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극본 최수진 최창환·연출 조영광, 이하 '흉부외과')이 끝내 시청자 심장을 훔치는 데에는 실패했다. 의학 드라마의 매력을 잃은 전개가 달라진 시청자의 눈높이에 못 미친 결과다.

SBS 수목드라마 '흉부외과'가 15일 밤 방송된 32회(마지막 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최석한(엄기준)이 병원장 윤현일(정보석)의 악행을 모두 폭로했고, 죄책감을 안은 채 태산병원을 떠났다. 하지만 후배 의사 박태수(고수)와 윤수연(서지혜)은 최석한을 기다렸다. 마침내 세 사람은 태산병원에서 다시 모여 응급 수술을 진행하며 진정한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결말은 희망찬 미래를 암시한 해피엔딩이었지만, 정작 '흉부외과'의 성적은 웃을 수 없었다. 방송 내내 한 자릿수 시청률을 맴돌았고 경쟁작인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에게 동시간대 시청률 1위 타이틀을 내줬던 것.

기본적으로 '흉부외과'는 '두 개의 목숨 단 하나의 심장'이라는 카피 아래, 의사로서의 사명과 개인으로서의 사연이 충돌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인 절박한 흉부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메디컬 드라마다. 특히 지난해 28% 대 시청률을 기록한 SBS 드라마 '피고인'의 최수진, 최창환 작가와 조영광 PD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시작부터 기대를 모았다. '피고인'이 살인죄 누명을 쓴 검사의 탈옥기로 지상파 장르물의 성공을 보여줬던 만큼, '흉부외과' 또한 메디컬 드라마라는 명확한 장르로 승부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첫 방송만 해도 '흉부외과'는 대선 후보의 심장 수술을 발표하는 윤현일과 담당의 최석한의 모습과 그들이 수술할 심장을 훔쳐가는 박태수의 모습을 박진감 넘치게 그렸다. 또한 윤수연을 박태수나 최석한의 멜로 상대가 아닌 열정적인 심장 전문의로 그렸다. 이에 '흉부외과'는 '기승전멜로'를 탈피한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작품이 중반부에 접어들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멜로 없는 메디컬 드라마라는 기조는 유지됐으나 전개 과정에서 박태수와 최석한은 의술이 아닌 의사 개인의 사적인 감정에 매몰됐다. 박태수는 심장이 아픈 어머니를 위해 의사가 아닌 '아들'로서 움직였고, 최석한은 누구보다 유능한 의사였으나 과거 딸을 죽게 만든 병원 권력자들에게 '아빠'로서 복수하는 데에 천착했다.

두 남자 주인공이 의사로서의 역할을 잊고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역할에 집중하는 동안 '흉부외과'는 메디컬 드라마의 본령을 잃었다. 두 남자의 치고 받는 복수극에 의학이 이용될 뿐이었다. 간혹 윤수연과 박태수, 최석한 등이 합동 수술을 진행하며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마저도 각 캐릭터들의 관계 형성에 영향을 주는 데에 그쳤다.

의학 드라마의 기능을 상실한 순간 '흉부외과'의 정체성도 소실됐고 매력도 증발됐다. 매해 수십 편의 드라마가 탄생하고 사라지는 가운데, 시청자의 눈높이는 시시각각으로 진화하고 있는 터. 장르적 정체성을 완벽하게 구축하지 못한 드라마는 끝내 잊히고 도태돼 왔다. '심장을 훔친 의사들'이라는 호기로운 부제를 내걸었지만, 끝내 시청자 심장은 훔치지 못한 의사들의 이야기 '흉부외과'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제공 및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