스를 기존의 서커스와 다르고 새롭게 만들었다. 전통적인 곡예의 긴장감과 매력을 유지하되 의상과 쇼, 사운드 모든 면에서 기술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아티스트들이 이 분야 최고 기술자로서 각자의 재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게 태양의 서커스, '쿠자'가 성공하는 이유라 본다"고 했다.

무엇보다 딘 하비는 "'쿠자'를 감상할 관객들에겐 따로 준비할 것도 없다. 그저 우리 빅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우리의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약속드릴 수 있다. 모든 관객이 감동하고 환호하면서 돌아갈 수 있다고. 지금까지 모든 나라에서 그래 왔다"며 웃었다.

'쿠자'는 다음 달 3일부터 12월 30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공연된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