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출중한 권투 실력을 자랑했던 여형사에서, 웬만해선 쫄지도 굴하지도 않는 여검사로 변신했다. 세련된 예쁨이 묻어나는 얼굴로 세상 거칠 것 없는 털털한 여성을 연기하는 배우 이하늬는, 현재 대체 불가한 존재감으로 주가가 급등 중에 있다.

어떤 여배우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간의 상투적 경우들을 살펴보았을 때 대부분 치명적인 외모라 생각하겠지만 예상외로 맡은 배역과 완벽히 어우러지는 연기력이다. 누가 진짜인지 모를 정도의, 배역과 배우의 정체성이 헛갈릴 정도의, 외모가 주는 감탄 따위 뛰어넘을 정도의 연기를 선보였을 때 대중은 완벽히 그녀에게 홀리는 것이다.

특히 예쁘면 장땡이라는 사고에 반기를 드는 관객들이 늘어난 요즘, 안 그래도 좁아진 입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배우들에게 연기력은 더욱 중요하다. 작품을 거듭하면 자연스레 늘어나겠지만(물론 개인의 노력을 전제로), 그러다 하늘의 도움을 얻어 특별히 배가되는 구간이 찾아오는데 바로 본인 고유의 매력과 갈고 닦은 연기력에 안성맞춤인 배역을 만나는 시점이다.

이하늬에게 영화 ‘극한직업’의 ‘장형사’가 그러하다. 곱슬거리는 머리를 아무렇게나 묶고 주로 티셔츠와 바지, 짚업 혹은 점퍼로 구성된, 달리고 싸우는 데 최적화된 의상만 입는다.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험한 입담과 똘끼 넘치는 행동, 격렬한 격투 장면 등, 어느 하나 괴이하지 않은 것 없지만, 관객들은 이상하게 그녀에게 자꾸 마음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여배우’가 되기보다 그저 ‘장형사’가 되길 선택하니, 그녀 본연의 매력이 기존의 배역이 가진 것에 자연스레 더해지며 이하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킨 결과다. 자칫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 코믹 요소들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면서, 그녀는 그간 쌓아온 것들이 헛되지 않음을, 이제야 제때를 만나고 있음을 몸소 체험했을 터다.

이 흐름을 예상이나 한 걸까.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장형사와 비슷한 맥락의 인물인, 권력에 충실하지만 권력에 절대 주눅 들지 않는 안하무인의 여검사 박경선(차이가 있다면 스타일만 좀 좋아지고 눈만 좀 높아진 정도)이 되어, 물 오른 연기력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 있다. 뇌물로 들어온 돈을 보며 찝찝하면서 든든한 냄새가 난다 하고, 강자의 손을 들어줘 쏟아진 언론의 지탄에도 뻔뻔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일갈한다. 신기한 건 그런데도 그녀가 밉지 않다.

오히려 외부의 압력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역으로 이용하고 제 힘으로 살아낼 줄 아는 강인함이 멋있게 느껴지기까지 한다는 것. 배우의 역량이 만들어낸 시선이다. 우리가 이야기 속의 인물을 어떤 상식선을 넘어 좋아한다면, 그 인물을 연기하는 이의 애정이 보는 우리에게까지 전해진 결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애정도가 높으면 배우와 배역의 밀착력이 클 수밖에 없고 연기의 질 또한 좋아지기 마련이니 어쩌면 우리가 해당 배역에, 배우에 애정을 갖는 건은 당연한 일이다.

배우 이하늬가 지금 맞이하고 있는 상승기류를 단순히 천만 관객을 모을 만한 영화를 운 좋게 만난 까닭이라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연기를 사랑하고 꾸준히 매진해온 지난날이 있었기에, 조금씩이라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성실한 순간순간들이 있었기에 찾아온 기류에 올라탈 수 있었던 게다. 당분간은 탄탄한 고지를 확보하리란 예상을 하며, 새로운 대체불가 배우의 등장을 축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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