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조용한 사무실에 행여 제 발소리가 들릴까 조심히 걷는 모습은 미소를 자아냈고, 씩씩하면서도 성숙한 답변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스카이(SKY) 캐슬’ 속 강예빈 못지않게 야무진 배우 이지원의 이야기다.

이지원은 지난 1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스카이 캐슬’(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에서 한서진(염정아)과 강준상(정준호)의 둘째 딸 강예빈 역으로 활약했다.

작품은 1%대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탄탄하고 쫄깃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매회 시청률이 상승했다. 후반부에는 시청률이 20%대까지 치솟으며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기도 했다. 이러한 신드롬급 인기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이지원은 “5%만 넘으면 아빠한테 이천 원을 달라고 했었다”며 웃어 보였다.

이러한 인기에 대해서도 이지원은 “저 때문이 아니니까”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의 겸손한 말과 달리 이지원 역시 작품의 인기에 일조했다. 허위의식으로 똘똘 뭉친 캐슬 어른들 사이, 항상 뚱한 표정으로 맞는 말을 던지는 강예빈으로 극에 녹아들었던 이지원은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한 통쾌함을 선사해왔다.


드라마 속 강예빈이 되기 위해 이지원이 가장 유의한 점은 실제 이지원이 튀어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실제 이지원과 강예빈의 싱크로율은 70%”라며 “예빈이를 연기하다가 이지원이 튀어나올까 봐 그 부분에 신경 썼다”고 밝혔다.

“예빈이가 길을 가다가 번개에 맞아 좀 순둥 해지면 그게 저예요. 반항아 기질이나 아웃사이더 같은 부분은 다른데, 활동적인 부분이 닮았어요.”

이지원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강예빈 역할이 처음부터 탐이 났다고. 그는 “예빈이가 부모님한테 잘못된 거 쏘아붙이고, 말도 사이다처럼 하는 스타일이지 않나. 평소엔 할 수 없으니 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털어놨다.

자신과 닮지 않은 부분들은 캐릭터를 이해하며 채워가려 했다. 그는 “예빈이는 부모님이 싫으니까 일부러 반대로 행동했던 것 같다. 크면서 어쩔 수 없이 부모님 성격을 닮아갈 수도 있겠지만, 자신은 부모님처럼 되고 싶지 않았을 거다. 예빈이 부모님은 공부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데, 예빈이는 ‘공부 말고도 할 게 많은데’ 이런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는 외동이라는 점도 이지원과 강예빈의 다른 점이었다. 야망 넘치는 우등생인 언니 강예서(김혜윤)가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했다면 강예빈은 시청자들의 애정을 유독 많이 받았다. 이에 대해 이지원은 “예빈이가 둘째라 관심을 많이 못 받았는데, 시청자분들이 그런 예빈이한테 공감해주고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예빈이를 안타까워하면서 (그 상황을) 이해해 준 것 같다”며 캐릭터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예빈을 연기하며 이지원은 세상에 예빈이 같은 아이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얼마나 부모님의 압박이 싫으면 가출까지 할까,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구나 생각도 했다. 어른들의 욕심이 부른 아이들의 힘듦을 예빈이 하면서 깨달았다”고 속 깊은 답변을 내놨다.

이어 이지원은 “작가님도 시작 전에 진심 어린 말씀을 해주셨다. ‘스카이 캐슬’을 쓰신 이유가 입시 때문에 죽는 아이를 한 명이라도 구하기 위해서였다며 잘 부탁드린다고 하셨다. 하면서 (현실이) 정말 이렇구나를 느꼈다”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이지원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줬지만, 작가의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선 만족하진 못한다고. 또 한 번 겸손함을 드러낸 그는 “예빈이는 예빈이로서의 스토리만 보여줘도 (시청자들이) 그 메시지를 전달받지 않으셨을까”라며 어른스러운 말을 덧붙였다.

강예빈으로 대중에 강렬하게 눈도장을 찍은 이지원은 올해 중학교에 진학해 학업과 연기를 병행할 예정이다. “중1 생활을 잘 마치고 싶다”는 깔끔한 목표를 전한 그는 “진실된 연기를 하고 싶다. 오버하지 않고 실제라면 어떨까 생각해보고. 보시는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연기자로서의 바람도 덧붙였다.

학생 이지원으로, 또 배우 이지원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야무지게 제 몫을 해낼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지는 듯하다. 그가 어느 역할에 있든, 내일이 기다려지고 궁금해지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