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성공의 요인은 운일까, 노력일까. SBS 교양국이 창사특집으로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시대적인 질문을 던진다.

SBS는 8일 서울시 양천구 목동 사옥에서 교양 프로그램 'SBS 창사특집 대기획-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전쟁'(이하 'SBS 창사기획') 기자 시사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SBS 교양국 박진홍 3CP, 류영우 PD, 정선년 작가가 참석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SBS 창사기획'은 어떤 이는 집안이나 반칙 같은 운으로 더 큰 능력을 인정받는 반면 어떤 이는 자신이 가진 능력조차 펼치지 못하는 불운에 대해 고찰한 방송이다. SBS 개국 28주년을 맞아 창사특집으로 기획됐다. 1부 '분노한 자들의 도시'와 2부 '불운을 피하는 법' 총 2회에 걸쳐 한국 사회에 운과 능력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현재 한국 청춘들에게 공정성을 고찰하게 만든 '정유라 특혜 논란', 인천공항공사와 서울교통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구의역 김 군 사망 사건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 또한 미국과 핀란드 등 전 세계적으로 행운을 나누고 불운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 체제를 갖춘 국가들을 살폈다. 여기에 배우 이종석이 내레이션을 맡아 'SBS 창사기획'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류영우 PD는 "인천공항공사와 서울교통공사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고 선언했는데 너무 많은 이견이 있었다. 분명히 좋은 취지의 사건이었는데 사람들이 다 입장이 다르더라. 또 각자의 '공정성'을 앞세워 대립했다. 그 사이에서 '뭐가 옳지?'라는 질문을 던지며 조금 깊이 고민했다. 우리가 싸우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운과 능력의 차이, 공정성에 대해 살펴봤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는 "이종석 씨를 내레이터로 섭외한 것도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연결됐다"고 했다. 류영우 PD는 "이종석 씨가 어린 시절에 배우로 생활하면서 같이 고생한 친구들한테 사비를 털어서 오디션 가는 시간도 빼주고, 생계도 해결해줬다고 들었다. 능력 있고 행운 있는 사람들이 나눠서 불운을 극복하도록 도운 정확한 사례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선년 작가 또한 "이종석 배우 같은 경우 워낙 노력파 배우로 알려져 있고 대본도 철저히 보는 거로 유명하다. 그런데 본인이 성공한 걸 자신의 노력, 실력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더라. 그런 것들이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박진홍 CP는 "모든 세대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그걸 극복한 과정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현재 2030 세대의 불운이 다른 세대에 비해 크다는 건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라며 "아시다시피 지금 청년 세대는 굉장한 경쟁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 또 역사상 유례 없는 뛰어난 스펙을 쌓은 세대이기도 하다. 그만큼 뛰어난 인재가 많은데 능력을 발휘할 통로나 여건이 부족하다. 그래서 더더욱 스스로를 불운하다고 여긴다. 여기서 능력과 운이라는 키워드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한국 청년들이 그렇기 때문에 이전의 세대보다 '공정성'에 대해서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PD가 말한 대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그 배경엔 도대체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구의 역에서 사망한 김 군 사건 직후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굉장한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나타난 건 또 다른 목소리였다. 모두 '공정성'을 추구하는데 입장이 달랐다. 개개인의 탓은 아니고 그 배경에 뭐가 있을까 싶었다. 같은 문제라도 운과 능력이라는 틀로 바라본다면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선년 작가는 "실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불운한 세대가 현재 2030이라고 답한 비율이 79%에 달했다. 전 세대가 합의한 내용이라고 봤다. 세대 갈등을 조장하려는 게 아니라 '너희들이 이렇게 힘든 게, 너희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의 문제'라고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봤다"고 거들었다.

결코 간단한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운 주제인 만큼 제작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한 8개월 정도 준비한 것 같다"는 류영우 PD는 방송에 등장하는 라말레라 마을의 고래잡이 촬영에 대해 "그 때야 말로 우리의 운과 능력을 테스트한 순간이었다. 1주일 동안 고래 잡는 순간을 기다렸다. 이 프로그램이 잘 되려면 잡힐 거라는 생각에 운에 기대서 기다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무엇보다 류영우 PD는 촬영 차 방문했던 미국, 핀란드, 라말레라 마을에 대해 "미국은 천재 내지는 능력 있는 자들을 불운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이면도 컸다. 핀란드는 누구나 조금씩 가진 능력을 최대한 써보자고 주장하는 나라였다. 복지의 천국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다같이 능력을 써서 함께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강했다. 라말레라도 아름다운 원주민 마을처럼 보였지만 사람들이 대단히 이기적이었는데 그런데도 조화를 이루고 살고 있더라"라고 설명하며 "결국 우리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말하려고 했다. 같은 원칙인데 다르게 적용하는 사례들을 보여드리려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모두가 평등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잘난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고 소수의 잘난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굴러가기도 한다. 이 가운데 더 좋은 행운을 모두가 갖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불운을 극복하려면 행운을 나눠야 한다'는 나름의 결론이 있었다. 이 원칙을 나누고 싶었다. 성공하는 1.5%가 행운을 다 가져가도록 놔두는 게 아니라 그렇다면 나머지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행운이 뭐가 있을까 함께 고민해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진홍 CP는 "그동안 교양국에서 창사기획을 통해 동시대에 가장 중요한 이슈가 뭘까 고민하고 시대 정신을 고민하고 관심을 오랫동안 가진 편이다. 프로그램 하나에서 대단한 해결책을 찾을 순 없을 거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계속해서 알리고 여러 관점에서 보고 또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 보면서 해결책을 역사적으로 가져왔는지 보면서 통찰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SBS 창사기획'은 11일과 18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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