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크리에이터는 어느새 10대들의 선망직업 1순위가 됐으며, 트렌드에 민감한 방송국도 대세를 따라 이들을 TV로 끌어들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TV 속 연예인들에게 크리에이터 도전의 장을 마련해주기도, 직접 예능이 웹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빠른 속도로 대중문화에 스며들면서 이처럼 TV 방송과 온라인·모바일 매체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최근 다수의 시청자들은 정해진 편성 시간에 맞춰 1시간 이상을 TV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1, 20분 정도의 짧은 영상으로 시청하고 소비하는 추세다.


때문에 이제는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 크리에이터를 TV에서 만나는 일도 흔한 일이 됐고, TV를 주 무대로 활동하던 연예인들이 1인 미디어에 진출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홍진영, 악동뮤지션 수현, 다비치 강민경, 에이핑크 보미, f(x) 엠버, 루나, 이홍렬, 강유미, 김민경, 신세경, 천우희 등 가수부터 코미디언, 배우까지 장르를 막론한 스타들이 이미 유튜브를 통해 대중과 친근하게 소통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많은 이들이 방송을 통해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을 살려 관심 분야에 맞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성향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도 보도 관련 채널,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각각 운영 중이다. 또한 채널의 성향에 맞게 디지털 스튜디오를 론칭해 웹, 모바일 위주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다.

따로 채널을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TV 예능프로그램 속에서도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들을 만나볼 수 있다.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시작으로 기존 방송은 개인 방송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최근에는 JTBC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이하 ‘랜선라이프’), ‘날 보러 와요’, SBS ‘가로채널’, MBN ‘어느 별에서 왔니’ 등 개인 방송을 콘텐츠로 한 프로그램들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이에 개인 방송 크리에이터를 TV 방송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랜선라이프’, 일찍이 웹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둔 ‘와썹맨’ PD들의 현재 트렌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개인방송 크리에이터를 TV방송에, ‘랜선라이프’

‘날보러와요’ ‘가로채널’ 등이 프로 방송인들이 개인 방송에 도전하는 모습을 담는다면 ‘랜선 라이프’는 크리에이터가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TV 방송을 통해 크리에이터가 개인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 콘텐츠 제작기를 살펴보는 것이다.

‘랜선라이프’가 크리에이터를 TV 방송의 주인공으로 삼게 된 배경에도 이러한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에 있었다. 이나라 PD는 “실제 젊은 층은 TV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시청하고 있다”며 “그들의 콘텐츠에 대한 매력이 뭔지 보다가 크리에이터들에게도 관심이 갔다. 이들의 뒷모습이 어떤지, 이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았는지가 궁금해졌다”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특히 ‘랜선라이프’는 플랫폼 양식을 어떻게 가져올까에 대한 고민 보다는 ‘사람’, 크리에이터 자체에 집중했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되면 부모세대와 청년세대가 같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청년세대 중 부모세대와 괴리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걸 좁혀보고 싶었다”고 했다.

때문에 크리에이터 섭외에도 공을 기울였다. 프로그램 초기엔 부모세대에겐 낯설 수 있어도 청년세대에겐 익숙할 수 있도록 대도서관, 윰댕, 밴쯔, 씬님 등 구독자 수가 탄탄한 안정적인 크리에이터를 섭외했다. 다만 크리에이터들은 본업이 연예인이 아닌 만큼, 방송 출연에 대한 부담감도, 자신의 방송 제작에 차질이 생길까에 대한 우려도 있어 고정적인 출연은 어려워졌다. 최근의 해결책은 로테이션이다. 처음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게임, 뷰티, ‘먹방’ 콘텐츠로 시작 했다면, 지금은 ‘먹방’을 하더라도 ASMR을 중심으로 하는 크리에이터를 섭외해 변화를 주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그는 TV와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현재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한 그는 방송국에서도 돌파구를 찾아 1인 미디어를 주 콘텐츠로 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에 대해 말했다. 이 PD는 “과도기다 보니 아직 방송에서 1인 미디어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게 어려운 것 같다. 그동안 만들었던 문법과 1인 미디어 문법이 다르다. 1인 미디어는 날 것의 재미가 많은데 방송은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하니 많은 것이 정제된다”며 “방송에서 어떻게 잘 접목시키느냐,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 같다”고 이야기했다.

