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신화가 되길 바랐던 故 프레디 머큐리의 소원은 한국에서 이뤄졌다. 밴드 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800만 고지 점령을 앞두고 있다. 퀸에 향수를 지닌 중장년층과 더불어 10, 20대까지 관람 열풍에 탑승하면서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켰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누적관객수 738만 8,694명을 기록했다. 싱어롱 관부터 스크린X까지 개봉관이 확대되면서 N차 관람을 하는 관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방송사들은 퀸 특집을 마련하기 바쁘다. 음원 또한 꾸준히 상위권 차트에 랭크되며 인기 몰이 중이다.

신드롬에 가까운 이 인기는 자연스럽게 퀸, 특히 프레디 머큐리의 실제 삶을 향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동성애자였지만 그의 옆에 정신적 지주나 다름 없었던 여인이 있었다는 것부터, 에이즈로 투병하다 사망한 슈퍼 스타였다는 점까지 프레디 머큐리의 삶은 영화에서 보여진 것 처럼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영화와 실제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오히려 실화가 영화보다 더 극적이다.

퀸의 여자 메리 오스틴

영화에서 그려진 것처럼 메리 오스틴은 프레디 머큐리와 뗄 수 없는 관계다. 머큐리는 성 정체성을 자각한 후 메리와 친구 사이로만 지냈지만 대부분의 재산을 그녀에게 남겼을 정도로 깊이 사랑했다. 그러나 첫 만남은 영화처럼 마냥 로맨틱하지 않다. 클럽에서 만나 한 눈에 반한 사이가 아니다. 오스틴은 청소년 시절 퀸의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메이와 잠시 교제한, 동료의 여인이었다. 메이의 소개로 머큐리를 알게 된 오스틴은 그에게 호감을 느꼈고, 메이와 결별한 후 머큐리와 교제를 시작했다.

가족에게도 숨긴 성 정체성

머큐리가 사망할 때 까지 함께 한 동성 연인 짐 허튼과의 만남도 영화와 사뭇 다르다. 생전 게이 클럽에 드나드는 걸 좋아했던 머큐리는 클럽에서 허튼을 만났다. 호감을 느꼈지만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두 사람은 다시 클럽에서 우연히 마주치며 교제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에선 머큐리가 전화번호를 일일이 뒤져 허튼을 찾아낸 것으로 그려지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클럽에서 시작됐다.

머큐리가 가족에게 허튼을 연인으로 소개하는 듯한 암시 장면도 사실이 아니다. 생전 머큐리는 단 한번도 자신이 게이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당시 커밍 아웃은 사회적 생명이 끝남을 의미했고, 머큐리는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가족에게도 이를 숨길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눈치를 챘을 뿐이다. 머큐리는 허튼과의 관계를 추궁하는 기자들에게 늘 그를 자신의 정원사 혹은 이발사로 소개했다.

에이즈 사실 몰랐던 라이브 에이드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은 20분여 동안 그려지는 라이브 에이드의 감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는 이 장면을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머큐리가 에이즈 사실을 알고도 무대에 오른 것으로 묘사하지만 이 역시 실제와 다르다. 머큐리가 에이즈 진단을 받은 건 1987년이고, 라이브 에이드는 1985년 개최됐다. 머큐리가 라이브 에이드 공연 후 에이즈에 감염된 것인지 그 전의 일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 라이브 에이드의 공연 실황을 보며 투병의 흔적을 찾지만, 이 영상에서 죽음을 극복하려는 머큐리의 노력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어차피 머큐리는 어느 무대에서든 최상의 라이브와 퍼포먼스를 보여 준 희대의 아티스트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제공=영화 '보헤미안 랩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