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Mama, I don't want to die"

노래하는 이는 제 노래의 가사를 따라 간다고 했다. 프레디 머큐리가 살아 돌아왔다. 여왕들과 함께. 왜 이 목소리를 잊고 있었던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먼지가 쌓인 CD를 다시 꺼내기로 다짐했다. 머큐리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린 퀸은 그렇게 부활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이 뜨겁다. 16일 현재 누적관객수 232만명을 모으며 올해 개봉된 음악 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N차 관람이 이어지고 있고, 10대부터 40대까지 예매율 연령대 또한 다양하다. 이 저력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7~80년대 세계 록 음악신을 주름 잡은 전설적인 밴드 퀸(Queen)의 이야기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는 밴드가 탄생하는 과정과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찬란했던 순간들을 그린다. 영화는 “내가 누군지는 내가 정해”라는 극중 대사처럼 평생 동성애자라는 프레임에 갇혔던 머큐리의 삶을 편견없이 그려낸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슈퍼 스타의 삶을 다룬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전기 영화의 전형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다. 수많은 밴드 프론트맨 중에서도 독보적인 목소리를 지닌,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프레디 머큐리라는 신화의 탄생과 말로를 다뤘다. 동네 펍에서 시작해 절대적 팬덤을 거느리는 슈퍼 록밴드로 성장하는 과정부터 부와 명예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외로움을 떨치지 못하는 스타의 이면까지 전기 영화가 그리는 절차를 평범하게 따라간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오직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 때문이다. 모든 노래, 공연신에 실제 그의 음성을 입혔기 때문인지 고인의 존재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머큐리 매직'이 발휘된다. 후반부에서 라이브 장면의 역동성은 더욱 높아지는데 그럴수록 관객과 퀸의 사이는 좁혀진다. 잊고 지낸 전설들에 대한 경외감이 마음 속에서 되살아나는 것이다.

모든 에너지가 축약된 20분 여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신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클라이막스다. 1985년 아프리카 원조를 위해 기획된 이 공연에는 실제로 퀸 외에도 레드 제플린, 밥 딜런, 폴 메카트니 등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이 모였다. 당시 관객수는 무려 7만 여명.



브라이언 싱어는 이 압도적인 규모를 그대로 재연하면서도 소소한 디테일을 조금도 놓치지 않는다. 극중 머큐리 역을 맡은 배우 라미 말렉은 이 공연신에서 이미 퀸 자체가 되어 있다. 땀 한방울도 실제 머큐리가 흘리는 것처럼 혼신을 쏟았다. 퀸의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부터 ‘라디오 가가’까지 히트곡 메들리가 쉴새 없이 펼쳐지는데 이때쯤 관객들은 4명의 배우와 퀸 멤버 4인을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만큼 배우들의 에너지가 후반부엔 극으로 치닫는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마치 실제 퀸의 콘서트에 다녀 온 기분이 든다. 그래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과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재해석이라기 보다는 헌정 영화, 순수한 음악 영화에 가깝다. 영화를 관람한 세대들 대부분이 퀸이 풍미하던 시절에 비켜나 있지만, 이 영화에 열광할 수 있는 건 퀸의 음악이 세대를 초월하는 힘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에이즈와 싸우면서도 자신을 동정하지 말라고 했던 프레디 머큐리. 자신을 하늘이 정한 뮤지션이라고 칭하며 생전 무대 위에서 한 번도 떨지 않았던 그는 이미 이 풍경까지 내다보고 있던 것이 아닐까. 죽고 싶지 않다던 머큐리의 목소리가 다시 여기 저기서 들리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