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실화탐사대’에서 보복 범죄의 두려움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를 만났다.

31일 방송된 MBC 교양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는 보복 범죄의 두려움에 시달리는 성폭력 피해 여성을 만났다.

3년 전 유미 씨(가명)는 여행 경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회식 날 남자 매니저였던 가해자가 성폭행을 했다. 그를 더 좌절하게 한 건 뻔뻔했던 가해자의 태도였다.

그는 “(가해자가) 저한테 안 미안하고 술 마시고 몸을 그렇게 못 가눈 자신한테 미안하다고 하더라. 정황적 증거 밖에 없는데 이게 죄가 될 거라 생각하냐고 하더라”고 했다. 고민 끝에 유미 씨는 가해자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그는 자해를 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고.

재판 과정에서 여러 번 진술을 번복한 가해자는 구속이 됐다. 이후 가해자는 변호사를 통해 유미 씨한테 미안하다는 사과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유미 씨는 “진심이라고 안 느껴지더라. 저한테 편지를 계속 썼어도 그대로 화가 났겠지만 저한테 두 번, 판사님들한테 열 번 정도 썼다”고 했다.

가해자는 두 번의 항소를 했지만 징역 4년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보복 위험이 있어 출소 날짜를 알아냈다는 유미 씨는 가해자가 내년 8월 4일 만기 출소 예정이라며 자신이 출소 날 보복 살해 당할 거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혹시 몰라 유서도 미리 작성했다고 했다. 그는 “진짜 10개월 밖에 명이 안 남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친구들한테도 가해자가 출소할 때까지 10개월 남았는데 내 자유, 목숨은 10개월 밖에 안 남았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형사 소송을 진행하며 가해자와 가해자의 가족들에게 시달렸다고 했다. 유미 씨는 “네가 이만큼 배상 해줘야할 만큼 잘못을 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고, 제 잘못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제가) 죽고 싶다는 마음이 안 들 것 같아 민사 소송 시작했다”고 했다.

결국 유미 씨는 민사 소송 6개월 만에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민사 소송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주소와 신상이 노출됐고, 이에 유미 씨는 가해자가 언제 찾아와 보복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게 된 것이다.

유미 씨는 “판결문이 왔는데 제 집 주소가 적혀있더라. 성폭행으로 인한 위자료 청구인데 설마 이걸 (가해자한테) 보냈을까 했는데 혹시 몰라 상담소에 물어보니 판결문에 제 집주소가 가해자한테도 똑같이 간다더라”고 했다.

신변 보호를 철저히 하는 형사소송과 달리 민사소송에서는 그런 보호가 전혀 없었던 것. 유미 씨는 “피해자의 집 주소를 가해자에게 알려주는 건 ‘너 감옥 보냈으니 얘한테 보복해’ 하는 것 아니냐. 나 죽이라고 문 열어놓고 기다리는 꼴 아닌가 그것도 제가 연 것도 아니고 남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은 피해자들이 민사 소송을 제기 하면 답변서가 오고가면서 양쪽 모두의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되어있다.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수정되고 있지 않다고.

이에 패널들은 “단순 이사를 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유미 씨는 개명도 하고 전화번호도 바꿨다. 주민번호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이사 갈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피해자가 숨어 살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워했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