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배우 민진웅이 이해한 ‘알함브라’ 속 서정훈은 감성을 지닌 따뜻한 사람이다. 대표가 호스텔에 꽃을 보내라 주문하면 스마트폰보다는 수첩에 적었고, 게임도 잘 못해 동맹을 맺은 후 도움을 받아야 했다. 때문에 서정훈이 오히려 자신의 신념이 확고한 사람이었음을 짐작한 민진웅은 차근차근 서 비서의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민진웅은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연출 안길호, 이하 ‘알함브라’)에서 유진우(현빈)의 비서 서정훈 역을 맡아 활약했다. 시작은 안길호 감독의 러브콜 덕분이었다. 그가 나온 다른 작품을 보고 불현듯 현빈 옆 민진웅을 떠올리게 됐다고. 민진웅은 “연이 없던 감독님께서 연락을 주신 건 처음이었다”면서 감사함을 표했다.

안길호 감독의 안목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민진웅은 유진우의 충성스러운 비서 서정훈으로 완벽히 극에 녹아들었다. 특히 그는 AR게임에서 유진우와 동맹을 맺고 퀘스트를 위해 걸음을 같이 하다 NPC에게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고, 죽어서까지도 게임 속 유진우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NPC가 돼 유진우를 지켜주며 매 등장 신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유진우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했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서정훈이 결혼을 앞두고도 위험한 게임에 발을 들이고, 유진우를 따라갔던 것에는 둘 사이 끈끈한 신뢰가 자리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서정훈이 일하는 대표를 두고 숙취로 고생할 수 있었던 것도 두 사람이 쌓아온 엄청난 시간과 관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둘 다 차형석(박훈)한테만 실질적 타격을 받았었는데 그라나다 가면서부터 NPC에게도 공격을 받게 됐다. 서정훈도 거기까진 예상을 못했을 것”이라며 “호스텔에서 유진우가 떨어졌을 때부터 서정훈은 비서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 했다는 죄책감이 있어 끝까지 (유진우와) 같이 있으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민진웅은 “친한 형이자 보스임에도 그를 정신착란증이라 살짝 의심했었는데, 동맹을 맺고 차 대표를 만나 일을 겪고 나서는 더 강한 동질감을 느꼈을 것 같다”며 서정훈이 유진우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을 사연을 설명했다.

특히 그가 연기한 서정훈은 죽기 전엔 유쾌한 분위기를, NPC가 된 후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나타내야 했던 민진웅은 초반엔 인물을 더 동적으로 표현했고, 죽음 이후엔 표현하지 않고 마음으로만 전달하려 했다.

NPC가 된 후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민진웅은 “형(현빈)을 쳐다보면 안 되는 게 힘들었다. 너무 로봇 같진 않지만 인간 같지도 않아야 하고, 그 안에 진우에 대한 마음도 담겨 있어야 했다”며 “감정이나 호흡이 인간처럼 나와서는 안 되는데 그게 또 분명히 보여야 하고 그 중간선을 찾는 게 힘들었다. 계속 얼굴에 표정이 드러나 최대한 빼냈다”고 이야기했다.


서정훈에 대한 이해와 애정으로 다시 한번 대중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알함브라’부터 최근 개봉한 영화 ‘말모이’로 기분 좋은 한 해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 작업해 새 작품 촬영까지의 텀이 꽤 길었다는 민진웅은 “올해는 텀을 더 줄이고,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무대에서도 또 뵙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드라마, 영화, 연극까지. 2014년 데뷔 후 지금까지 쉼 없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는 더 열심히 연기를 하고자 했다. 민진웅은 “워낙 일하는 걸 좋아한다”며 “아직까지는 365일 쉬지 않고 작업하는 스케줄이 아니라 중간에 개인적으로 휴식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 일을 규칙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냥 지금처럼 보시는 분들한테 많은 생각과 이야기할 거리를 줄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그런 것들이 잘 쌓여 누군가 나중에 제 필모를 보고 ‘이 사람 참 행보가 좋네’ ‘이 사람 연기가, 사는 모습이 참 건강한 사람이구나’ 느껴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계속 어디선가 하고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민진웅은 그저 작품을 촬영 하며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소망을 드러냈다. 겸손하게 현재를 받아들이고 앞으로를 준비 하는 그가 지금처럼 차근차근 걸음을 내딛는다면 소박한 소망도 머지않아 그의 손에 잡히지 않을까.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