1인 미디어가 거대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위기감은 없을까.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 PD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추세가 강해지고 있어 막을 수 있는 흐름은 아닌 것 같다. 이 흐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에 대한 대처 방안도 아직은 공부 중이다. 그는 “호흡은 더 짧아지는 것 같고, 무작정 호흡이 짧다고 해서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이 호흡을 어떻게 따라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할 것 같다. 기존 시청 층엔 지금의 방송 문법이 익숙하니 그 중간점을 찾아내는 것이 과제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 대세 따라 먼저 웹으로 간 ‘와썹맨’

지난 2월부터 일찍이 웹 예능 시장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그룹 god 박준형이 다양한 핫 플레이스와 트렌디한 아이템을 직접 체험하고 소개하는 ‘와썹맨’이다.

JTBC 디지털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SNS 채널을 통해 업데이트됐던 ‘와썹맨’은 지난 6월 별도의 유튜브 채널로 독립, 3개월 만에 100만 구독자를 돌파했다. 이는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통틀어 방송사가 개설한 단일 콘텐츠 채널 중 최초의 기록이다. 현재는 약 159만명(10일 기준)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2018 뉴미디어 콘텐츠상 예능 부분 우수상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신선한 포맷과 차별화된 기획력으로 가장 주목받는 웹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와썹맨’ 김학준 PD는 예전부터 웹 콘텐츠에 흥미가 있어 유튜브나 SNS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즐겨왔다고 했다. 덕분에 웹 예능 시장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었다는 그는 박준형이라는 독보적 캐릭터, 그리고 이를 극대화시키는 센스 있는 편집과 자막으로 ‘와썹맨’을 빠르게 대중의 마음속에 저장시켰다.

김학준 PD는 박준형과 JTBC2 ‘사서고생’이라는 TV 예능을 함께한 것을 인연으로 ‘와썹맨’을 함께하게 됐다. 그는 “재미있고 스마트한 분이었다”며 “TV라는 정형화된 포맷보다는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공간에서 날 것의 재미를 보여주는 데 특화된 사람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섭외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와썹맨’ ‘사서고생’ 등으로 웹 예능과 TV예능을 모두 거쳤지만 제작에 있어 특별한 차이점을 두진 않는다. 김 PD는 “결과적으로는 재미있어야한다. 최근 재미에 대한 키워드는 진정성인 것 같다. 맞지 않는 프레임을 씌우는 게 힘든 거다”라고 했다. 단, TV에서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만큼, 다수의 컨펌라인을 거치게 된다. 웹 예능에서는 비용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이를 허물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웹 예능을 이끌고 있지만, 그 역시 TV방송계에 종사하고 있는 PD로서 거대해지는 1인 미디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모색 중이기도 하다. 그는 “플랫폼이라는 경계는 거의 무너졌다고 본다. 이젠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보고자 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것을 찾는다”며 “플랫폼이 먼저다, 콘텐츠가 먼저다 이야기하기는 애매하지만 오픈형 플랫폼이 너무 많으니 타깃지향적 콘텐츠를 잘 만들어야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TV에서 웹·모바일로 추가 기울고 있다. 젊은 세대의 퍼스트 스크린은 TV가 아닌 유튜브가 됐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트렌드에 민감한 방송국, 스타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수년전만 해도 10대 선망 직업 1순위였던 연예인이 이제는 1인 방송에 도전하고, 그들이 주 무대로 삼았던 TV도 1인 미디어에 발을 들이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유튜브, SNS,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 등의 다양한 플랫폼 안에서 1인 미디어가 힘을 키워가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화상태인 콘텐츠 속, 돌파구를 찾고 있는 TV와 스타,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함께 사는 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강민경 강유미 신세경 홍진영, ‘와썹맨’ 유튜브 영상 캡처, JTBC 방송화면 캡처, JTBC,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