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배우 신성일이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4일 오전 2시 30분 폐암으로 별세한 고(故) 신성일은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후 치료에 전념해왔지만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세상을 떠났다.

1937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다. 1960년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그는 단역과 조연을 거쳐 1960∼197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1966년에는 한 해 동안 출연한 작품의 수만 89편에 달했다. 그는 총 507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영화 제작에 참여하기도, 감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한국 영화 발전에 공헌한 만큼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그는 청룡영화상 인기상, 아시아 영화제 남우조연상,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 대종상영화제 영화발전공로상(2004), 제28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특별공로예술가상, 2008년 제17회 부일영화상 영화발전공로상 등을 수상 했다.

또한 1979년 한국배우협회 회장, 2001년 한국영화배우협회 초대 이사장 등을 지내며 영화 관련 단체 활동도 적극적이었다. 대구과학대학 방송연예과 겸임교수, 계명대 연극예술과 특임교수를 맡아 후배 연기자 양성에 힘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는 ‘로맨스 빠빠’를 비롯해 ‘보고 싶은 얼굴’ ‘맨발의 청춘’ ‘잃어버린 태양’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엄앵란과 1964년 결혼했다. 세기의 커플로 불린 신성일 엄앵란 부부는 스타 부부의 시초였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두 사람의 결혼식에는 하객과 시민 4000여명이 몰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항상 이슈를 몰고 다니기도 했다. 원래 이름은 강신영, 예명이 신성일인 그는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강신성일로 개명했다. 1978년 박경원 전 장관의 특별보좌역으로 발탁돼 정계에 진출한 그는 1981년 11대 총선 서울 용산·마포구에 한국국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2위로 낙선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대구 동구 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대구 동구에서 당선돼 의정 활동을 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는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광고로비 사건과 관련, 2005년 2월 뇌물수수죄로 구속됐고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2년여 간 복역 후 출소했다.

출소 이후에는 배우로서의 삶을 이어가며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그는 2013년 영화 ‘야관문: 욕망의 꽃’으로 20년 만에 충무로에 복귀했다. 작품에서 신성일은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말기 암 환자 역을 맡았으며 간병인에게 생의 마지막 욕망과 꿈같은 사랑을 느끼게 되는 연기를 펼쳤다. 파격 변신으로 화제를 모은 ‘야관문’은 그의 유작으로 남게 됐다.

한편 영화계에서는 고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영화인장을 치르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엄앵란 씨와 1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실에 마련됐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